[Review]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도서]

따뜻하고 유익한 미술 이야기
글 입력 2022.08.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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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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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아트'란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의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동안 백인 남성, 강대국 중심으로 쓰여진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근래에는 많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도서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은 미술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면서 아웃사이더 아트에 초점을 맞춘 이소영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예술가들의 삶이 담겨 있다.

 

소멸하는 것이 두려워 사라진 화가들을 조명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서문은 4부로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는 자신의 삶이 소멸되는 것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화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결과물을 남겼을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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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Friedl Dicker-Brandeis)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이 아렸다.

 

미술 교육가로 활동한 그는 1942년 나치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1인당 50킬로그램만 허용되는 짐을 디커브랜다이스는 대부분 미술 용품으로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 참혹한 수용소에서 매일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작품의 이미지를 몰래 구해 감상 교육을 진행하고, 그림을 그리며 연극과 전시회를 열면서 아이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두려움을 해소하면서 희망을 꿈꿔볼 수 있었다. 훗날 디커브랜다이스의 가방에서 발견된 아이들의 그림에는 꽃과 들판, 눈사람과 같은 자유로운 주제가 가득했다.

 

가장 억압된 공간에서 자유를 꿈꾸며, 자유를 창조해내기까지 한 그가 바로 진정한 스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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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창조한 청소부, 헨리 다거(Henry Darger)의 삶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 시카고의 청소부로 일을 하던 헨리 다거의 작품은 그가 죽고 나서야 발견되었다. 다거의 방 한쪽에는 그가 창조해낸 세계관에 대한 글과 그림이 가득했다. 가상의 행성을 배경으로 한 '비현실의 왕국에서'라는 소설은 일곱 명의 소녀가 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동화풍으로 그려진 색다른 삽화들과 참신한 표현들은 발굴된 이후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헨리 다거는 아웃사이더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불우한 유년기와 장애, 어려웠던 생계 유지를 겪으면서도 희망과 자유를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낸 헨리 다거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비록 제목은 '비현실의 왕국'일지라도 헨리 다거가 지금은 그가 그려낸 세상 속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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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빌 트레일러(Bill Traylor)를 아웃사이더 아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는 작가라는 말과 함께 '거리에서 이뤄진 최선'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설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 나는 '최선'이라는 표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술 분야에서는 최선보다는 최고, 최상과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 트레일러의 작품 활동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한 활동이었다. 85세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95세까지 2천여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평균적으로 1년에 200점, 거의 하루에 1점씩 그린 셈이다.

 

거창한 재료 없이 광고지나 판자 위에 몽당 연필로 그려낸 그의 그림에는 소박한 일상이 담겨있다. 빈틈없이 검은색 연필로 빼곡하게 채워낸 그림에서 저자는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성실함과 우직함을 느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꼭 그의 그림을 뉴욕에서 감상해보고 싶다.

 

빌 트레일러의 이야기를 읽으며 계속 나이가 지긋한 어느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재료들을 꺼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알록달록한 물감이나 거대한 캔버스도 없지만 그 할아버지에게 그림은 일상 속 루틴과도 같은 것이다.

 

괴사로 인해 다리를 절단한 그의 모습을 담아낸 듯한 자화상에는 삶의 어떤 일도 그대로 직면하겠다는 당당함과 꼿꼿함도 느껴진다.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을 읽으면서 그림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 사조를 통해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삶에 제대로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목받지 못했던 예술가들의 삶에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스한 손길로 돋보기를 가져다 댄 저자가 앞으로도 더 많은 예술가들을 발굴해보길 바래본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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