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선의 아카이브, 비비안 마이어 [도서]

보모 사진작가의 카메라 속에 담긴 삶, 사람, 시선
글 입력 2022.08.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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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진을 찍는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추장스럽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나서지 않아도 쉽게 핸드폰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 어플을 켜 셔터를 누르곤 한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찍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아마도 무의식적인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셔터를 누를 것이다. 그렇다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기록’에 대해 개인마다 가지는 의미와 내리는 정의는 모두 다르겠지만 기록물에는 결국 개인의 개성과 사연이 담긴다.

 

가장 직관적인 기록물 중 하나인 사진은 따라서 거대한 시선의 아카이브이며, 말로써 설명되는 것보다 한 개인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때로 사진은 우리가 사진기 너머의 인물을 궁금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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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뉴욕에서 보모로 일했던, 조금 별난 성격을 가졌던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 이유 역시 그녀가 찍은 수많은 사진들 때문이었다.

 

살아 생전에는 무명이었던 그녀의 사진은, 그녀의 사망 이후 우연한 계기로 경매장에서 존 말루프라는 사람의 눈에 들어 온 이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그 존재를 각인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내 사진 뒤에 숨은 그녀의 삶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내가 비비안 마이어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 작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였다. 영화는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토대로 그녀의 삶을 추적한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에는 어떠한 힘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아주 일상적이다. 타인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낸다. 초기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대부분 흑백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녀의 사진들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차갑지 않다.


비비안 마이어가 포착한 일상적인 사진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진을 찍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렌즈 앞에 섰을 때의 어색함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우리는 인위적인 미소를 만들어내고, 경직된 자세로 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의 카메라 속에 포착된 사람들에게서는 이러한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이것이 바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어떠한 개인들의 자신감 넘치는, 혹은 수줍거나 따뜻한 ‘자아’를 가진 표정과 눈빛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순간과 표정들을 포착해 내는 것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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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스크의 “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는 영화에 담긴 것 이상으로 보다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비비안 마이어 삶의 흔적을 좇는다.

 

비비안 마이어가 남긴 방대한 사진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의 삶이 궁금해진다. 평생 전문 사진작가도 아니고, 보모로써 다소 괴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살다 갔던 그녀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길래 방대한 양의 사진을 남기고 떠났을까. 비비안 마이어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모든 사람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비비안 마이어 역시 어느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녀의 복잡한 가족력부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포착하고 기록했지만 다소 외골수적이고, 여행지에서 본인이 보모로서 돌보아야 하는 가족을 갑자기 떠나는 행위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고 괴팍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녀가 살아온 모든 삶의 흔적들은 그녀의 사진 속에 담겨 있다.

 

평생을 외롭게 살기를 자처했던 그녀의 사진 속 인물들에게서는 그들의 심연이 보인다. 세월에 찌들고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에서, 비비안 마이어는 깊이와 지혜 그리고 그 너머의 본질을 담아낸다. 우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을 통해 그녀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외롭고 괴팍해보이는 보모 속에는 사물과 인물 너머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8월 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성수 그라운드시소에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이 개최된다. 그녀의 사진전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마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나면 그녀라는 사람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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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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