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악에 재즈의 멜로디가 더해진다면? - 여우락 페스티벌

글 입력 2022.07.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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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국립극장 2022 여우樂(락) 페스티벌.jpg

 

 

<여우락>은 국립극장의 대표 여름 음악 축제로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이 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2010년부터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실험 현장으로 자리매김한 <여우락>은 누적관객 6만 6천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3퍼센트를 기록하며 한국음악 열풍을 이끌어 왔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2022년 <여우락>은 ‘확장’, ‘증폭’, ‘팽창’을 키워드로 총 12편의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 음악감독의 면모까지 갖춘 박우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여우락>의 여러 프로그램 중 ‘지혜리 오케스트라 – 너나:음양’은 동양에서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한 요인으로 생각했던 ‘음과 양’을 자신의 인생과 경험으로 오롯이 녹여낸 새로운 창작곡들로 구성되었다. ‘새타령’, ‘방아타령’, ‘아리랑’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전통 선율을 재즈 화법으로 편곡하고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와 더불어 플루트,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등 13명의 관악 연주자가 국악 장단을 연주했다.

 

굿거리, 칠채, 부정장단 등 국악의 장단을 모던재즈 스타일로 재해석해 전통장단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모던재즈가 어떻게 국악과 다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국악을 재즈의 멜로디로 편곡뿐 아니라 금속제로 된 악기와 목제로 된 악기가 합쳐져 동서양의 만남을 상징화했다.

 

 

3. 지혜리 오케스트라.JPG

지휘자/작곡가 지혜리


 

음양은 만물의 생성 변화의 원리로서의 기의 두 측면이다. 따라서 음양은 서로 대립하고 의존하면서 사물을 만들고 성립시키는 생성과 존립의 원리이다. 음양의 원리는 상호의존적, 조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둘 사이에 위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지휘자 겸 작곡가 지혜리는 음양을 자신과 타자,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해석하였다. 그렇기에 국악에 재즈의 멜로디를 얹었고, 자신과 할머니, 어머니의 인생을 기반으로 작곡한 자작곡을 발표하였다.

 

사실, 재즈의 리듬, 프레이징, 사운드, 블루스 하모니가 아프리카음악의 감각과 미국 흑인 특유의 감각에서 나오고, 사용되는 악기, 멜로디, 하모니는 유럽의 전통적인 수법을 따르고 있는 만큼, ‘재즈’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음양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사례로서 볼 수 있다. 본 공연에서는 아프리카음악 대신 한국의 음악이 서양의 악기, 멜로디, 하모니와 합쳐짐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재즈가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아리랑’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황민왕 연주자가 장구를 치며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고, 뒤이어 지혜리 지휘자가 함께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후, 아리랑이 재즈의 멜로디로 각색되면서 기존의 한국인의 얼과 한을 표현했다고 해석되던 아리랑이 아닌, 하나의 신나고 경쾌한 아리랑으로 변모하였다.

 

지금까지 아리랑을 들으면 매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고, 그 감정은 어려운 시절을 보낸 한국인의 애환에 가까웠다. 하지만, 경쾌한 재즈 음악의 멜로디가 더해지자, 아리랑은 하나의 춤곡처럼 즐거운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마치 보름달 아래에서 강강술래를 추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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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전반 또한 이런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듯, 현대적인 디자인의 조명과 연꽃과 기와 문양을 연상시키는 스피커가 함께 배치되어 동서양 건축을 동시에 배치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조명은 초록색과 파란색을 번갈아 사용하며,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강조할 때는 여러 개의 노란색, 흰색 핀 조명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무대 조명 색과 대비되게, 지휘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클래식계에서 여성 지휘자가 드물고, 특히나 동양 여성 지휘자는 찾아보기 힘든 만큼, 여성 지휘자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본 공연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국악을 재즈의 멜로디로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악기와 관악기의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춰서 ‘함께’ 그 멜로디를 만들어 나갔으면 더욱 독특한 멜로디가 형성될 수 있었고, 동서양의 조화가 더욱 강조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악기 중 오로지 장구만이 국악기였다. 그렇다 보니, 화합에 있어 이상적인 중용이라기보다는, 한 쪽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음양, 그리고 부제인 나와 타자는 한 쪽인 기울어진 채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평을 이루고 동등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존재인 만큼, 이런 식의 편성을 취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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