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파리에서 마주한 예술의 영원함, 살아가게 하는 힘 -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예술로 행복해지는 파리 여행
글 입력 2022.07.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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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리는 아직도 오직 걷는 자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도시다”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_이재형

 

 

파리표지(앞).jpg

 

 

[PRESS]

파리에서 마주한 예술의 영원함, 살아가게 하는 힘

 

 

도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는 파리지앵의 도시 여행기이자 그의 삶을 생동케 한 예술을 위한 찬가다. 오랜 시간 파리에서 살아온 저자는 이 도시가 사실은 삶의 터전으로 잡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예술의 힘’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파리라는 대도시에서 살아가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예술의 힘이다. 나는 이곳에서 삶에 지칠 때마다 예술 작품들을 찾아가곤 했고, 이 작품들은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나의 이 같은 좌절과 회복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고,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는 그 결과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에는 삶이 지칠 때마다 힘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예술을 찾아간 여행과 사색이 켜켜이 담겼다. 무엇보다 책의 저자는 150여 권의 프랑스어 서적을 번역한 번역가이자 불문학자이다. 예술과 도시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지식이 파리를 보는 시야를 선명하게 밝혀준다.

 

그러기에 이 책은 예술에 방점을 둔 파리 여행기이자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해석하는 도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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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일부. 사진과 함께 장소 위치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

 

 

서양미술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 등 유명한 미술관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삶에 숱하게 등장하는 몽마르트르, 물랭루즈 같은 도시 속 공간이 파리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몇 천 년 전 작품부터 오늘날 현대 예술까지 한 데 공존하는 이 도시는 그 자체로 예술의 영원불변함을 증명한다.


저자는 파리를 걷다 보면 만나는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지닌 남다른 깊이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어나간다. 미술관부터 파리 골목과 동네 주변 지역까지 예술의 숨결이 머무는 장소를 찾아간다. 오르세 미술관에선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회화사를 살펴본다. 빛으로 세상을 표현하던 찬란한 작품들에 깃든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진다.

 

규모만큼이나 긴 역사를 품은 루브르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소재에 초점을 두어 예술을 살펴본다. <모나리자>와 같은 한 작품에 집중하는가 하면, 예술가가 삶에 초점을 맞춰 일련의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당대 프랑스 문화 속에 공존하던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 밖에서 생동하던 역사부터 작품 속의 상징과 스토리까지. 저자의 시선은 작품의 아름다움을 이루는 보이고, 보이지 않는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향한다.


 

원형으로 전시된 이 작품들은 높이가 2미터, 길이가 6미터에서 17미터에 달하며, 전체 면적이 200제곱미터나 된다. 모네는 관람객이 ‘평화로운 명상’에 빠지도록 이 작품들을 그렸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이 학살당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인류에게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그는 인간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 시적 자연을 이렇게 그려낸 것이다.

 

-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수련〉 연작’ 중에서

 


파리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맘 편히 걸어 다니는 거리에도 예술이 숨어있는 도시다.

 

저자는 그중 하나로 ‘아르누보’ 양식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예술’이란 의미를 가진 아르누보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딴 곡선을 사용했기 때문에 ‘파스타 스타일’로 불렸다고 한다. 퍽 친근한 별칭이 붙은 것처럼, 자유롭게 굽이치는 선의 향연이 파리 곳곳에서 보인다. 백화점 건물부터 프랑스 아르누보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엑토 기마르의 이야기까지.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지하철역 입구가 원형으로 남아있다고 하니, 예술이 일상 곁에 함께하는 도시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인다. 이뿐이랴 파리에서 예술을 찾는 여행은 공동묘지로도 향한다. 삶의 무게를 관조하게 하는 묘지에서 만나는 예술가의 삶과 그 흔적은 영원히 남은 작품 이후에도 잔향처럼 기억되는 사람의 삶을 사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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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일부. 여행지의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악의 꽃을 쓴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영혼은 몽파르나스 묘지의 두 곳에서 떠돌고 있다. 하나는 진짜 무덤, 또 하나는 가짜 무덤.

 

그가 쓴 시처럼 어둡고 환상적인 가묘는 묘지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보들레르는 박쥐가 떠받들고 있는 기둥 꼭대기에서 턱을 괸 모습으로 ‘씁쓸한 생각(보들레르의 시 제목)’에 잠겨 있고, 기둥 밑에는 온몸에 두른 미라의 모습으로 누워있다. 그 반면, 묘지의 정 반대편에 있는 그의 진짜 무덤에는 시를 쓴 종이와 작은 조약돌, 꽃, 봉헌물 등이 놓여 있다. 그런데 이 무슨 삶의 아이러니란 말인가. 그는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계부와 같이 묻혀 있다.

 

- ‘몽파르나스 묘지’ 중에서

 

 

예술이 움트던 곳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는 파리가 가진 예술의 가치를 선명히 느끼게 했다. 화려한 미술관에서도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어느 거리에서도, 그저 도시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두리번거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깊이의 시선으로 파리를 음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예술의 아름다움은 그 너머의 이야기를 이해할 때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여러 장소 중에서도 공동묘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유독 와닿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예술의 영원함과 저자가 고백한 ‘예술이 주는 살아가는 힘’에 대한 생각을 이 지점에서 시작했다.

 


이 곡에는(자크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 다발성경화증을 앓다가 숨을 거둔 그녀의 육체적 고통과 남편 바렌보임에게 버림받은 정신적 고통이 절절히 녹아있다. 자크 오펜바흐의 무덤 앞에 서 있노라면 자클린 뒤 프레가 흘렸을 눈물이 내 가슴 속에서도 흘러내리는 듯하다. 그녀는 죽고 나서도 묻는다.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 '몽마르트르 묘지' 중에서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저자가 예술가의 무덤 앞에서 사색하다 떠올린 이 질문은 비단 작품 속 주인공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다. 예술 작품은 유일하지만, 그 작품이 탄생한 이유와 감정은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예술이 영원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유한 삶의 결을 따라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결국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면에서 예술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인간도 그 다채로움을 보자면 예술 못지않다. 살아갈 힘을 얻는 순간은 결코 쉽게 일어나는 순간이 아니다. 서로가 품은 감정과 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릴 때 일어나는 공감, 위로가 있을 때 피어날 수 있는 순간일 것이다.

 

사람으로서 삶을 살며 자신이란 고유함을 지닌 예술가와 감상자가 작품을 통해 그렇게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삶과 작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깊은 사색 속에서 말이다. 이 소중한 순간들이 다채롭게 피어나 왔다면 앞으로도 예술은 영원할 것이다. 형언할 수 없는 위로와 공감의 순간들을 고요히 일으켜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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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의 기록을 빌려 파리 여행자가 된 독자의 감탄은 그 삶과 역사, 그리고 도시로 향한다. 예술과 함께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빚은 이 도시에서, 그 아름다움을 깊이 사색하는 방법은 작품에 깃든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일 테다.

 

단지 예술 이야기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찾아가는 길목과 미술관 속 작품 위치에 대한 정보, 여기에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함께한다. 집에서 책을 읽는 독자에겐 흥미로운 예술의 도시 이야기이자,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도시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가 된다.

 

예술 작품 앞에서 도시를 읽고, 도시 속에서 예술을 읽는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1876년 르누아르는 지금은 몽마르트르 박물관이 된 몽마르트르 코르토 거리 12번지에 작은 아틀리에를 얻어 이사한다. 그리고 같은 해 이곳에서 인상파의 걸작으로 꼽히는 두 작품을 탄생시키는데, 인상파의 미학적 원칙들을 인물에 적용한 <그네>와 <갈레트 풍차에서의 무도회>가 바로 그것이다. 박물관 정원에 있는 르누아르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이 도시 속 오아시스의 고요를 즐기고 있노라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그네가 눈에 들어온다. 르누아르가 <그네>라는 작품에서 그린 바로 그 그네다.

- '르누아르의 인상파 걸작 이곳에서 탄생하다' 중에서

 


파리뿐만 아니라 도시 주변 지역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세잔과 고흐가 살았던 마을 오베르쉬르와즈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예술을 사랑해서 파리에 가려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살펴보면 좋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는 느낌을 독자에게 안겨준다. 이토록 폭넓고 깊은 예술 여행.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 예술을 마주하는 발걸음과 사색을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로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예찬_PRESS.jpg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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