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누구도 풍경을 소유하지 못한다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도서]

자연은 인간에게 옳고 그름의 법칙들을 우레와 같은 소리로 알린다.
글 입력 2022.07.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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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되면 도심과 자연 중 어느 곳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한 건 도심이었다. 그때의 나는 빠르고 편리한 기술과 자연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편리함을 선택한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의 내가 같은 질문을 받아도 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자연의 무한함을 사랑한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자연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우선,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집에서 살기가 있다.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 하며 혹등고래 만나기가 있고, 그 다음엔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창공의 바람을 느끼는 것이 있다.


바다의 광활함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바다를 자주 보러 다닌다. 보라카이에서 요트를 타며 봤던 끝없는 수평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동해 바다에 잠수해 모래 바닥 속에서 캐냈던 조개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동안 느꼈던 평온함도. 바다가 만들어내는 투명한 파도 한 조각까지 내게 있어서는 치유이다.


바다만이 아니다. 어릴 적 가족여행으로 자주 갔던 자연휴양림의 숲길을 걸을 땐,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경쾌했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거대한 호수에서는 인생의 위안을 얻었다. 어느 여름밤, 벚꽃 나무 아래 흐르던 강 위에서 느꼈던 벅참은 차마 활자로 풀어낼 수조차 없다. 설악산 정상에 올라 까마득한 발밑을 내려다보면서 느꼈던 성취감도 마찬가지다.


자연이 언제나 유쾌한 경험을 줬던 건 아니다. 그러나 사이판에서 갑작스러운 쓰나미 경보와 마주했을 때도, 하늘이 찢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내리던 비 한 가운데에 있었을 때도 나는 공포 대신 자연의 무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일한 생각이지만 그냥 막연하게, 내가 자연 안에 있다고 느껴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자연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꿀벌이, 무섭게 내리는 비와 대조되게 타들어 가는 대지가, 점차 극한으로 치닫는 한국의 기온이 무서워졌다.


자연이 이제 더 이상 나를 품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러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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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케스텐바움이 엮은 책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에는 자연에 대한 스무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해양생물학자부터 시인, 건축환경학 교수에 이르는 21명의 저자는 자연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의 자연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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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편의 에세이는 전부 다른 경험을 들려준다. 연못 속에서 수영하며 바라본 풍경에 대한 이야기, 야생 정원을 만들어 낸 경험, 프리다이빙을 하며 만난 산호초의 아름다움, 잠 못 드는 밤 올려다본 밤하늘과 새들의 움직임 소리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하다. 가벼운 체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학자의 글을 자신의 언어로 처음 번역했던 경험과 같은 이야기도 있고 진중한 연설문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짧은 글들은 이 책의 접근성을 높여준다.


마치 자연이 계속해서 자신의 할 일을 하듯,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앉은 자리에서 이 책 한 권을 모두 읽어버렸지만, 어떤 사람은 자기 전 에세이 한 편을 읽고 나서 잠에 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퇴근길 버스에서 이 책을 꺼내 읽을 수도 있다. 쉽게 읽히는 짧은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높은 접근성뿐 아니라 남다른 공감을 통해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코로나 19로 인해 실내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가까운 이야기다. 해변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자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외면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이,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20편의 에세이는 보다 효과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각기 다른 주제를 논하고 있어도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전부 같다. 자연의 위대함을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21명의 저자들은 어려운 학술적 용어를 사용해서 자연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정말 그저 자신들이 자연 속에서 보고 들은 것과 그를 통해 느낀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공감하며 저자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자연의 거대함과 경이로움은 당연한 것이다. 그를 자연스럽게 되짚어보면서 우리는 현재 자연이 마주한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그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할 수 있다.


아무리 사실이라 한들, 공감하지 못하고 억지로 듣는 이야기는 소용이 없다. 그 어떤 자발적인 움직임도 이끌어낼 수 없다. 그저 ‘습득’할 뿐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의 효과는 크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되새길 때, 우리의 눈앞에는 이상기후가 심해지고, 자연재해의 피해가 커지는 등의 환경오염 문제가 펼쳐지고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닫는 동시에 자연이 마주한 위험을 인식하고, 그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흐름의 과정은 우리가 보다 진실 된 자세로 자연을 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자연은 우리를 낳았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자연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 안에 속해 있으며, 자연에게서 가르침을 얻어 지금까지 살아왔다. 결국 그 모든 가르침에 대한 경외심이 이 책이, 엮은이 스튜어트 케스텐바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낙원은 매혹적이다. 그런데 왜 더 높이 날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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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은 말했다. 그 누구도 풍경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그러나 인간은 자꾸만 자연을 소유하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그저 지구에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가. 발전된 기술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모든 것들을 훼손시키고 있다.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 때문에 자연이 희생되고 있다는 말이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답을 준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자연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고, 생명체는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가슴이 답답해서 찾은 바다는 어떤 물이든 흐르고, 어디든 부딪혀서 파도를 만들어낸다는 가르침을 줬다. 할머니의 텃밭은 햇빛과 물이 땀을 만나면 탐스러운 채소로 재탄생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 주는 것을 잊어 말라버린 화분은 어떤 일이든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걸 일러주었고, 봄바람에 흩날리던 꽃잎들은 아름다움은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었다.


자연이 마냥 평안한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자연은 끊임없는 경고를 해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지만, 그걸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 지금도 어떤 작은 섬들은 높아지는 해수면 밑으로 잠기고 있지만, 여전히 거리의 매장에서는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세게 틀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쩍쩍 갈라진 땅 위에는 미처 소비되지도 못한 식재료들이 버려져 썩어나간다.


이제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일을 위해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자연을 소비하는가.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연을 이용하는 인류는 무엇으로 그 대가를 지불할 텐가. 결국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무릎 꿇을 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자연의 무한함과 포용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그 안에서 유유히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그 관대함이 언제까지고 우리를 품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함께 느껴진다.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자연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자연의 무한함은 전혀 무섭지 않았는데, 그 무한함을 방패 삼아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인류는 무서웠다.


우리 모두 이 책을 읽고, 몸으로 그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파괴된 자연을 마주하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었던 관대함과 그 경이로움을 통해 느껴야 한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우리가 그것들을 훼손한 책임을 더 크게 느끼게 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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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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