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파야 청춘이라지만 너무 아픈 소년의 '비밀이 아닌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22.06.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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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소년, 아담



우리가 알던 하이틴은 여기 없다. <비밀이 아닌 이야기>는 조현병을 가진 소년 ‘아담’과 전교 1등이지만 학교 뒤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숙제와 비밀을 지켜주며 돈을 버는 ‘마야’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새로운 애인을 만나자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 아담은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기 싫은 그는 애써 증상들을 숨겨보지만 영화에서 검은 구름으로 형상화되는 그의 병은 비웃듯이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그렇게 아담은 퇴학을 당하게 되고 카톨릭 학교인 Saint Agatha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야를만난다.

 

서로 비밀을 숨긴 채 둘의 만남은 이어진다. 아담은 이따금 공격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자신의 병을, 마야는 반짝이는 모범생 이미지 뒤에숨은 가혹한 생활고를 숨기고서 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담의 상태도 점점 좋아진다. 환각은 줄어들고 환청도 무시할 수준으로 증상이완화되는 듯하다. 그렇게 ‘회복’이 가능해지는 듯하다. 물론 여기서 회복은 병의 적절한 치료가 아닌 ‘밝은 모습’으로 평범한 체하며 사는 것을의미한다. 엄마의 걱정을 덜 수 있다면 그는 계속해서 이를 숨기고 싶다. 그러나 불안함은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와 애써 꾸며 놓은 일상을 파괴시킨다. 다시 평화로웠던(척 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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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라는 벽, 그리고 낙서


 

조현병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를 접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특별했던 이유는 자극적으로 표현으로 몰입을 강제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여타 이야기과는 굉장히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다루는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는 정신질환자들과 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편견의 벽은 두터운 듯하다. 작품 속에서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되고 정신질환자는 기피의 대상이 된다. 반면 아담의 조현병은 비교적 친근하게 형상화된다. 다들 어릴 적 만화 영화에서 주인공 양쪽 어깨에 앉아 있는 개구진 악마와 천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환각은 다소 코믹 스럽게 연출되며, 어쩌면 그런 상상들은 십대 소년이 성장을 겪으며 하는 고민들을 그려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잠깐, 조현병은 망상, 환정, 와해된 언어와 행동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수많은 정신질환 중 하나다. 수 많은 정신질환. 그렇다 우리 모두가 겪는 강박과 불안 또한 아주 약한 수준의 질환이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처음 조현병을 알게 된 것은 <와해된 시선>이라는 웹툰을 통해서다. 지나가며 했던 가벼운 생각 중 하나를 부끄럽지만 꺼내보고자 한다. 영화에서 그것을 매섭게 꼬집고 있으므로. 우리 가족 중 한명이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그에 대한 답은 ‘어떡하기는 뭘 어떡해. 상상도 하기 싫다.’ 실제 환자와 가족들은 끝맺지 못하는 현실을 치열하게 살고 있을 텐데 주제 넘은 상상을 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신체적 장애나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마다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타자인 내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비장애인에 대해서도 꼭 그렇게 생각하듯이 말이다. 여기서 타자란 선을 긋는 것보다는 경험해보지 못한 자를 뜻한다. 아담은 정신착란을 겪기 전까지만 해도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재료를 하나 하나 손질하고, 정성스레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것. 그것이 아담의 행복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주방출입이 금지된 그는 대신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다. 마야와의 비밀 과외라던가, 신부님과의 ‘고해성사’를 통해서 말이다. 편견이라는 것이 영화 제목에서 처럼 벽이라면, 그 위에 낙서는 아담의 아직은 비밀에 부쳐진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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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환영들

 

 


비밀을 퍼뜨릴 시간


또 영화에서 조현병 증상 중 하나인 패러노이드, 주변이 나를 해치려고 생각하는 편집증이 후반부에 아담을 둘러싼 인간관계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따금 우울을 겪을 때 잠깐씩 드는 의심이 있다. 짐작에 불과하지만 '혹시 사람들이 나랑 엮이지 않으려고 작당모의라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잊고 있던 약속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것이 현실과 구분이 안된다면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변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당사자인 아담보다는 가족의 이야기가 나올 때 잘 표현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명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아담이 외롭지 않으니까.

 

필자의 삶에도 아담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미숙했다. 낯 설었기 때문이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다른 동갑내기들과 마찬가지로 짓궂은 장난을 쳐도 될지, 그 사이를 멋대로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최선은 그저 물어보는 것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더 이상의 미숙함은 무지다. 영화에도 그런 미숙함이 어쩔 수 없이 조금 있었다. 실제 조현병을 앍고 있는 사람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각과 망상이 영화처럼 유쾌하고 게임의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여느 드라마에서처럼 약을 무작정 털어 넣는다고 증상이 곧바로 사라지기 시작하지 않으며, 빈도와 강도가 약해지는 식이라고 한다. 심지어 증상이 완화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이야기가 어두울 땐. 어둡고 희망적일 땐 지나치게 희망적인 것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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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하이틴식 결말 때문인지 작품 자체가 어둡게 그려지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이 솔직히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다가가기 힘든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오히려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꼬집으면서도 상냥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신부님, 마야, 어머니 그리고 폴까지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 스스로도 자신의 병을 마주하고 인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맞설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이 용기는 그와 같은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는 용기이다. 기본적인 고증의 오류부분을 제외한다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어려움을 덜어내려 노력한 영화 <비밀이 아닌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이 이야기가 소문처럼 퍼져 모두가 알게 되길 바란다.

 


[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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