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과 악의 경계 [영화]

영화 <도그빌> 리뷰
글 입력 2022.06.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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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절대선(善)과 절대악(惡)이 존재한다 말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봤을 때, 역시 답을 확실히 낼 수 없었다. 과거부터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떤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내려온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규정짓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 사료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표면화시켜 심오하게 그려낸 영화가 바로 <도그빌>이다. 200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만드는 영화마다 큰 논란을 일으키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이자, 배우 니콜 키드먼 주연으로 알려져 있다. 주제와 더불어 연극을 보는 듯한 세트장 구성으로 조금은 특이하게 영화의 사건을 전개시켜 나간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영화를 리뷰하며 앞서 던졌던 '인간 군상에는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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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평화로운 도그빌 마을에 어딘가에 쫓기던 그레이스가 오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서로 입장차를 보이지만, 톰의 주도 하에 2주가량을 지켜본 후 그녀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레이스는 이에 감사함을 표하고, 마을 사람들 또한 그레이스를 잘 챙겨주며 평화는 이전처럼 유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레이스에 대한 현상수배지가 붙은 일을 계기로 이 평화에는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그레이스가 도그빌 마을의 안녕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했고, 이때부터 극심한 노동을 시키며 그녀에 대한 부당한 대우도 서슴지 않는다. 힘든 일과 모진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녀는 마을 주민 중 한 명인 벤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믿었던 벤이 배신을 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에게 목줄을 채워 두며 낮에는 노동을, 밤에는 성적인 학대까지 일삼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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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본다면, 인간 군상을 크게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다 생각했을 때 그레이스는 악으로 표방되는 도그빌 마을 주민들에 당하기만 하는 선한 인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녀에게 악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자신들과 구분되는 외부인인 그레이스가 마을에 소속될 수 있도록 뜻을 모은 것이 선을 베푼 행위가 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기존의 공동체에 새로 편입된 타자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자 완전히 뒤바뀐다. 심지어 그녀에게 행해진 악행은 교훈과 마을의 안정 영위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되기도 했다. 개인이 다른 타인을 대할 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행위는 어떠한 좋은 말로도 포장될 수 없다. 그것이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목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러한 가치가 인간 존엄보다 상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람객은 영화 중반부까지의 사건에 대해 마을 사람들을 악한 인물, 그레이스를 선한 인물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체 안이었지만 기존 인물과 외부로부터 편입된 인물이라는 권력 관계 속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사건은 마피아 조직의 등장으로 또 한번 국면을 맞이한다. 이들은 그레이스를 찾으러 온 마피아 조직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끝내 조직에 그녀를 팔아 넘기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마피아 조직이 그레이스를 찾은 것은 다툼으로 인해 마피아 조직의 보스인 아버지에게서 그녀가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모두 패닉에 빠지고, 이 사건은 그동안 존재했던 권력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그녀에게 해온 악행이 있기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징벌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와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여기서 입장차가 확인된다. 그녀는 자신이 악한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생각 또한 남들과는 다르고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하며, 그들을 용서할 수 없고 모두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논의 끝에 그레이스는 아버지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마을 사람들은 조직에 의해 몰살당하는 참혹한 결과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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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반부 사건을 돌아보면, 마을 사람들이 조직에 의해 몰살당한 일은 악한 집단에 내려진 단죄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까지 공고히 가지고 있었던 ‘악한 마을 사람들, 선한 그레이스’의 프레임에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 행위에 대한 부분이 첫번째이고, 그레이스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정죄와 교화가 두번째가 되겠다.


우선 논쟁을 거치긴 했지만 마을 사람들에 대한 대처는 죽음이라는 단죄로 끝이 났다. 물론 그들이 악한 행동을 일삼은 것은 분명 잘못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 또한 완전히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죽였다는 행위에 집중한다면 이 또한 극단적인 해결 방안이었을 뿐, 이를 ‘선’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레이스가 마을 사람들에 대해 용서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그녀가 그 사람들을 정죄할 만한 이유와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녀의 이름과 같이 그레이스는 마을 사람들을 가르쳐 용서하는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관점대로 이는 자신은 상대적으로 무결하다는 또다른 권력 관계에서 오는 선함의 베풂으로 인식되며, 오만이라 여겨질 수 있다. 결국 이는 개인이 다른 타인을 정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남긴다.


이처럼 <도그빌>은 영화 내에서 다뤄지는 여러 사건을 통해 인간은 완전한 선한 존재도, 또한 악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결코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으며,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상황과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다르게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 개념을 주장하며 양심은 인간에게 본연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여건에 이미 제약되어 있는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도그빌>은 관람객에게 ‘우리는 타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내가 그 사람보다 어떤 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또한 나아가 개인이 악을 발현시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를 하게끔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마을의 유일했던 개인 '모세'가 누군가를 향해 짖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울음소리가 각 개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 인식되었던 건 기분 탓일까.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영화, <도그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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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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