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의 운세 [문화 전반]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글 입력 2022.06.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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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월 25일생, 황소자리다. 어느 해에 뱀주인자리가 추가되었다는 소식으로 별자리가 바뀔 뻔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황소자리로 살고 있다. 생활 패턴도 엉망인 데다 기억력까지 점점 감퇴해가는 내 일상에서 유일하게 습관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오늘의 별자리 운세’를 확인해 보는 일이다.

 

운세를 점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전부터 내 주변에는 타로카드나 사주팔자 등을 보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그중 누군가는 단순히 재미로 보는 것이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운세를 맹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원체 그 분야라면 일절 관심이 없었다. 우선 내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싫었고, 좋은 운세가 나오면 몰라도 나쁜 운세가 나오면 하루 종일의, 어쩌면 평생의 기분의 내 기분을 운세에 지배당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처음 사주를 봤을 땐 정말이지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 사주팔자는 거대한 통계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니 어쩌니 하지만, 특히 내 불호에 크게 한몫을 했던 점은 성공의 여부가 바야흐로 38세를 맞아 남편을 잘 만나는 것에 달려있다고 하던 그 구시대적인 해석이었다. 그리고 타로카드는 단순히 친구들끼리 하는 취미로 여겨져서 개인적으로 신빙성도 낮았고, 아직까지는 내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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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렸을 때 매일 식사와 함께하던 아침 방송을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일본에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오전 5시~8시에 방영하고 있는 TV 와이드 쇼 프로그램, ‘오하아사(おは朝)’가 있다. 오하아사는 “안녕하세요, 아침입니다!”라는 뜻의 “오하요, 아사히데스!(おはよう朝日です!)”의 줄임말이다. 그 이름답게 하루를 여는 아침 시간대의 별자리 운세 방송으로, 매일 황도 12궁을 기반으로 한 탄생좌에 따라 오늘의 운세와 행운의 색, 행운의 열쇠를 알려준다.


한때 대중문화의 이곳저곳에 마련되어 있던 별자리 운세 코너의 향수에 젖기라도 한 건지, 오하아사를 접한 이후로 내게는 매일매일 별자리 운세를 확인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내 와닿지 않던 운세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재밌게 여겨지기 시작한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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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옛날부터 사람들은 별을 길잡이로 사용하곤 했다. 말 그대로 길을 찾기 위해 별에 의지하기도 했고, 별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에 대비하며 신성시 여기기도 했다. 별의 움직임이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 그것이 바로 점성학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들을 친숙한 모양으로 잇고 별자리를 만들었다. 점성학 자체에 대한 글은 아니기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점성학의 기본이 되는 12개의 별자리는 태양이 1년에 황도 한 바퀴를 돈다고 여기는 ‘황도 12궁’으로부터 출발한다. ‘황도(黃道)’란 노란빛의 태양이 한 해 동안 하늘에서 지나는 길을 뜻하고, ‘궁’이란 말은 각 영역을 태양·달·수성 등의 천체가 지배하기 때문에 붙여진 표현이다.

 

태양·달·수성 등의 천체들은 황도의 12개 궁을 다스리는 신으로, 이들 천체는 불·공기·물·흙의 특징 중 하나를 띠며 각 궁의 특징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불을 가진 화성과 태양은 열정적이고, 공기를 지닌 목성은 소통을 즐기며, 물을 가진 달·금성은 안정을 추구하고, 흙을 지닌 토성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한다. 수성은 흙과 공기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다.

 

1년에 한 바퀴를 도는 황도를 12로 나누면 한 궁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개월이고, 이 1개월의 시간을 날짜로 치환한 것이 바로 ‘4월 20일~5월 20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황소자리’ 등으로 말하는 별자리별 기간이다. 이로써 별자리 운세는 개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게 되는 궁의 특성과 운세를 보려는 기간을 지배하는 천체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예측하는 원리로 이루어진다.

 

지금에야 과학적인 증명을 통해 점성학은 단순한 미신이나 심심풀이로 치부되고, 과학 기술은 우주에서 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발달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그렇게나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단조로워진 일상을 배회하는 삶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라는 행성에서 달과 일의 궤도에 올라 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별들을 다시금 올려다보며,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지나갈지 궁금해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람들에게 별이란, 사람들의 소망과 상상력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별자리가 내려주는 운세를 따라가 보는 일은, 어쩌면 지금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를 찾은 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운명이란 과연 무엇일까? 일, 공부, 환경, 건강, 관계, ··· 이 모든 요소들이 타이밍 좋게 척척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흔히 운이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이 꼭 운에 좌우되는 것만도 아닌 사례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실 내가 오하아사를 굳이 아침에, 하루를 열며 챙겨보는 것은 아니다. ‘아 맞다, 오늘 운세는 어땠을까’ 하고 자기 전에 뒤늦게 찾아보는 일도 꽤 잦다. 그저 하루에 언제가 됐든, 의례적으로 한번씩 확인해 보며 내 운명에 대한 회고를 해보는 것이다.

 

참고로 내 별자리인 황소자리의 지난 일주일 동안의 운세는 이랬다.

 

 

6/7(화)

1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쉽게 이뤄질거라 생각지도 못 했던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스폰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리뉴얼에 행운이 있을 듯 해요.

행운의 색: 보라색

행운의 열쇠: 우편번호

 

 

6/8(수)

2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 주목합시다.

마음을 눈치채 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나머지는 당신의 마음에 따라 달렸습니다.

 행운의 색: 금색

행운의 열쇠: 기념 촬영

 

 

6/9(목)

11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면역력이 저하되고 있어요. 피곤하지 않도록 충분한 영양과 수면을 챙깁시다.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기회예요.

행운의 색: 분홍색

행운의 열쇠: 여름 자켓

 

 

6/10(금)

8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최근에 불필요한 쇼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돈의 사용법을 체크하도록 합시다.

돈을 관리하는 앱을 활용하면 좋아요.

행운의 색: 갈색

행운의 열쇠: 택시

 

 

6/11(토)

10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해프닝이나 사고에 주의하세요. 능력을 과신하면 실수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은 신중하게 진행하도록 해요.

행운의 색: 흰색

행운의 열쇠: 패션 잡지

 

 

6/12(일)

12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너무 운이 없어서 실망할 것 같아요.

가게에 가기 전에는 영업일이나 시간 확인을 합시다.

사전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해요.

행운의 색: 네이비색

행운의 열쇠: 소파 베드

 

 

6/13(월)

7위 황소자리

금전운 ●●● 연애운 ●●●● 일운 ●● 건강운 ●●●●

연령차가 있는 동료가 증가하면 좋습니다.

견문이 넓어져 새로운 목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점심은 채소가 넉넉한 메뉴로 먹읍시다.

행운의 색: 회색

행운의 열쇠: 유리 소품

 

 

하늘에서 모든 별자리를 굽어살피는 건지는 몰라도, 오하아사만 보면 좋은 운세는 언젠가 꼭 돌아온다. 물론 좋은 운세가 한번 오고 나면, 오랫동안 안 돌아올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운세에 따라 운이 최고인 날도, 바닥인 날도 있었다. 그리고 운세가 바닥인데도 불구하고 끝내주게 좋았던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다.

 

때와 상황에 따라 계시를 해석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듯, 오하아사가 전해주는 별자리 운세 또한 해석의 폭이 꽤 넓다. 기본적으로 인생의 태도에 대한 의미 있는 조언이나 교훈이 적혀 있고, 행운의 색과 행운의 열쇠는 때때로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간단한 확신을 줘서 결정의 시간을 단축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운세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지는 조언을 새겨듣기, 그럼에도 거스르기, 그리고 우연히 행운의 매치가 일어났을 때 은근히 기분 좋아하기 등이 있다. 또, 황소자리라는 별자리는 내게 희미한 인력으로 작용해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황소자리에게 응원을 보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운세가 적당한 흥취로써 내 인생과의 거리감이 적당히 유지되었을 때, 별자리의 힘은 비로소 내게 의미 있게 작용한다. 이렇게 예로부터 별이 불러일으켰던 호기심과 상상력은 지금에 와서도 하루를 상상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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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똑같은 나날들을 보내며 마주하게 되는 단조로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그 하루들로부터 차이를 발견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별자리 운세를 보는 일은 삶에 새롭게 첨가한 약간의 조미료와도 같았다. 반복에 인내라고는 전혀 없던 내게 의미 있는 반복으로 자리 잡았고, 하루를 감상하는 방법에 변화를 일으켰다.

 

어제의 오하아사와 오늘의 오하아사를 비교해보며, 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감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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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연경, 「[커버스토리] 별자리 통해 날짜·계절 판단, 미래까지 읽었죠」, 『소년중앙』, 2016.01.04. 

 

*본 글의 부제목과 소제목, 요약글에는 김이나 작사, 아이유(IU) 노래의 「분홍신」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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