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녀를 그리다 보니, 살아졌다. - 그녀를 그리다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글 입력 2022.06.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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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벽이나 담장을 타고 올라간, 나팔 모양의 진한 주황색을 띤 능소화가 발길을 잡는다.

 

능소화는 양반 꽃이라 불릴 만큼 참 예쁘지만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되어 빈의 자리에 올랐는데, 다른 후궁의 질투와 시샘으로 임금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소화 빈은 그렇게 임금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담장을 서성였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소화 빈은 상사병에 걸려 애절한 유언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담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그렇게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 여름날, 모든 꽃과 풀들이 더위로 고개를 떨굴 때, 빈의 처소를 둘러싼 담을 덮은 능소화는 곱게 피어있었다.] (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죽어서도 담장 너머 임금을 기다리고 있다는 슬픈 전설을 가진 능소화. 그래서 능소화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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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박상천 시인이 낸 <그녀를 그리다>는 예쁜 다홍색의 능소화를 연상케 하는 겉표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능소화는 시인의 아내가 생전 참 좋아했던 꽃이다.

 

당신이 참 좋아했던 꽃, 능소화.

당신,

딸과 남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이렇게 넘겨다보고 있나요? - 능소화 중


우리 인생은 어느 날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어둠 속에 벼려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시인에겐 아내와의 사별이 그랬다.


갑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냈기에, 시인은 한동안 모든 곳에서 아내의 부재를 느꼈다. 그렇게 아내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정리하지 않고 두며, 그는 오랫동안 아내를 떠올리며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시를 썼다.

 

우린 왜 떠나보낸 후에야, 남겨지고 나서야 알게 될까요.

 

하지만 또 우리 인생은 야속하게도 계속해서 흐르며, 견디기 어려웠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문다. 그렇게 시인의 삶에, 시에 점점 아내가 찾아오는 횟수는 줄었고, 그동안 정리하지 못해 그대로 두었던 아내의 흔적도 서서히 지워져 갔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떠난 지 3년,

벌써 이렇게 안정이 되어 가는 건가요?

그래서 갑자기 꽃이 보이기 시작한 올봄엔

오히려 당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 찔레꽃 중

 

하지만 안다. 아내를 떠나보냈을 당시와 그 후 1.2년 동안만큼 슬프거나 힘들지 않다고 해서, 그에게 아내와의 이별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문득문득 그것이 몰려와 그를 슬프게 할 것이지만, 이제는 단지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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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슬픈 시를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아내에 대한 시는 써야지 하고 쓴 시가 아니었고, 오히려 아내에 대한 시를 쓰는 것이 그에겐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10년간 그녀를 그리며 쓴 시를 모아 낸 <그녀를 그리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별의 아픔을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그녀를 위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인숙에게 바친다. 하늘나라에서 읽어줘. 내게도 이젠 몇 년의 세월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당신 그토록 사랑하던 딸과 함께 사는 날까지 잘 살게.] - 2022년 책을 출간하는 뜻을 적다. 박상천


늘 있지만 늘 없는 그녀에게, ‘그녀를 그리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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