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안 미로의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

공기 속 부유하는 노래 선율처럼 자유롭게
글 입력 2022.05.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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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역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호안 미로의 전시회를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개최되는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은 스페인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되었다.

 

부끄럽지만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호안 미로의 이름만 겨우 들어보았을 뿐, 그의 미술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보다 풍부한 전시 관람을 위해 온라인 도슨트 서비스를 구매하였다. 개인적으로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니 미처 알지 못했던 호안 미로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그림에 공감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도슨트는 평일 11시와 14시, 16시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며 프라이빗 특별 도슨트는 홈페이지 및 미술관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니 이용에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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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는 1893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순수한 색과 자신만의 상징적인 기호를 활용한 그림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호안 미로는 전통적인 회화를 부정하는 ‘회화의 암살’을 선언하였는데, 이는 당대 미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인 회화 기법이 아닌 자신만의 화풍을 정의한 그는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통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에서는 특히 그의 작품 활동 후반기 40년에 걸쳐 집성화된 예술적 모티프와 화풍의 발전 양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인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엄선된 7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되며, 그 작품들에는 원색과 제한된 요소들로 상징적인 언어 세계를 만들어낸 호안 미로만의 자유가 그 안에 담겨있다.


호안 미로는 자신의 작품의 해석을 전적으로 관객에게 맡긴다. 시를 좋아했던 호안 미로는, 시인의 작품은 독자에 의해 해석되듯이 자신의 작품 역시 관객에 의해 해석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온라인 도슨트의 설명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에 있어 정해지거나 얽매인 해석을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 있었다. 유화와 드로잉, 석판화, 조각 등을 넘나드는 호안 미로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헤엄치다보면 호안 미로가 자신만의 언어로 전하고자 한 그의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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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은 4가지 섹션으로 호안 미로의 세계를 정리했다. 첫 번째 섹션 기호의 언어, 두 번째 섹션 해방된 기호를 지나 세 번째 섹션 오브제와 네 번째 섹션 검은 인물까지 차례로 호안 미로의 세계가 펼쳐진다.


호안 미로는 특유의 기호들로 자신의 언어를 표현했다. 전시회의 제목인 여인, 새, 별은 그의 그림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기호로, 호안 미로가 보고 느끼는 세상을 표현한다. ‘섹션 1. 기호의 언어’에서는 그의 예술 세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을 표현할 시적 기호로서의 언어를 통합하는 데 매진했고, 그의 작품에서 그러한 기호들이 우주론적인 시야를 펼친다. 그의 기호의 특징은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기호를 그림 속에서 찾아보며 감상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호안 미로의 시각을 공유하는 기분과 함께 그가 표현하고자 한 원대한 자유 속 한 요소가 된 느낌을 받았다.


여인과 새, 별을 비롯한 다양한 기호에 담긴 의미들은 서로 합쳐져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 이러한 기호들은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달리 역시 다양한 자신만의 기호들로 그림 속에 언어를 새긴 화가이다.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그림을 감상하자 보다 풍부한 상상이 가능해서 재미있는 관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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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2. 해방된 기호’에서는 앞선 섹션에서 소개한 기호들이 혼합되거나 재창조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상적이고 암시적인 기호들은 더욱 대담해진 표현을 통해 호안 미로의 원대한 자유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그의 그림은 사실 고도의 계획을 통해 신중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호안 미로는 그의 그림에는 일종의 순환계가 있어서 하나라도 그 위치를 벗어나면 균형이 깨진다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은 치밀한 계획을 통해 즉흥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보다 견고히 건설했다.


그림만 보았을 때는 순간의 영감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 작품인 줄 알았는데, 그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한 후 만들어낸 작품임을 알고 나자 작품이 다르게 보였다. 계획적이라는 말과 즉흥적이라는 말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인 줄 알았는데, 호안 미로의 그림을 통해 나 역시 즉흥적인 개념의 잠재력에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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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는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를 위해 그는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활용했는데, ‘섹션 3. 오브제’에서는 일상 사물에 대한 그의 관심을 느낄 수 있다. 호안 미로는 이미지가 아닌 물질에 집중한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조각과 판화, 직물 등의 작품을 통해 호안 미로는 오브제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그는 오브제를 통해 회화와 동일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오브제를 통해 여인, 새, 별과 밤, 낮, 탈출 등 그의 고유한 언어를 표현하고 있다.


가장 단순한 것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호안 미로는 그 속에서 대상의 핵심을 찾고 가능성을 보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하였다는 작자미상의 풍경화에 그림을 그린 <오리들의 비행, 여인, 별>이었다. 처음에는 한 그림 안에 화풍에 전혀 다른 그림 두 점이 겹쳐 보여 의아했는데, 작품을 만든 과정을 알고 나니 호안 미로의 자유분방함과 신선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또한, 실과 직물을 이용한 작품에서 색다른 재료를 통해 표현된 호안 미로의 기호들을 찾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섹션 4. 검은 인물’에서는 미로의 스타일이 확립된 시기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940년대를 지나면서 미로의 화풍은 변화했다. 어떤 것은 강하게, 어떤 것은 간결하게 변화했으며, 검은색은 인물 형상에 물질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특정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며 모호한 형태이다. 개인적으로 섹션 4의 작품들에서는 앞선 작품들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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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7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만, 호안 미로는 더욱 많은 양의 작품들로 자신을 세상에 기록했다. 전시회장을 가득 채운 그의 그림과 작품들, 벽 한 쪽을 꽉 채울 정도로 긴 그의 일대기를 보며 잠시나마 그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호안 미로의 작품은 순수한 어린 날 만들고 그렸던 작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과감한 선이나 원색의 선명한 색들은 거리낄 게 없었던 유년 시절을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한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그림에 호안 미로가 전시 상황에서 삶을 보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세계 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었던 호안 미로가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섹션 4에서 느꼈던 묘한 불안감과 공포가 그의 내면에서 기인한 것이 맞다면, 전쟁이 그에게 끼친 영향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관람은 마치 하나의 여행 같았다. 그림 전체가 독특하고도 확실한 호안 미로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했으나, 이내 그것은 별로 좋은 자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호안 미로가 그림에 담으려 한 것이 원대하고도 자유로운 상상력이라면 나 역시 그에 걸맞은 상상력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정답이 없을 것이고, 내가 어떤 해석을 내리든 호안 미로는 고개를 끄덕여줄 것 같았다. 그러므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을 관람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상상해보라. 그러면 그 생각과 상상이 그림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 숨 쉴 것이다.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별자리나 공기 속 부유하는 노래 선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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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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