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싹한 재미가 있는 위로, '팀 버튼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2.05.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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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괴물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정말 즐겨봤다. 한 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보통 아이들은 동화 속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지만, 난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 내부 벽면에 적힌 팀 버튼의 말이다. 그런 그가 만들어낸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등의 괴수들은 그저 무섭기만 한 악역이 아니다. 그들은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이야기를 부여받은 존재들로, 유머와 공포- ‘카니발레스크’를 드러낸다. 이는 팀 버튼의 작품에서 늘 포착되는 주제다. 이러한 카니발레스크를 어떻게 한평생 그려왔는지, 더욱이 <굴 소년>과 같이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어떻게 카니발레스크로 위로했는지를 이번 <팀 버튼 특별전>에서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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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시 섹션 - 인플루언스 (INFLUENCES)에서 볼 수 있듯, 팀 버튼의 유년기는 마냥 명랑하지 않다. 항상 그림을 그리는 아이, 그런 그림에서 밝은 색채보다 괴이한 형태가 눈에 띄는 아이. 이게 그의 어린 시절 스케치를 보고 마주한 나의 첫 감상이었다. 그리곤 괜히 뜨끔했다. 나 역시도 아주 어릴 적부터 예고 진학까지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어린이란 대개 두 가지다. 항상 밝은 미소가 걸려 있고 천진난만한 행동을 일삼는 순수의 이미지, 또는 어른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고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애늙은이 이미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는 현실을 모두 비추는 창이 아니다. 때론 조금 음울하고, 숫기 없이 조금 겉돌면서,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버리는 아이도 있다. 어쩌면 그건 반짝반짝 빛나는 미디어 속 소수의 아이를 제외한 대부분 어린이가 가진 특성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정확히 그런 아이였다. 어른들에게는 쭈뼛쭈뼛 어색하게 목례하고,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는 대화가 불편해 고개를 박은 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다. 확실히 미디어 속 두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나였기에, 팀 버튼의 초기 그림들을 보고서 어쩐지 멍해졌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른 공간도 첫 번째 섹션이었다. 그의 그림은 공감이었고, 위로였으니까 말이다. 사실 나는 유년기의 기억이 별로 없다. 점심시간이나 하교 때가 되면 늘 도서관에 앉아있던 것, 미술학원과 집에서 항상 그림 그리던 것을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인 고교 재학 시절은 더더욱 전혀 생각나는 게 없다.

 

체육대회나 소풍이 그렇게 재밌었고, 교복이 그리우며, 급식이나 매점에서 먹던 게 아직도 선명하다는 이들과는 달리, 정말 하나도 추억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게 학교는 불편한 공간이었고, 어떻게든 잊으려 노력하게 되는, 애당초 힘들어서 다 까먹어버린 세상이었다. 그때 그래도 학교를 그만두거나 하던 공부를 버리지 않은 건 무엇보다 그림과 책, 조금 더 커서는 영화라는 위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이기도 했다.

 

아무튼, 너무 내 얘기만 해서 창피하지만, 팀 버튼의 무제 시리즈는 그만큼 큰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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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작품 <공포 영화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킹콩, 고질라 등 여러 괴수를 사랑해왔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들처럼 공포스러운 외모를 지녔거나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그들의 겉모습만 봤을 때고, 그들의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 자라지 못한 꼬마가 있다. 팀 버튼의 작품에서 그런 인물들은 어떠한 인물 또는 계기로 위로받고, 동시에 자신과 관객의 닮은 점을 조명해 우리에게도 자신이 받은 위로를 건넨다.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사실 고통받는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란 참 고맙지만, 때론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이를테면 적적하지 않은 위로라고 해야 할까. 공포와 유머를 섞어 내놓는 위로, 카니발레스크가 바로 그것이다.


카니발레스크는 전통적인 가치체계나 위계를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의도적으로 전복시키는 문학 양식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사전적 정의는 딱딱하고 재미없을 거다. 이해도 어렵고. 간단히 말해 다섯 번째 섹션 - 오해받는 낙오자 (MISUNDERSTOOD OUTCAST)에서 볼 수 있던 ‘굴 소년’이 바로 그 예시다.

 

작은 극장으로 된 전시실에서는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상영하는데, 굴 소년의 부모는 굴 소년을 낳은 뒤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굴이 정력에 좋으니, 아드님을 먹어보라”는 그로테스크한 처방을 준다. 부부는 고민하다가, 결국 굴 소년을 잡아먹는다. 굴 소년의 아빠는 “다음엔 딸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를 하며 본 단편 작품은 끝이 난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땐 괴기한 전개와 공포스런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두 번 더 감상하니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굴 소년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슬퍼했고, 굴 소년의 부모는 자신들의 성생활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다가 돌팔이 의사의 제안에 아들을 마시듯이 먹어 치운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딸을 갖고 싶다’라니! 무서운데 어쩐지 익살스러운 이야기- 이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사실, 그 형태만 극단적으로 다를 뿐이지, 무관심한 부모와 방치된 아이는 우리 주변에 무수히 존재한다. 그래 놓곤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자식 개인의 실패로 판단해버리는 경우도 참 많다. 어쨌거나 이러한 가정 내 무관심을 다룬 콘텐츠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담겨있기 마련인데, 그런 감상을 넘어 아예 해학으로 풀어버린 단편이 바로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다. 유머와 공포의 그것, 바로 카니발레스크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꼭 여러 회차 감상하길 추천한다. 덧붙여 전시장 바깥에 마련된 포토존 주변에 해당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스크린이 있다. 여기서도 한 번 더 이 유머러스와 그로테스크의 이야기를 즐긴다면, 분명 팀 버튼특유의 ‘카니발레스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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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이번 전시를 방문하게 된 건 팀 버튼과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공감’ 때문이었다. 필자는 모든 사람에게 감춰지거나 숨겨지지 않는 차이만 있을 뿐, 결핍이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런 결핍은 단점으로 보이기도 해서 기왕이면 드러나지 않도록 잘 묻어두곤 한다. 나도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은 사람 중 하나이고, 그러다 보니 일정 부분을 토해내지 않고선 감출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팀 버튼은 그런 결핍을 일단 냅다 보여줘 버리는 작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불쾌감과 공감을 동시에 줄 수 있었고, 그 방식에서 역시 독특하게 유머와 공포를 결합하는 형태를 취해 오싹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건 그와 비슷한, 어쩌면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묘한 특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감동했다. 오랜 기간 팀 버튼은 단순한- 말뿐만 아닌 위로가 아닌, 진심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였기 때문이다.


해당 전시는 오는 9월 12일까지 휴관일 없이 진행된다. 꼭 즐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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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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