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틀림이 아닌 다름, 다름이 아닌 다양 [드라마/예능]

세상의 끝없는 다양성 속, 나에 대해 <하트스토퍼(Heartstopper, 2022)>
글 입력 2022.05.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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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이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무엇일까? 아마도 마약, 담배, 술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하이틴이라는 장르는 영미권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어리게는 중학생들부터 많게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하이틴 드라마들에는 10대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가득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하이틴 드라마에 꼭 나와야 할 3가지처럼 바이블이 되어가고 있다.


술과 담배, 마약을 제외하고도 많이 나오는 것은 바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하이틴은 동성애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저 주인공이 나오지 않을 때 가끔 등장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조연1 혹은 주인공의 친구이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조연1이었다. 하이틴 드라마에서 동성애의 비중은 이 '괴롭힘'에 치중되어 있었다.


과감 없이 나오는 비하 표현과 폭력들은 동성애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보다는 드라마에 자극적으로 노출되는 장면들을 학습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트스토퍼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자극적이고 피폐한 이야기들을 답습하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10대들에게 희망적인 길을 제시한다.

 

 

*

드라마 <하트스토퍼>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난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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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스토퍼에는 총 7명의 주된 인물들이 나온다. 그중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바로 찰리와 닉이다. 찰리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웃팅(Outing)을 당한 동성애자이며, 닉은 하이틴에서 흔히 나오는 잘나가는 학생 중 한 명이다. 흔한 하이틴 드라마라면 이 둘의 관계는 괴롭힘의 피해자와 가해자일 것이다. 찰리는 동성애자이자 너드(Nerd)이고, 닉은 잘생긴 데다가 럭비부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찰리를 처음 만난 닉은 스스럼없이 친구로 대했고, 둘은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트스토퍼에는 이렇게 하이틴에 나오는 동성애자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깨는 경우가 많다. 찰리가 럭비부에 들어간 것도 그중 하나이다. 그동안 하이틴에서 비친 럭비부의 이미지는 소위 말하는 킹카들이 모여 있는 곳, 공부를 하기보단 운동만 하는 곳 그리고 여러 가지 괴롭힘의 주축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런 상징적인 럭비부에 너드이자 동성애자인 찰리가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를 부수며, 전형적인 하이틴들 속 경쾌함을 선사한다.

 

또한, 그러한 편견을 깨는 것에 이바지하며, 드라마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 바로 닉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럭비부의 주장이자 잘나가는 학생 중 한 명인 닉은 찰리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이 스스럼없는 친구 관계는 찰리가 닉에게 가지는 호감과 함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닮아 간다. 그리고 사랑을 닮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확정 짓는 과정이 굉장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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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평생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도 그럴게 닉은 캐리비안 해적의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했으며, 예전에는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키스도 했다. 그런 닉에게 불쑥 다가온 감정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당연했다. 기존 하이틴의 인물은 이런 혼란스러움을 동성애자들에게 여러 가지 폭력으로 해소했다. 하지만 닉은 혼자 조용히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며, 결국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다.

 

닉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닉을 연기했던 배우, 킷 코너(Kit Connor)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Positive한 접근이다. 여태 하이틴은 10대들을 위한 하이틴이 아니었다. 심지어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하트스토퍼는 처음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커밍아웃(Coming Out)까지의 과정을 Positive하게 보여주며, 같은 고민을 하는 10대들을 위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틀림이 아닌 다름, 다름이 아닌 다양


 

하트스토퍼는 다수의 사람과 다른 소수의 사람을 보여주어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하트스토퍼가 공개되고,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을 이야기하는 여러 단어들로 떠들썩했다. 게이, 레즈비언, 에이섹슈얼부터 바이섹슈얼까지. 그저 성소수자로 통칭되는 소수 안에서도 그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굉장히 많았다. 드라마의 인물들도 그저 성소수자가 아니었다. 찰리는 게이였으며, 닉은 바이섹슈얼이었고, 달시와 타라는 레즈비언, 엘은 트랜스젠더였다.

 

또한, 성지향적인 고민을 제외하고도 10대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민도 가득했다. 친구 사이에 대한 고민, 처음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어려움,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에서 겪게 되는 여러 고민들까지. 하지만 그들이 다수와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모습과 이야기로 비추는 경우는 없었다.

 

이렇게 다양함을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서 한 가지 상징적인 부분은 기성세대, 부모님과의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하이틴이 아니더라도 성소수자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은 기성세대와의 갈등이었다. 커밍아웃한 아이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부모님에 상처를 받고, 부모님은 아이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하트스토퍼의 어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인정하며, 그들을 존중했다. 드라마는 같은 고민을 하는 10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은 바로 힐링이었다. 기계처럼 찍어내던 전형적인 하이틴, LGBT 드라마의 피폐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은 더욱 자극적인 장면을 담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뭐든 빨리 배우는 나이가 아니던가. 아무리 비하와 폭력이 나쁘다는 말을 하고 있을지라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그들이 학습하기에 너무 좋은 빌미를 마련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트스토퍼와 같은 작품은 마치 교과서 같았다. 무해하고 유익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오며, 배울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알았다면, 이제는 다름과 다양함을 구별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모든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서 하트스토퍼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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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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