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속 음악들 [음악]

영화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 영화 음악
글 입력 2022.04.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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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애프터 양’을 기자시사로 먼저 보고, 이후에 있는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애프터 양’은 ‘파친코’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2021년 제 74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되었고, 202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Alfred P. Sloan Feature Film Prize’를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중국인 입양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돕는 안드로이드 로봇 ‘양’이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고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었습니다. 필름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하고 결국 그 이면에 숨겨진 더 큰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스릴러의 문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천천하고 여유롭고 따스한 시선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잘 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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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기자회견. 심오한 주제의식 때문인지 ‘다문화’, ‘다양성’과 같은 질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각을 다투며 글을 발행해야 하므로 모호한 주제에 대해 딱 잘라 말해줄 것을 원해서인 것 같았습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다루지 못했을 글을 쓰고자 합니다.

 

 

 

영화 음악에 관한 이야깁니다.


 

영화는 앰비언트 음악으로 채워졌습니다. OST 앨범의 16곡 중 1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앰비언트 음악이었으니 ‘전부’라는 단어를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앰비언트 음악이란 앰비언트 사운드를 이용해 만든 음악을 말합니다.

   

 

"그러던 중 찾게 된 것이 ASMR 앰비언스였다. 익히 알고 있는 ASMR과 달리 앰비언스라는 단어가 조금 어색할 수 있다. 앰비언스(Ambience)란 한 공간에서 나는 모든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도서관에 있다면 책장 넘기는 소리, 누군가 지나가는 발소리, 창문 너머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 등 모두 포함한다. 영화에서도 현장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앰비언스가 쓰이는데,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ASMR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앰비언스’라고도 불리는 앰비언트 사운드는 효과음을 넣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의미합니다. 앰비언트 음악은 다양한 앰비언트 사운드 샘플을 활용하여 만든 음악이 되겠습니다. 음악 평점 사이트 ‘RYM(Rate Your Music)’에서는 ‘관습적이거나 관습적이지 않은 악기들, 사운드 클립, 보컬 클립과 함께 특정한 분위기나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음악적 구조보다 실제적 소리를 강조한 음악(Ambient music puts emphasis on actual sound than musical structure, aimed at forming a particular atmosphere of mood with the help of conventional and unconventional instruments, sound clips, and sometimes vocal clips.)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용한 기사는 김예솔 에디터의 ‘글 쓰는 당신을 위한 컨셉츄얼 ASMR’입니다. ASMR 앰비언스에 컨셉을 더한 ‘컨셉트로니카’에 대한 내용입니다. 본문에 나오지 않아 덧붙이면, ‘컨셉트로니카’는 특정 컨셉을 가진 전자음악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ASMR 컨셉트로니카와 앰비언트 음악은 모두 앰비언스로 만든 전자음악이기 때문에 접점이 많습니다.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적 요소로서의 앰비언스에 대해 말하고자 하여 앰비언트 사운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앰비언트 음악은 영화의 수록곡으로 자주 쓰이기도 하고, 영화 음악 제작자들이 앰비언트 음악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대표적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영화 음악가입니다. 더불어, 앰비언트 음악을 만드는 ‘전자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필드 레코딩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일상적 소리 샘플을 수집하고 그것을 음악에 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GQ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과 소음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소리’ 자체로는 차이가 없어요. 잡음도 음악의 일부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음악과 소음으로 분리하지는 않아요. 소리와 음악의 차이는 조금 있어요. (밖에서 들리는) 저런 접시 소리 같은 단순한 소리가 있고, 음악은 멜로디, 하모니가 있죠. 물론 그렇지 않은 음악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죠. 하지만 소리 안에는 악기도 있고, 목소리도 있고, 소음도 있고, 저는 그걸 전부 같은 걸로 받아들여요.”

 

 

영화의 메인 테마인 ‘Memory Bank’는 그가 만든 곡입니다. ‘양’을 정상적으로 재가동하는 것에 실패한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양’을 추모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양의 몸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품을 안경 모양의 리더기에 넣고 그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 리더기를 착용하면, 이 곡이 흐릅니다. 관객들은 이 곡을 통해 ‘양의 추억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앰비언트의 대척점에 있는 음악이 바로 ‘테크노’입니다. 테크노는 120~150 BPM의 속도에서 신시사이저로 만들어진 반복적인 리듬의 어두운 분위기의 댄스 음악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만들어진 테크노는 독일로 넘어가 붐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곳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르크하인 무대에 오른 첫 한국인 여성 DJ인 ‘페기 구’ 또한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테크노는 영화 ‘애프터 양’에서 안드로이드 로봇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초반 부, 양은 가족들과 함께 VR 가족 댄스 대회에 참석합니다. 양을 포함한 4명의 가족은 그동안 갈고 닦은 댄스 실력을 뽐냅니다. 물론 누군가의 실수로 중도 탈락하긴 하지만요. 그때 나오는 음악이 첨부된 ‘Welcome to family of 4’입니다. 곡은 OST 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댄스곡으로, 양이 작동을 멈추기 전 가족들의 화목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을 상징합니다. 테크노에 맞춰 테크노를 추는 테크노.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덧말) ‘애프터 양’과 게임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테크노’의 고향인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퀸튁 드림의 대작,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주인공인 ‘카라’는 양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대신 양육해주는 보모 로봇입니다. 더불어, 영화에서 ‘양’이 사랑하는 복제 인간의 이름은 ‘에이다’입니다. ‘에이다’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활약하는 비밀 스파이로 영화의 ‘양’과 마찬가지로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곡만 더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양’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는 주요 모티프로 쓰이는 ‘Glide’입니다. ‘Glide’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 것’의 오프닝곡입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은 배우 아오이 유우는 이 영화로 데뷔했습니다. ‘릴리슈슈’는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가상의 스타 밴드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하며 가상의 밴드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릴리슈슈’에 관한 정보나 사건등을 업로드했습니다. 여러 개의 아이디로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고요. 이 과정에서 홈페이지가 점점 커지고, 활발해지게 됐는데요. 소설에는 그것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합니다.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a melody,

just like a simple sound like in harmony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a wind,

just flowing in the air through an open space

 


에이다와 함께 양을 보내주러 가는 길, 에이다에게 양은 '인간'이 되고 싶어 했냐고 묻습니다. 에이다는 톡 쏘는 눈빛으로 당돌하게 대답합니다. '너무 인간 중심적인 사고 아닌가요?'하고요. 양은 찻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직 어린 동생을 사랑하여 살뜰히 보살피는 안드로이드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인간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해서 진짜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서로 사랑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사랑하는 로봇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화음 속 단음(單音)이 될 거야', '나는 열린 공간 속 기류 될 거야'라는 가사에서 그런 양의 소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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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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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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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테르
    • 에디터분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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