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콤한 인생 한 조각, 쌉싸름한 인생 한 잔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도서]

따뜻한 빵집에서 보내는 고소한 위로
글 입력 2022.04.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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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띠랑 작가는 5년 동안 일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그리고 빵집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엮어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을 펴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힘들게 살아왔을 텐데, 정말 열심히 달려왔을 텐데 어떻게 그 모든 걸 멈추고 다시 걸을 생각을 할 수 있지? 주제넘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오만했던 생각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휘발됐다. 나는 속단하고 있었던 거다. 개띠랑 작가는 그야말로 ‘개 같은 사회를 경험한 후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작가 소개말 발췌) 그 후, 누구보다도 인생을 현명하게 그려가는 중이다. 의문들은 점차 공감으로 변했다. ‘나도 이런 적 있는데.’ 이 생각을 에피소드마다 했다. 책장을 덮었을 땐 왠지 모를 동질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개띠랑 작가는 내게 위로를 주었다. 느려도 괜찮으니 내 속도에 맞춰 살아가도 된다고 말한다. 개띠랑 작가는 지금의 내가 꼭 들어야 할 말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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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낳괴. 언젠가부터 내 이름 앞에 붙어 있던 단어였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으로, 수능이 끝난 이후부터 아르바이트를 멈춘 적이 없어서 얻게 된 별명이었다. 시험 기간에도 아르바이트를 빼지 않고, 아픈 날에도 기어이 출근을 하는 내게 친구들은 자낳괴라고 했다.


수능이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진 고등학생은 무작정 편의점에 들어가서 알바 자리가 있냐고 물었다. 그렇게 얻게 된 첫 아르바이트는 지금의 내 성격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인성의 80%를 이곳에서 버렸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첫 해외여행을 갈 경비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무더운 여름 하루 세 시간씩 무거운 접시를 나르던 그때는 몰랐다. 1학년이 지나고 난 후, 진짜 자낳괴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일복이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어디를 가든 들었던 말이다. 나는 2학년이 되자마자 말 그대로 일복이 터졌다. 학원 아르바이트를 구하자마자 도서관 근로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에는 과외도 시작했다. 쓰리잡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물류 센터도 몇 번 나가보았고, 몇 명의 과외 학생이 더 생겼고, 파스타 가게에서도 일해 보았다. 그동안 일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단 하루 일했던 편의점 야간 알바부터 3년 동안 일했던 도서관까지 알바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았던 대학 생활의 절반, 아니 8할은 아르바이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았다. 몸은 힘들어도 금융 치료 한 방이면 또 일을 나갈 기력이 생겼다. 그래, 나는 자낳괴가 맞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모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과외 수업만 하고 있다. 올해 3월, 일을 그만두고 과외까지 잠시 쉬었다. 한 달하고도 절반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좋았다. 이제 더 이상 9시 출근은 없었다. 마음껏 늦잠을 잘 수 있었다. 평일 점심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아르바이트 일정을 조율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쩌다 늦게 잠에 들 때 더 이상 출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전부 잠깐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슬슬 잔고는 바닥을 보이는데,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되나? 한 번 생긴 불안의 불씨는 점점 몸집을 키워갔다. 결국 두 달도 되지 않아 나는 또다시 바쁜 일정 속에 나를 밀어 넣어 버렸다.


그랬기에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의 개띠랑 작가는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개띠랑 작가는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무언가에 쫓기는 꿈을 꾸고 깨어난 후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물론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나 역시 아르바이트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세상에는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었고, 나는 그들을 응대하며 점차 사회생활의 달인이 되어갔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는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들 덕에 진땀 깨나 흘렸다. 다짜고짜 동네 장사 운운하며 20원짜리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달라는 손님들이 하루에도 몇 분씩 오셨다. 민증에 잉크도 안 마른 미성년자들의 술, 담배 구매 시도는 멈출 줄을 몰랐다. 카페에서 일할 때는 기존 직원들의 텃세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선생님을 을로 생각하던 과외 학생의 학부모는 수업료를 제때 주지 않았다. 학원과 도서관, 파스타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은 차마 이곳에 다 적지 못할 정도이다.


개띠랑 작가는 나보다도 더 힘든 직장 생활을 견뎠다. 그것도 5년이나! 그 시간들을 견뎌낸 개띠랑 작가의 고생을 속단했던 게 너무 미안해졌다. 그리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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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버리고 어쩌다 알바생]은 개띠랑 작가의 빵집 아르바이트 일화를 소개한다. 귀여운 그림의 만화와 한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글로 소개되는 일화들은 일단 가독성이 좋다.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 중 틈틈이 읽어도 전혀 부담되지 않을 정도이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후루룩 읽어 내릴 수 있을 만큼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아니, 귀엽다! 아니, 공감된다!


개띠랑 작가의 그림은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단순해 보이는 간결한 그림체는 그가 보여주는 일화들에 생기를 더한다. 귀여운 그림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고 공감되는 것들이다. 나는 빵집에서 일해보지 않았지만,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고 하지 않던가. 개띠랑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중 몇 개를 꼽아보자면, 바로 서비스에 관한 것이다. 개띠랑 작가는 알바 경험이 좀 쌓이고 나자, 서비스 빵을 줄 수 있는 재량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당당히 서비스를 요구하는 진상 손님에겐 자체적으로 서비스 빵 증정을 중단한다고. 나 역시 그랬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였다. 원래 규정에는 가족 구성원의 카드를 이용해서 대출을 할 때, 본인의 카드를 꼭 함께 가져와야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간혹 이 규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 처음 한 번 정도는 내 재량껏 가족 구성원의 카드만 가져와도 대출을 해주었다. 그리고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비고란에 규정을 안내했다고 적어두어서 그다음부터는 되도록 본인의 카드를 가져와야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가끔 비고란에 규정을 안내해드렸다는 말이 몇 번이나 적혀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대출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단호하게 돌려보내고는 했다. 버젓이 존재하는 규정에 대한 안내를 몇 번이나 해드렸는데도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요구를 하나하나 들어줄 수 없는 법 아닌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개띠랑 작가는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들의 포인트 번호를 외우거나, 자주 사가는 빵을 기억한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유형의 단골 이용자들이 정말 많다. 무조건 2배 대출이 가능한 금요일에만 오셔서 무조건 일본 소설로 14권을 꽉 채워 대출해가시던 분이 계셨다. 그 분이 오시면 잠시 일본어 소설 서가의 정리를 멈추면 된다. 신간이 들어오는 금요일 아침마다 신간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다. 그 분은 들어오시면 항상 대출대 옆 돋보기를 꺼내 들고 가셨다. 그 때 먼저 신간이 올라오는 시간을 말씀해드리면 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도 그랬다. 매일 오셔서 담배 한라산을 구매해가시던 손님이 게셨다. 그 분이 멀리서 보이면 미리 한라산을 꺼내서 계산대에 올려두곤 했다. 내가 그만두게 되었을 때 그 손님은 정말 아쉬워하시며 이런저런 덕담을 해주셨다.


공감되는 일은 또 있었다. 바로 도와주는 손님들이었다. 개띠랑 작가가 무척 바빴던 날, 빵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손님에게 다른 손님이 대신 대답을 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편의점 알바를 막 시작했을 즈음,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담배는 처음 봤다. 종류가 무지막지하게 많았고, 위치도 다 외우지 못해 담배를 찾는 손님이 가장 무서웠다. 물론 퇴사할 때쯤엔 담배 위치부터 줄여 부르는 이름, 변경 전 이름까지 외울 수 있었지만 초반에는 매번 생소한 담배를 찾느라 진땀을 뺐다. 그럴 때마다 손님들은 나를 기다려주셨다. 그뿐인가? 십중팔구 함께 담배를 찾아주셨다. 그때의 감사함과 따뜻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이 외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겼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개띠랑 작가의 일화를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를 웃게 하고, 힘 나게 하고, 때로는 눈물 나게 힘들게도 했던 일들을 떠올리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면, 사람을 대하고 있다면,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면 무조건 하나 이상의 에피소드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직종과 업무가 달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말 누구든지 이 책과 함께라면 가‘족’같이 일했던 일터가 하나쯤은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다. 그런 걸 차치하고 개띠랑 작가의 이야기는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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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생이 힘들다면, 자신이 멈춰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아니라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면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을 읽어보라. 어디선가 느껴지는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포근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개띠랑 작가는 느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조금씩 걸어 나가도 된다고 말한다, 빵집에서 만들어내는 빵처럼 인생 역시 어떻게 반죽하고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과 모양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항상 쫓기듯이 살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의 내가 대단하지 않으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쉬지 않고 일하고, 쉬지 않고 뭔가를 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여전히 초라한 스스로에게 비난만 퍼부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은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했다. 다른 친구들은 더 멋진 삶을 사는 것 같고 다들 즐기는 것 같은데 나는 뭐 하나 해내는 것도 없이 바쁘기만 한 것 같았다. 정말 효율성 없이 사는 것 같아 나를 더 닦달하기만 했다.


개띠랑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길이 없는데 무작정 걷는 것만 같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현실에 가끔 걱정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개띠랑 작가는 결국 자신의 속도를 찾았고, 그 속도에 맞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개띠랑 작가는 조금은 느려도 스스로에게 응원의 말을 전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이 글을 읽은 당신도 그렇다. 우리는 어제를 견뎠고, 오늘을 살았고, 내일을 살아낼 것이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나’로 존재하고, 한 발을 내디뎠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응원의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잘했어,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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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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