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운명의 동전에 목숨을 맡기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쉬거의 동전 던지기 장면을 들여다보다.
글 입력 2022.04.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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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소개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돈 가방을 훔친 사냥꾼을 쫓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추격전과연쇄 살인마를 뒤늦게 쫓는 베테랑 보안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드 톰 벨’은 연쇄살인범을 쫓지만 추격은커녕 뒤늦게 살해현장과 흔적만을 발견하는 베테랑 보안관이다. 그리고 연쇄살인범 ‘안톤 쉬거’는 돈 가방을 훔쳐 간 ‘르웰린 모스’를 추격하는 와중에 이유 없이 장난감처럼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개인적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두려움에 덜며 악몽까지 꾸었던 스릴러 영화였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영화를 많이 봐서 무뎌졌다고 믿었는데 이 영화는 특별히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최근에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사람이 죽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해도 잔인한 살인 씬은 찾을 수 없어서 의아했다.

 

과거의 나는 어디에 두려움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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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동전으로 결정되는 운명


 

르웰린 모스를 추격하는 연쇄살인범 안톤 쉬거는 독특하다. 독특한 단발머리를 하고, 문고리를 뚫어버리는 도살용 공기총을 들고 다닌다. 가장 특이한 점은 무자비한 살인 행각을 일삼는다는 점이다. 살인은 아무 이유도, 맥락도, 감정도 없다. 단지 운에 의해서 살인이 결정된다. 운은 곧 그의 세계에서 가장 공평한 규칙이라고 믿고 충실히 따른다.

 

그의 독특한 철학은 잡화점 주인과의 신경전에서 드러난다. 한 잡화점에 들어간 안톤 쉬거는 신경을 거슬리는 잡화점 주인에게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주인장은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하나를 선택한다. 잡화점 주인은 운이 좋게도 생명의 면을 잘 고른다. 안톤 쉬거는 우연이 준 결과에 승복하며 퇴장한다.

 

목숨을 건 동전 내기 씬을 통해 안톤 쉬거가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기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줏대 있고 공평하게 결정한다. 단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우연이라는 법칙을 통한 판단이 가장 공평하다고 믿을 뿐이다.

 

이 장면은 나의 악몽에 등장했다. 꿈속에서의 나는 잡화점 주인으로 등장해 동전을 잘못 선택했고, 죽음을 맞이하려던 찰나에 꿈에서 깼다.

 

재밌게도 영화 속 동전 던지기 장면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 특별하게 무서운 연출이나 음향효과도 없다. 그저 안톤 쉬거의 살인과 추격만으로 압도당했다. 차분하고 무심하게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공포심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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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개연성 없는 현실


 

권선징악, 보상과 응징 서사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악한 짓을 했으니 처벌받는 건 당연하다는 인과성과, 악한 짓을 하지 않으면 응징당할 일이 없다는 안도감과 함께 편안하게 몰입하며 시청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악의 질서를 따르는 일보다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일이 더 많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무의미한 일들이 가득한 현실을 잘 드러낸다.

 

우연으로 결정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나라에서는 모두가 지켜온 상식과 법칙을 깨부수는 안톤 쉬거와 같은 사람을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그를 체포한다고 해도 풀려나면 또 죽이고, 기회가 된다면 또 죽일 뿐이다.

 

이렇게 우연으로 작동하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에드 톰 벨은 일반인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

 

드라마같은 보상과 처벌의 세계는 과연 존재할까? 보상, 처벌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사실 그게 다 우연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영화는 이에 대한 대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제는 당신이 결정할 차례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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