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한’ 나는 없다. ‘원래 그런’ 나와 당신만 있을 뿐! [사람]

MBTI 순기능
글 입력 2022.02.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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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engyart on Unsplash

 

 

MBTI가 유행할 때 난 그것을 믿지 않았다. 원래 모든 테스트는 상대적인 심리를 이용한 거야, 어떤 게 나와도 다 내 얘기처럼 느껴질 걸? 하며.


2년 뒤 겨우 유행에 편승하고 보니 내 MBTI는 MBTI를 불신하는 MBTI였다고 한다. 그 뒤로 난 MBTI를 맹신하기로 했다. MBTI는... 과학이다...!


MBTI 과몰입을 넘어 이미 과도기에 정착한 시대. 처음 보는 사람과 스몰톡을 나눌 땐 MBTI 만한 게 없고, 스타들은 자신의 MBTI를 공개하며 셀링한다. 면접용 MBTI가 나온 지도 오래. 소극적이고, 충동적이고, 공감능력이 너무 떨어지면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 거라 짐작하는 꼰대들 때문에 ‘좋은 것들만’ 모아놓은 직무별 MBTI를 준비해 가야 하는 시대에 도래했다.


부작용은 더 있다. MBTI를 핑계 삼아 자신의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생겼다. 예를 들어 난 이성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ST*형이기 때문에 ‘원래 이래’라며 실례를 범하고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쿨한 나에 취해 눈살 찌푸려지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난 MBTI 수혜를 톡톡히 받은 사람이다. 나 자신을 긍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INFP라는 걸 알게 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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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idya Nada on Unsplash

 

 

 

낯을 가려도 되는 나



새 학기마다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내 책상에만 앉아있던 어린이, 누군가 먼저 말 걸어줄 때까지 한 마디도 못하던 청소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끼지 못해 홀로 우왕좌왕하는 법적 성인. 그게 바로 평생의 나다.


왜 나는 사회성이 없는 건지, 서글서글하고 조금은 뻔뻔하게 사람들에 먼저 다가갈 수 없는 건지, 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것마저 이렇게 고민하고 눈치 보는 건지,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오래토록 스트레스 받았었다.


이에 MBTI는 ‘너 E(외향성)이야 I(내향성)이야?’라는 질문이 보편화된 세상을 만들어줬다. 얘기에 잘 끼어들지 못하고 어색한 얼굴로 뻥긋거리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역시 I네요~’ 라며 그럴만한 이유를 달아준 것이다.


MBTI는 사람별로 ‘타고난 성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었다. 내가 ‘남들처럼’ 될 수 없었던 이유,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지 않았던 이유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이상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았고, 이건 그저 하나의 ‘유형’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극도의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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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erise VD on Unsplash

 

 

좋은 건 타인에게 상처 받는 일도 적어졌다는 것이다. ‘나 차 사고 났어ㅠㅠ’ 라는 말에 ‘보험은 들었어?’ 라는 말이 돌아온다면? 사고형 S는 ‘그래 내가 그걸 들었었나..?’ 현실적인 걱정을 한다지만 감정형 F는 ‘괜찮냐고 먼저 물어봐줘야 하는 거 아냐?ㅠㅠ’ 라며 눈물을 펑펑 흘린다고 한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F인간 나는 평생 S형 엄마에게 상처 받았었다. 힘든 일에 대한 대처 매뉴얼은 다 나와 있지만 난 그게 필요한 게 아닌데. 당장의 힘듦을 부둥부둥 위로 받고 싶은 건데! 나의 어머니는 한 번도 그래준 적이 없었다. 힘들어? 그럼 이렇게 해보던지! 하는 무심함 뿐이었다. 오히려 충고 내지 잔소리와 더 비슷했다.


지금에야 성인이니 엄마가 해주지 않을 위로를 대신 해줄 친구들이 있다지만, 의지할 곳이 부모님 밖에 없던 어린 시절엔 그게 꽤나 큰 상처였다. 난 위로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 라는 자괴감은 ‘비정상적이고 예민하고 나약한 나’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였다.


MBTI를 통해 엄마를 좀 더 이해해보기로 했다.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 엄마 입장에선 상황을 개선시킬 객관적 조언이 최선의 위로일 수 있었음을 받아들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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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acqueline Munguía on Unsplash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의 MBTI, 아니 타고난 성향이 부럽긴 하다. 사교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을 누가 부러워하지 않겠는가. 16가지 유형 중 가장 돈 못 버는 꼴찌 MBTI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팍팍할 뿐이다.


그럼에도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게 됐다. 퇴근 후 러닝을 하고 주말엔 개인 사업을 하고 주변엔 사람이 넘쳐 생일 때마다 수십 명에게 축하받는 누군가는 그저 누군가로 남기기로 했다. 저 ‘누군가’는 저런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구나, 하지만 난 집에서 늘어지게 잠이나 자는 게 제대로 된 충전이지! 정도의 차이를 알게 됐다. 나의 늦잠이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나태함이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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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ke Juarez on Unsplash

 

 

MBTI는 ‘이런 내가’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지를 고민해볼 기회를 줬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나를 알아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리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 MBTI를 통해 나와 같은 긍정적 경험을 한 이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이 플랫폼만 해도 MBTI에 대한 글이 이미 너무 많아서 INFP는 벌써 약간 자신감이 떨어지려 한다.


그렇지만 MBTI 맹신을 거쳐 부작용의 폐해를 더 집중하는 요즘, 그럼에도 나 같은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이상한 나는 없다. 원래 그런 나와 당신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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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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