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음악들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글 입력 2022.02.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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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흔적을 쫓는 건 재밌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그의 다수의 유명 작품들을 읽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던 나는 그의 각종 편지들, 에세이 모음집까지 보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이 책에서는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톡톡히 보였다. 특히 헤세가 살았던 그 시대의 음악들. 음악 속에서 느꼈던 헤세의 감평들을 통해 동시에 일어났던 세계 대전 등과 같은 사건들을 엿볼 수 있었다.

 

헤세는 모차르트와 바흐를 좋아하지만 바그너나 브람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런 클래식 작곡가들에 대한 어딘가 사적인 평들이 꽤 재밌게 읽혔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너무 먼 교양의 어떤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마치 그들이 기성 가수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우리가 케이팝 아이돌들과 진성 가수들을 비교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은. 무엇이 진짜 음악이고 이 가수는 어떻고 저 가수는 어떻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쉽게 말하자면 클래식이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치 현 세대가 열광하는 팝처럼.

 

나에게도 그런 노래가 있다. 가슴이 가득 채워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는 노래. 어린 시절의 행복이 떠오르는 노래. 전쟁과 사랑이 그려지는 노래. 헤세에겐 클래식이 그런 것이었다.

 

 

 

헤세가 말하는 음악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영혼으로 음악을 들었다. 책은 음악에 대한 찬사를 가득 담고 있다.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의 무지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헤세 본인부터 자신을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단순히 음악 그 자체에 대한 힘을 믿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취적인 음악을 경계했다. 그런 음악을 들은 뒤에는 양심의 가책 혹은 환락 뒤의 뉘우침이라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콘서트가 끝나면 헛헛해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헤세는 음악은 명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취나 감각을 헤집어놓는 흥분이 아니라 생의 감정과 정신적 추진력을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 무엇보다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음악에 대한 지식은 더 고차원의 이해를 도와주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음악이 가진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음악과 영혼의 공명



그의 인생에는 음악이 빠진 적이 없었다. 힘이 들 때면 그는 항상 음악을 들으러 갔다. 음악을 듣기 싫은 날에도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괜찮아지는 경험을 한다.

 

그는 또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나는 기쁘게 쉬러 간다. 다시 한동안 삶을 살아가며 그 운명에 기꺼이 농락당해도 괜찮으리라.”

 

오르간의 강렬한 연주를 듣고 난 뒤 남긴 말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사로잡힌 뒤. 인생이란 얼마나 덧없는가를 깨달은 후에 말이다. 그래서 더욱 다르게 살아야 함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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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에는 시에 작곡하는 것이 유행했던 것 같다. 가령 헤세는 쇼팽의 노래에 시를 붙이곤 했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며 놀이였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헤세의 시로 작곡된 노래 250곡의 제목이 담겨있다. 그만큼 헤세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가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헤세 또한 음악에서 꾸준한 영감을 얻었다. 헤세는 무엇보다 시각적인 시인으로 불린다고 한다.

 

책의 초반 부분에 헤세가 음악을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음이 잘 드러나있다. 이 같은 함축적인 시언어들로 이루어진 헤세의 음악 감상은 책을 통해 음악의 분위기와 내용을 충분히 상상하게 했다.

 

책은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적인 비평과 각종 편지들이 일대기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전음악과, 오페라, 칸타타 등 음악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식으로 개혁했는지. 그 당시의 여론은 어땠는지. 그 이야기들은 헤세가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과 사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그는 <돈 조반니>나 <마술피리>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아 했다. 오페라 <마술피리>에는 현재에도 유명한 ‘밤의 피리’를 담고 있다. 여전한 위상을 자랑하는 마술피리가 그 당시에는 얼마만큼의 감동을 줬을 지 상상해 보라.

 

 

 

영원을 노래하는 음악



책에 담긴 헤세의 시 <모래 위에 쓰인>이란 작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나는 길에 우리를 잠시 스친 그 소리가

환희를 선사하고

고통을 주나니, 우리는 사랑한다.

우리와 하나인 것을. 우리는 이해한다,

바람이 모래 위에 써놓은 것을."

 


헤세의 책 <크눌프>를 보면 자유롭지만 고독하고 외로운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항상 모든 곳에 잠깐 머무르지만 그때만큼은 모두 행복하다. 아름다운 것은 사라진다. 영원하지 않는 것은 아름답다. 음악 또한 그렇다. 영원히 연주되는 노래는 없다. 그러나 연주되는 순간만큼은 영원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의 연대기를 따라가는 것은 헤세의 문학작품에 음악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문학과 그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면 아마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에세이 책보다 더욱 내밀하게 헤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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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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