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애인이 남의 깻잎을? 당신의 선택은! [문화 전반]

나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온라인 속 건전한 논쟁에 대하여
글 입력 2022.02.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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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깻잎 논쟁


 

요즘 SNS를 보면 심심치 않게 ‘깻잎 논쟁’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게 무슨 내용인가 감을 잡기 어렵겠지만, 사실 간단하다. 바로, 다른 사람의 깻잎 떼기를 자신의 애인이 도와줘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것은 매우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이게 논쟁거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떼어주면 안 된다와 떼어줘도 된다’ 이 두 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떼어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쪽은 어떻게 남에게 그런 걸 해주냐고 말하는 반면, 떼어줘도 된다는 쪽은 별거 아니라며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2021년에 시작한 논쟁이다. 단발적인 논쟁거리라기엔 사그라드는 낌새 없이 아이돌 팬들에게 넘어가며 그 화제성을 더하고 있다. 이쯤 되면 대체 이게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왜 사람들은 깻잎 논쟁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깻잎에 집중하기보단, 논쟁과 이야깃거리가 가지고 있는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논쟁이 일어나는 곳이 ‘온라인’이라는 점이다.

 

 


논쟁과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ㅇㅇ씨, 어제 그거 봤어?!”

 

많은 사람과의 교류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야깃거리는 선택을 넘어서 필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아이스 브레이크(Break the ice)도 하나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시작하고, 처음 시작하는 인간관계 또한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시작한다.

 

내가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갖게 된다면, 거기에 나를 대입해보기 마련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혹은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것들. 나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나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비교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야깃거리가 오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바로 논쟁이다. 대선이 가까워져 온 지금,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격렬한 논쟁이 아니라 내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가볍게 오고 가는 논쟁 말이다. 사람들은 이 논쟁에 대해서 생각 이상으로 재미를 느끼며, 하나의 오락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논쟁과 대화에 대한 예능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수의 수다’, ‘대화의 희열’, ‘알쓸신잡’ 등 여러 분야의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들의 대화를 즐겁게 감상하며, 동시에 자신의 입장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정리된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된다. 영상의 댓글이 하나의 논쟁의 판이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화와 논쟁은 코로나가 심각해진 지금, 직접 대면해서는 할 수 없다. 오프라인이 어렵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온라인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건전한 논쟁의 장?


 

온라인이 낙인찍힌 것 중 하나가 바로 온라인 속 사람들의 건전하지 않은 태도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이버 폭력이 나타나고 있기에 온라인이 건전한 논쟁의 장이라고 한다면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안 좋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익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익명을 빌어 나타나는 사람들의 안 좋은 행태는 그 강도가 심해질 때 인터넷 실명제를 이용하자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익명제를 없앨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활발한 논쟁의 장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익명성은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한다. 가령 앞에서 이야기한 깻잎 논쟁 같은 것 말이다. 이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야깃거리는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각자의 이야기를 표출했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비교하고 또 다른 대화거리, 논쟁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심각하거나 불편한 것들이 아닌, 작은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이었다.

 

물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온라인상 문제들까지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한 사이버 폭력은 빠짐없이 처벌당해 마땅하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불편함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그만큼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일 것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작은 이야깃거리들은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굉장히 용이하다.

 

어쩌면 이런 논쟁거리가 계속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이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또한, 지속되는 작고 귀여운 논쟁들은 차갑게 얼어붙은 사회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사회에 이런 작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논쟁거리들이 계속된다면 이 어려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작은 힘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해본다.


“그래서 애인이 다른 사람 깻잎 떼어주면 어떨 것 같은데?!”

 

 

[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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