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상한 보통 사람들, 리짓군즈 입덕 가이드 ② [음악]

"FLAME", "777", "Bomb Head", "LOCALS ONLY"
글 입력 2022.02.15 14: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 블랭, “FLAME"



블랭의 "FLAME"은 돈과 사랑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묘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랙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는다'와 'Burning'이 있다.

 

 

▲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다’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는다

원을 그리는 행위는 익숙했지만

새롭다

 

 

'원(원)을 그리는 행위'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강강수월래부터 서양의 공포 영화 '미드소마'까지 등장하며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보편적인 해석했을 때, 소멸과 부활을 반복하는 '달'에게 이룩하고자 하는 것을 빌기 위함이다. 이때, 장작을 주워 모닥불을 만든다는 것은 연기를 타고 소원이 달에게 잘 닿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또 다시 '원(won)을 그리는 것(願)'이다.


사운드 또한 이에 충실하다. 곡의 인트로는 돌림 노래의 형식을 빌어 시간차를 두고 반복된다. 이는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는다'라는 라인이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는다'의 아웃트로는 타이틀 곡인 'Burning'의 인트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마침내 커다란 불꽃이 피어오른다.


앞서 블랭은 타의에 의해 사랑은 돈이라고 정의내렸다(1번 트랙, 'Love is'). 그러나, Burning에서는 자신의 약점이 새로운 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힌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멋대로 정의한 것처럼 사는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겠다는 투지가 잘 드러난다.


덧말) 두 트랙은 모두 'Conda'가 프로듀싱했다. 'Conda'는 블랭의 "FLAME" 이전에도 릴보이와 테이크원의 '사랑과 평화'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정규 앨범 '박쥐'를 발매했다. 모든 곡이 좋았으나, 자메즈와 차붐, 헉클베리피가 참여한 트랙 'Happy Birthday'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2. 뱃사공, ”777“



'마초맨'은 뱃사공 1집 "출항사"의 타이틀곡이다. 제목 답게 마초 같은 둔탁한 붐뱁 비트에 누구보다 마초다운 뱃사공, 차붐, 딥플로우가 차례대로 랩을 뱉는다.


 

갈색 부츠 은색 키체인

가죽 같은 고집 나를 지탱

때려 킥스네어 받고 올인

브레이크 멀쩡한 8톤 트럭의 돌진

내 방식 사랑 노래지 좀 거칠어도 순정 마초맨

 


이러한 '마초맨'은 뱃사공 특유의 B급 삼류 감성을 인정받아 리드머가 선정한 '2015 국내 랩/힙합 싱글 베스트 15'에 들었다.


'마초맨'은 2020년 앨범 777에서 재탄생한다. 뱃사공의 디스코그래피에서 '777'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 1편에서 살펴본 앨범인 탕아 이후로, '이웃집 특이한 동네 형'의 이미지를 탈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뱃사공의 마초맨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었고, 마초맨 2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마초맨 2’


 

뱃사공은 마초맨 2에서 '변화를 위해서' '가난을 노래하던' 뱃사공과 작별을 고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기존의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된다. 변화를 선택한 이유가 한국 힙합씬을 킹 받게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초맨 2는 일반적인 힙합 트랙과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 훅이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곡의 주인인 뱃사공을 제외하고 5명의 래퍼가 함께 했다. 오이글리, 빌스택스, 김효은, 더 콰이엇, 주비 트레인이 그들이다.


덧말) 마초맨 2에서 인상적인 텅 트위스트를 보여준  오이글리는 2021년 EP 앨범 FOR THE POSER을 발매하며 이번 KHA에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후보'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또한, 그는 첫 번째 마초맨에 피쳐링한 딥플로우의 처남이기도 한다.

 

 


3. 재달, ”Bomb Head"



재달은 리짓군즈의 일원이 되기 전 밴드 쟈코비 플래닛에서 활동했다. 쟈코비 플래닛은 힙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밴드인 만큼, 그 경험은 재달 음악의 밑거름이 되었고, 정규 1집인 'Bomb Head'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 ‘돈키호티’


 

특히, 4번 트랙 '돈키호티'는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장르들이 결합되었다. 곡은 기타 중심의 록 사운드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전자음이 중심이 되어 커다란 괴물에 맞서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때, 재달은 록과 힙합의 중간 정도 되는 창법으로 랩을 하며 곡을 이끌어 가는데, 한국 힙합씬에서는 드문 스타일이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감성적인 가사는 재달의 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8번 트랙 '너에게'는 주목할 만 하다.


 

아빤 아직 어린아이 같아

실수 많고 때론 화도 내고

채워도 부족한 것만 같아


너에게 최고만을 주고 있을까

눈물 젖은 밥을 주고 있을까

식탁 위에 색깔은 아직 모르지만

너에게 줄 수 없는 것도 주고파

 


재달은 미래에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나아 기르는 상황을 가정한 다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간다. 그 속에서 그는 아이에게 단점을 물려준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아내를 닮아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이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소중한 것은 ‘너’ 자신이라고 알려준다. 이처럼 재달의 ‘너에게’는 영어나 한자어를 남용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덧말) "Bomb Head"에서 많은 곡들을 책임진 제임스 키스(James Keys)는 지난 ''우린 서로가 서로의 날 선 가시가 되어"에서 살펴본 오도마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그는 오도마의 싱글 "건배와 평화"에서 'SOD'를, 정규 1집 "밭"의 수록곡 '비정규직'을 프로듀싱했다.

 

 


4. 제이호, “Locals Only”



"Locals only"는 2021년 발매한 제이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본래는 앞서 살펴본 “FLAME", "777", "Bomb Head"와 함께 2020년에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기되어 2021년에 발매되었다고 한다.


제이호는 특유의 목에 힘을 뺀 느긋한 톤으로 곡을 진행한다. 그것들의 내용은 ‘도시 생활에서 느낀 염증’과 ‘진정한 자유와 낭만’이 중심이 된다. 이때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LOCALS ONLY“라는 제목 답게도 특정 지역과 관련된 곡들이 있다는 점이다. 제이호는 지난 1집 ”르망“에서도 자신의 고향인 울산에 대해서 노래했었다. 'Tree dumb Ride‘의 ’태화강‘이나 ’르망‘의 ’성남동‘이 그 예시다.


”LOCALS ONLY“에서는 다른 지역이 등장한다. 바로 ’동해‘다. 동해는 앨범의 9번 트랙의 제목에 지명 그대로 올랐다.

 


▲ ’동해‘


 

나도 사람 싫어해

걔넨 말이 너무 많아

네 파돈 아주 높아 그 속은 너도 몰라

너는 파랑색 바다 나는 파랑새


그래 너는 내 동해

 

 

제이호에게 지역 동해는 일종의 이상향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서울과는 달리 여전히 낭만이 존재하여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엔 달을 찾아 계속 수영할 수 있는 곳인 진짜 ’동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해‘는 어딘가 비관적이지만 지극히 평화를 사랑하는 제이호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보여준다.

 

 


5. 글을 마치며,



1부를 마치고 2주가 지나서야 돌아왔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구직에 성공하여 그토록 원하던 문화 예술 분야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어, 원래 살던 곳에서 다시 본가로 이사하게 되었고, 얼마 전에는 첫 출근을 했다. 또한, 기획하던 잡지는 드디어 최종 단계에 들어섰으며, 지난 달부터 지속된 인간관계에 대한 괴로움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이러한 기쁨들의 이면에는 모두 아트인사이트 덕분이다. 에디터 활동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짧게 나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신동하.jpg

 

 

[신동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