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바도르 달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다 [전시]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에 가다
글 입력 2022.01.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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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의 거장이자 미술계의 아이콘이었던 그의 작품이 우리 곁으로 왔다. 달리는 계속해서 변화해가며, 정체하지 않는 예술가의 표본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한 그의 놀라운 솜씨가 전시를 둘러보는 내내 곡진하게 전해져왔다.

 

이번 전시는 총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살바도르 달리의 전 생애에 걸친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슈거 스핑크스>,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이하 전사) 총 세 작품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1.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jpg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가장 먼저 만나볼 작품은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이다.

 

달리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화가였던 라몬 피초를 만나며 그림에 더욱 빠져들었다. 피초는 달 리가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를 대신 설득해, 달리가 화가의 길(미술 전문학교 입학)을 걸을 수 있도록 해줬다.

 

피초의 집 꼭대기 한 쪽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이젤 앞에 앉아 종일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 달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달리가 어렸을 적, 그의 가족이 여름마다 갔던 카다케스는 지중해가 눈 안에 가득 들어오는 곳이다. 집 꼭대기에서 아마도 달리는 그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며, 햇빛이 쏟아지는 바다의 모습을 아주 그대로 가슴에 담아두었겠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림 속 붉은빛이 감도는 선홍색 물감, 파란색과 보랏빛을 띠는 물감의 대비는 마치 햇빛과 바다의 만남을 떠오르게 한다.

 

달리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 개의 거울을 두고, 자신의 옆모습을 면밀하게 계산하며 화폭에 옮겼다. 화가가 되기를 꿈꿨던, 아주 초기의 작품부터 그의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접근 방식이 드러나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한편으론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달리의 순수했던 시절의 기운’이 서려 있어, 누군가의 졸업앨범을 훔쳐본 것만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뭉클한 기분이 든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섹션 02_초현실주의 _전시전경 (2), 2021.jpg

  

 

두 번째 그림은 <슈거 스핑크스>다.

 

 

"나는 갈라를 아끼며 그녀를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고,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나 자신보다 위할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모든 것은 끝일뿐이니."

 

살바도르 달리

 

 

갈라는 달리 평생의 연인이자, 작품 활동의 동반자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여러 갈등도 있었지만, 갈라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달리는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슈거 스핑크스>는 달리의 그림에 갈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창기의 작품으로, 등을 돌린 채 황무지에 앉아 있는 갈라의 모습이 담겼다. 오렌지빛의 거대한 구름이 스핑크스처럼 펼쳐져 있는 광경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갈라에게서 왠지 모를 신비로움이 피어오른다. 이렇듯 갈라를 미스터리로 둘러싸인 스핑크스와 같은 존재로 여긴 달리의 인식은 작품 안에서 물씬 드러난다.


섹션 2의 분리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전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다. 구름의 색깔과 같은 할로겐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나도 모르게 그림 속으로 몰입된다. 그렇게 우리는 이 그림에서 한참을 서 있을 것이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8.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1982.jpg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마지막 작품은 <전사>다.


 

"나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이다. 천재들은 죽지 않는다."

 

살바도르 달리

 

 
달리는 말년에 자신이 존경하는 여러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켈란젤로에게서 영감을 받은 <전사>와 <지질학적 메아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재해석> 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달리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로렌조 디 메디치의 두상>을 얼굴 부분만 확대하여 표현해 일견 거장과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전사의 눈에 또 다른 전사가 있다는 이중 형상을 그려내어 창조적인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년에야 비로소 과거로 돌아간 그의 태도도 특기할 만하지만 단지 거장을 예찬하는 정도에서 예술을 그치지 않겠다는 포부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완벽한 창조는 없다’라는 말을 실상 자주 쓰면서도, 고전과 전통을 재현하는데 급급할 때가 많다. <전사>를 보며 달리가 이 땅의 모든 창작자에게 ‘고전이라는 굳건한 토양에 두 발을 딛고, 새로운 걸 모색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훌륭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다.


이외에도 <살바도르 달리 展 Imagination & Reality>에선 영화, 사진, 설치미술, 삽화, 다큐멘터리 등 달리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전에 다녀온 이들이라면, 이번 전시와 연계되는 부분이 많으니 반드시 관람하길 권한다.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살바도르 달리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예술이 삶이고, 삶이 곧 예술이었던 달리의 인생 여정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정주엽.jpg

 

 

[정주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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