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명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 기묘한 미술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미술관
글 입력 2022.0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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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은 흩어져있는 명화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 상상 속 미스터리 미술관이다. 이곳엔 단순히 명화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명화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까지 함께 전시돼있다. 이 명화들은 모두 누구나 알법한 유명한 명화들이고,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 해설사 진병관은 명화 속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이 미술관은 총 5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관은 '취향의 방'으로 아름다운 작품에 그렇지 못한 탄생 배경과 취향이 있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2관은 '지식의 방'으로 역사적 배경, 시대 상황, 알레고리 해석 등 알고 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품과 새로운 기준의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늘 죽음과 가까운 화가들이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전시했다.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아직도 미스터리가 해결되지 않은 신비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각 관마다 테마별로 흥미로운 이야기와 풍부한 작품 해설이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에 맞게 보고 싶은 관을 골라보아도 좋고, 1관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도 좋을 것이다.

 

 

 

1관. 앙리 루소 <뱀을 부리는 주술사>

평일에는 세관원, 주말에는 화가였던 남자


 

화가 루소는 늘 일요일에 그림을 그렸다. 루소는 군 복무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일찍 취직하여 말단 세관원으로 일한다. 그는 일을 하면서도 화가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쉬는 날이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가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 실력을 쌓았다. 그는 쉬는 날인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일요일 화가', '세관원 화가'라고 불렸다.

 

그는 1885년 41세가 되던 해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호기롭게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해 보고 출품이 무마되자 포기하지 않고 '독립미술가전'을 개최한다. 49세 때가 되어서 루소는 전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더욱 왕성한 작업을 이어가지만 비웃음 섞인 평가가 오갔다.

 

루소는 이러한 비평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년 독립 전시회에 1점 이상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때 정글 시리즈로 이름을 조금씩 알린다. 루소는 <뱀을 부리는 주술사>를 비롯한 다양한 정글 시리즈에서 특유의 환상적인 순수와 원시적 상상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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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부리는 주술사>에서는 몽환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어딘지 모를 정글의 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곳엔 달빛을 등진 채 실루엣만 보이는 여인이 피리를 불고 있다. 뱀들과 종을 알 수 없는 새, 한 포기 한 포기 그려진 수풀들은 그녀의 피리 소리를 듣기 위해 여인 곁으로 모여들고 있다. 강물에 비친 달빛, 실루엣만 보인 채 피리를 불고 있는 여인, 우거진 수풀. 루소가 표현한 정글은 환상적이고 꿈에서 보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루소가 그린 25점 이상의 정글 시리즈에선 당시 유행했던 기법인 원근법이나 비례 같은 사실주의 기법은 찾아볼 수 없고 빛의 변화를 그린 인상주의 기법도 볼 수 없었다. 기존에 있던 그 어떤 기법도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한 것이다. 여기서 루소의 독창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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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루소가 그린 정글 시리즈는 빛을 발하는 날이 온다. 1905년 독립살롱전에 정글 시리즈 중 하나인 <굶주린 사자가 영양을 덮치다>가 걸린다. 야수파를 창시한 앙리 마티스, 모리스 드 블라맹크 등 새로운 미술 운동을 이끄는 젊은 화가들과 같은 공간에 이 작품이 전시되며 루소는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는다.

 

 

 

누구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행복한 예술가


 

본격적으로 정글 시리즈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는 루소의 말년 3년 정도뿐이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괴짜 화가라는 이름을 달고 살았다.

 

루소는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던지 자기애가 강했다. 스스로 자신의 스승은 자연이라 말하고 다녔으며, 자신은 프랑스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 중 한 명이라고 직접 소개했다. 루소가 사기 사건에 휘말린 일이 있었을 때 '내가 유죄를 받으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과 예술을 동일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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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기애가 강한 화가들은 자화상으로 자신의 인상을 드러낸다. 루소는 <나 자신, 초상-풍경>에서 자신을 훌륭한 화가로 표현했다. 작품을 보면 중앙에 베레모를 쓰고 팔레트를 든 화가, 루소가 보인다. 비례를 무시한 채 루소는 배경보다 훨씬 크게 위치해 있다.

 

그 배경에는 새로운 시대를 표현한 만국박람회, 막 지어진 에펠탑도 그려 넣었다. 하늘의 배경색으로 프랑스 국기를 표현하며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그려 넣었다. 당당한 자화상을 보니 외부에서 어떤 비판이 있다 해도, 루소는 자부심이 남다른 행복한 예술가였다고 생각이 든다.

 

그의 독창적인 기법과 자부심은 현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어려운 가정사와 수많은 비평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묵묵히 해왔던 루소. 그는 그의 인생으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예술은 교육받은 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자신만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다면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루소는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기묘한 이야기


 

명화의 시대적 배경, 기법, 화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미술책은 자주 봐왔지만, 명화 속 숨겨져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드라마의 비하인드, 메이킹을 보다 보면 실제 배우의 성격과 촬영장 분위기를 알게 되며 그 드라마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묘한 미술관>에서 명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화가의 실제 모습을 알게 되고 작품의 사연을 알게 되어 명화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마치 책으로 읽는 도슨트 같았다. 도슨트는 관람객에게 중요한 작품을 골라 해설과 그림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또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도슨트에게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진병관 문화 해설사는 주요한 명화들을 선정하여 깊이있는 해설과 그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는다. 이 책과 함께 유명한 명화의 비밀을 하나하나 캐가며, 명화를 보는 재미를 알아간다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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