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래'의 계절 [사람]

글 입력 2021.12.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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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미래' 그녀를 알게 되었다.


얼굴을 처음 본 순간은 더 오래되었을 수 있지만, '이름'을 알고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건 올해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찾기 어려웠지만, 표정과 행동만으로 자신을 오롯이 표현하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다. 해사한 미소와 섬세한 움직임에 난 그녀를 더 알고 싶어졌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본명은 '김미래'. 8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한 그녀는 배우 이전에 대학에서 전문 무용 교육을 받은 무용수이다. 연기는 우연히 찾아온 영화 촬영 기회로 시작하게 되었다. 무용 전공이 대사뿐만 아니라 신체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도 필요한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요즘 자신을 설레게 하는 것인 '일'과 무용 대신 선택한 '배우' 활동에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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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무용수> all rights reserved.

 

 

데뷔 이후 그녀는 다양한 활동으로 기록을 남겼지만, 한동안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현재 작업한 단편영화는 대부분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주로 영상에 소리를 입히는 뮤직비디오와 광고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처음 이름을 찾아보게 된 것도 뮤직비디오였다.


뮤직비디오(music video)는 단어가 나열된 순서처럼 음악의 보조 수단이 되는 영상으로 인식되지만, 가끔은 반대로 영상 덕분에 노래를 더 찾아 듣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미래 배우를 만난 뮤직비디오도 그랬다. 배우들이 대사 없이 눈빛과 몸짓 혹은 입 모양으로만 전하는 이야기와 감정은 이후 음악만 듣는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서 어렵지 않게 재현되며 다시 보고 싶어진다.


직접 세어본 결과 공개된 뮤직비디오 중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현재까지 총 9개이다. 짧은 영상들 속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네 편은 그중 미래 배우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영상이다. 시간적인 계절, 연애의 계절과 연결하다 보면 어느새 '미래'가 마음 한구석에 들어와 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미래의 봄 - 슈가볼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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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넘실히 일상 속에 찾아오듯 특별한 인연이 찾아오기도 한다. 미래 배우가 참여한 뮤직비디오 중 가장 최근인 올해 여름에 공개된 작품이다. 선정한 네 개 중 유일하게 미래 배우의 무용을 볼 수 있다.

 

두근거리는 연애의 시작과 잘 어울리는 꽃과 밝은 배경 때문인지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조금씩 따뜻해지는 봄이 떠오른다. 관계를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기 전에 느낄 수 있는 설렘이 가사와 뮤직비디오 속 배우들의 연기와 무용 동작으로 전해진다.


 수많은 너의 조각들 사이로 숨겨둔 해답을 찾고 있는 걸

맞춰가 맞춰 가 like a puzzle babe 맞춰가 맞춰 가 like a puzzle babe

 

 

 

미래의 여름 - 김필 <사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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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든 시작이 있었다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그 시점이 늦게 찾아오길 바라지만 두 사람에게 그때가 같은 순간에 찾아오리라는 약속은 없다.

 

이별한 한 남자가 있다. 일상적인 날들을 보내던 그는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린다. 젊은 날 뜨거운 여름에 함께 웃기도 다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두 사람의 순간들은 머리에 소중하게 남아있다. 추억 속에서 솔직한 웃음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여자를 미래 배우가 연기한다.


♪ 늘 다퉜었고 늘 욕심내던 그런 아픈 일들만

생각나다가 왜 오늘따라 좋았던 일만 떠오르는지

 

 

 

미래의 가을 - 이적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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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이별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슬프게 노래하지 않는다. 이제 건조한 감정만 남은 것인가 싶은 순간에 새어 나오는 한숨을 삼킨다. 담담하게 함께 한 일들을 간단한 숫자로 남기고 있지만, 그 속에 상대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어느새 깨달을 수 있다.

 

미래 배우는 어리숙하지만 순수했던 사랑을 함께한 상대로 영상에 등장한다. 영상에서 오래 등장하지 않고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역시나 말을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충분히 감정을 전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세다가 새어 나오는 한숨은 삼키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음 언제쯤 이걸 그만둘 수 있을까



 

 

미래의 겨울 - 이문세 <희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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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먼저 영상 색감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다음으로 부드럽게 감정선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보였다. 그러다 영상 흐름을 자연스레 이끌고 있는 음악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이 가끔은 2시간 영화 못지않은 대단한 흡입력을 지니곤 한다. 공간의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 속에서 미래 배우는 두 가지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표정 변화만으로 구분해낸다. 뮤직비디오 출연 초기임에도 그녀는 소리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와 떠올려보면 어찌 그리 하나 놓지 않으려는

참 의미 없는 욕심에 많이도 애를 썼는데 그대를 괴롭혔는데

 

*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고 좋아하게 되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특히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지도 못한 상대라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류 같던 2021년 한 해가 흐르며 나는 현실 속 본모습을 모르는 화면 속, 무대 위 사람들을 알게 됐고 몇몇은 전에 없던 애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애정이 생긴 이들에게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은 내년에 다수에게 더 사랑받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간혹 이들이 내가 이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도 되는 괜찮은 사람들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비대칭적으로 주어진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정한 나만의 틀 안에만 들어온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짧은 영상들 속 미래 배우의 미소와 눈빛은 따뜻하고 편안해서 이 사람이 정말 내가 그린 모습처럼 실제로 좋은 사람이길 더 기대하게 된다.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몇 달간 과거에 작업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현재까지 유일하다고 짐작되는 인터뷰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비교적 긴 시간 그녀가 하는 생각을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료였다. 어디서 찾지 못한 사소한 정보들 또한 얻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무용하는 순간을 담은 사진들로 그녀가 '전문 무용수'인 것 같다고 유추한 생각이 확신으로 바뀔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의 많은 부분이 그녀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고, 답변들이 솔직해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옮겨 적어 놓기도 했다. 그녀가 선택한 일, 직업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자신을 요즘 설레게 하는 것이 일이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 후회 없이 꿈꾸고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막막한 현실 앞에서 나약해진 나를 흔들어 깨웠다.

 

 

요즘 당신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나요?

'일'이요. 연기하는 것. 떨림이 너무 좋아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나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는 기다림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하면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꿈꾸고 싶어요. 무용을 그만두면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이 제일 좋아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 무용을 내려놓고 선택한 배우라는 직업이 기다림의 직업이라고 받아들이고, 묵묵히 행복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내가 마음 다해 응원하고 좋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연애도 인생도 언제나 따뜻한 봄일 수는 없겠지만, 배우 '미래'의 미래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쳐 지금보다 더 맑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참고

한예종 졸업영화제 네이버 블로그

미래 배우 인스타그램 (@___mirae_)

유튜브 - [TalkView] 배우 미래 |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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