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아름다움은 작은 꽃 한송이로부터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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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들을 가끔 찾아 뵙는다. 빈 손으로 가기 뭣해 꽃을 챙겨가는데 받을 때 부담이 적고 무엇보다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데는 꽃 만한 게 없다.

 

그런데 이번에 드린 꽃다발은 의미가 좀 달랐다. 결혼을 앞둔 선생님을 축하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블러싱 브라이드’라는 꽃을 골랐다. 꽃말은 ‘수줍은 신부’로 선생님과 잘 어울렸다. 이처럼 꽃은 각각의 꽃말이 있어 의미하는 바가 다양하다. 선녀에게 계수나무 꽃가지를 받는 꿈은 딸을 낳는 태몽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꽃은 저마다의 상징을 갖는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나머지 많은 상징들도 이 아름다움에서 파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웃음꽃이 피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꽃은 서정적인 미에서부터 번영, 풍요, 사랑 등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또한 꽃을 성상이나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 바침으로써 존경, 숭배, 친애의 마음을 담기도 한다. 더 의미 있는 건 꽃은 한번 완성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재생과 순환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망울이 터져서 꽃이 피고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생로병사의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 하지만 꽃은 다음 해에 다시 핀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과 달리 계절의 순환에 따라 거듭 살아나는 재생성을 갖는다.

 

다양한 상징성 때문인지 인간은 꽃을 어떤 방식으로든 생활 속으로 끌고 들어와 가까이 두는 것을 좋아한다. 조각, 공예, 회화의 형태로 재탄생한 꽃은 생명감은 떨어지지만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낸다. 미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온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최정화 작가는 일상 속의 재료들을 대중 미술로 탈바꿈 시킨다.

 

그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작품을 제작한다. 규모가 큰 공공미술을 주로 선보이는데, 이는 작품을 봤을 때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 느낌, 생각 그 자체를 현대미술로 여기는 작가의 가치관을 표현하기 좋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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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Flower tree’, 2019, 공공미술포털 제공

 

 

봄의 생명력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거대한 플라스틱 꽃 나무를 다양한 지역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상하이, 싱가폴, 프랑스 등에서도 발견된다. 그 중 용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작품을 가져왔다.

 

해바라기, 쑥부쟁이, 노루귀, 팬지, 장미, 나팔꽃, 안시리움 등의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거대한 꽃다발 같기도 하다. 우리가 살면서 축하 받아야 할 순간마다 꽃다발이 있고, 축복이 가득한 결혼식에 부케가 있듯이 작가의 Flower tree는 사랑과 축복, 그리고 행복을 의미한다.

 

또한 작품의 재료로 플라스틱을 선택함으로써 시들지 않는 꽃을 표현해냈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물질을 대비시키면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나타낸 것이다. 즉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꽃의 상징적인 의미들을 한데 모아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를 아파트 단지에 설치했다는 점도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집에 들어가기 전 마주하는 작품은 거주지를 축복과 행복의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또 작품의 화사한 색감은 주위를 환하게 밝혀 가정의 따뜻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생활에 끌어들인 예술은 우리가 사는 환경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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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슈퍼 플라워’, 1995

 

 

반면 단순한 조형적 아름다움이 아닌 대중문화의 미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바로 송풍기 유압장치와 천을 활용해 만든 ‘슈퍼 플라워’다. 최정화가 이 작품에 사용한 재료는 주로 전구, 소쿠리, 플라스틱 대야 등 생활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는 ‘고급’ 미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그냥 지나쳤던 사물들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슈퍼 플라워’의 엄청난 크기와 선명한 색채는 관람객을 압도한다. 하지만 사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인위적인 색과 형태는 작품의 외적 아름다움보다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예술이란 우리 삶 속에 있으며 다수의 대중이 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공기 없이는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천 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꽃의 재생성을 떠올리게 한다.

 

꽃이 많이 피지 않는 겨울이다. 그래도 겨울 끄트머리쯤엔 아파트 단지 안 목련이 어김없이 봉오리를 하얗게 펼칠 것이다. 꽃이 가진 아름다움에 감탄만 하다가 ‘그래, 예술이라는 게 멀리서 애써 찾을 것 없이 바로 내 곁에 있지’하고 느끼게 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파리와 꽃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을 보며 집에 들어가는 요즘, 아직 피지 않은 목련을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방에 들어오면 벽을 가득 채운 꽃무늬 벽지가 나를 반긴다. 계절감이 무색할 정도로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절대 시들지 않는 내 방의 꽃들을 방의 일부가 아닌 작품으로 인식해 본다.

 

예술은 교육받은 사람, 돈 있는 사람,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주변에서 눈만 돌리면 쉽게, 공짜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홍대 문화예술 거리, 안양시 공공예술 프로젝트, 부산 감천문화마을, 대구 수성구 공공예술촌 같은 시도는 더 넓게, 더 다양하게 확산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그 전에 필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는 심미안적 인식을 갖는 일이 우선해야겠지만.

 

 

[신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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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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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피
    • 유빈에디터님 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오늘도 꽃처럼 향기로운 하루 되세요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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