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구 온난화는 허구일까? - 기후의 힘 [도서]

지구 온난화를 대하는 올바른 시선을 갖고 싶다면
글 입력 2021.11.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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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소중한 무언가가 닳아 없어지거나, 고장 나거나, 또는 망가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은 힘이 든다. 감정적 소비도 크고 스트레스도 크다. 예를 들자면, 애착 이불이 더는 꿰맬 수 없을 만큼 닳는다던가, 연필로 쓴 오래된 편지가 점점 흐려지거나, 누군가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은 일들.  너무도 아끼지만 내 손을 떠난 것들은 극복하고 살아야 한다. 새로운 것으로 바꾸거나, 다른 방식으로 복원해두거나, 그저 추억으로 남겨둔다.


근데, 지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일 언론을 통해 접하는 꺼지지 않는 불과 타는 산, 잠겨가는 삶의 터전, 멸종하는 동식물들. 지구가 망가져 가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할 때면 무언가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심하게, 또 빠르게 망가져 가는 지구가 과연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극복이 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해결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은 무기력감이 든다.


'북극곰이 울고 있어요.' 무너져가는 빙하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북극곰 이미지는 익숙하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어 그 지역에서 사는 동물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죽어간다는 이야기는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들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더이상 '북극의 눈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도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비정상적인 폭염, 폭우, 태풍, 한파를 겪으며 우리 살아있는 동안 지구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기후변화는 당장 지구인들의 앞에 놓인 꼭 풀어야만 하는 과제다.

  

솔직히 조금 억울하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보며 환경은 나 몰라라 했던 대부분의 옛 세대가 싼 똥을 치우면서 흘러내리는 지구에서 우리가 과연 평생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한다니.


어찌 됐든 문제는 이미 발생했다. 불평하고 맘 졸일 시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 하나 간수하기도 바쁜데 내가 지구의 건강까지 걱정해줘야 하나.' 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내 모습을 반성하고 싶기도 했고, 뭔가 타개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당장 자연재해가 닥치면 취업이나 성공 같은 '나 하나 간수'는 전혀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책 <기후의 힘> 저자는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기후와 그에 따른 인류의 역사를 바라본다.  그가 지구 온난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로든 과하게 치우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합심이 필요한 문제이다.

 


기후의힘_표1.jpg

 

 

<기후의 힘>은 지구온난화라는 걸림돌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과거를 참조하는 방식을 택한다. 전 세계의 환경 변화 관련 자료들과 이를 둘러싼 가설들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인류가 유입된 이후의 환경사와 그에 따른 인류 역사를 다뤘다.  저자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아 미래의 기후변화나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하므로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라고 기술한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과거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파동은 반복된다고 했다. 필자는 기후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저자의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그동안 내가 기후에 너무 무심했다.


 

<목차>

 

1부 빙하기와 인간

1장 기후 변화, 인류의 진화를 추동하다 - 기후 변화와 인류의 이동

2장 빙하기란 무엇인가 - 제4기의 기후 변화

3장 지구에 엄청난 추위가 밀려들다 - 최종빙기 최성기


2부 변화와 교란

4장 빠르게 따뜻해지는 지구 - 만빙기의 변화

5장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안선 - 홀로세 해수면 변동과 한반도 신석기인의 흔적

6장 거대 동물이 갑자기 사라지다 - 대형 포유류 멸종 미스터리

7장 자연을 길들이다 - 농경의 시작


3부 기후 변동과 인간의 대응

8장 대홍수와 함께 다시 찾아온 강추위 - 8.2ka 이벤트

9장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다 - 홀로세 기후최적기

10장 흑점 수 변동이 가져온 파장 - 태양 활동의 변화와 홀로세 기후

11장 가뭄과 고대인의 수난 - 홀로세 후기의 대가뭄과 고대 사회의 대응

12장 작은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를 뒤흔들다 - 중세 온난기와 소빙기


4부 기후 변화와 미래

13장 지구 온난화는 허구인가? - 온실 기체와 기온 상승

14장 지구를 위협하는 변화의 증후들 - 무엇이 기후 변화를 추동하는가?

 

 

저자는 방대한 양의 사료와 프록시(빙하, 꽃가루, 나이테, 퇴적물 등 분석을 통해 과거 기후를 복원하고 유추할 수 있는 자료), 논의 가치가 있는 가설들을 책에 모두 담았다. 그러다 보니 과학 용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내가 문과라도 괜찮다. 저자가 매우 침착하고 상세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책을 따라 과거를 함께 살피면 기후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과 그 결과가  직립 보행부터 시작되어, 문명의 탄생과 성장과 그 끝까지 함께 한다.


책의 내용 중 2부의 <6장 거대 동물이 갑자기 사라지다>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6장은 매머드 등의 대형 포유류가 갑자기 사라진 원인이나 그 중 아메리카들소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룬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을 설명하고 잠정적인 원인을 유추한다. 그중 인상 깊었던 문장을 공유해본다.

   

 

인간의 환경 교란 때문에 멸종된 동식물의 수가 과거 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으로 사라진 동식물의 수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인간이 지구상의 동식물을 멸종시키는 속도가 운석 충돌로 인한 생태계 파괴 속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자연에 대한 인류의 무자비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_ p137

 

더구나 인류는 지구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여섯 번째 대멸종을 저지른 범인이라는 오명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적인 삶만을 추구한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_ p142

 

 

11장엔 제주의 오름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있다. 제주의 오름은 풀로 되어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그런데 사실, 이런 넓은 초지와 오름으로 구성된 중간산 지대는 제주도의 온난하고 습윤한 기후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고 한다. 기후로 따지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제주도 오름의 꽃가루 프록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과거가 흥미롭다. 과거엔 삼림지대의 중간중간 수목이 자라기 쉽지 않은 부분만이 초지 오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제주에 농경민들이 정착하며 작물 농경이 아닌 목축을 시작하면서 대형 화입을 통해 광활한 초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3000~2000년 전 과거 환경의 역사를 꽃가루로 알 수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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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찍은 제주의 금오름

 

 

책의 하이라이트인 4부 기후 변화와 미래로 넘어가면, 먼저 지구 온난화의 정의가 내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는 온실 효과(열이 빠르게 소실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지구 대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가 필요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지구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지금의 기후 변화는 허구라는 주장도 있다. 필자도 지금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생태계의 큰 흐름 중 짧은 순간일 뿐이라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추이를 봤을 때, 20세기 이후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기온이 상승하는 형태를 띠고 있고 갈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상세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다. 그리고 지구인들인 우리가 피부로 이를 느끼고 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적인 기후 변화와 달리 인간의 화석 연료 남용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의지 여부에 따라 극복 가능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뚜렷해진 것은 지구 온난화는 실로, 전 지구적 문제라는 점이다. 11월 초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COP26)에서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투발루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9개 섬 중 2개의 섬이 잠겼고, 다른 섬들도 위기에 처해있다. 이렇게 들어도 참 먼 나라의 문제처럼 여겨지지 않는가? 북극곰 이미지처럼 안타깝게 느껴지기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보면 해수면 상승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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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육지였던 곳에서 연설하는 투발루의 외교부 장관


 

세계 인구의 40%가 해안으로부터 100㎞ 이내 지역에 모여 산다. 또한 세계 인구의 10%가 해발 고도 10m 이하 해안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전 세계 10대 대도시 중 8개가 해안 도시이다. (p.290) 또, 다른 나라의 지역에서 발생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결국 우리나라에 태풍으로 피해를 준다. 결국 전 세계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묶여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현재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이 녹고 있는 빙하가 아니라 해수의 온도 상승으로 부피가 팽창하는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빙하의 소멸도 저개발 지역의 식수 공급과도 얽혀 있으며, 빙하 면적이 줄어들면 반사도가 감소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한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과장하여 강조하는 사람들은 과학 기술을 통한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무시하고 기후 변화의 불가항력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기후 변화는 허구'라는 말로 선동하는 사람들은 회의적인 생각에 휩싸여 자기 주장에 맞는 자료만 수집하는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기 전에 논리적인 비약은 없는지 그리고 판단 근거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것인지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_ p.302
 

 

기후 변화에 대한 자극적인 글과 이미지만을 접하다가 담담한 어투로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인류의 가치관을 봤을 때,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은 아마 잘 해결될 것이고, 인류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볼 때 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텍스트를 읽을 수 있어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올바른 선견지명 덕에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전성기를 누리며 발전의 기회로 삼은 과거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과 대중 교육, 그리고 지구 시민의 합심을 강조한다.


인간은 어떠한 문제가 눈앞에 닥치고 그것이 협동해야만 해결이 되는 문제라면, 힘을 모은다. 그렇게 쭉 살아왔고,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기후의 힘을 억제해야 우리가 산다는 저자의 말처럼 기후의 힘을 억제하려면 개인의 환경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의 힘>은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하는 쉽지 않은 책이지만, 기후 변화가 두렵고 그래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시작으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싶다면 추천한다.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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