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져질 것만 같은 소설 - 멜로디 웹 텍스처 [도서/문학]

글 입력 2021.10.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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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단편소설 작품은 신종원 작가의 「멜로디 웹 텍스처」이다.


소설이든 시든, 문학은 기본적으로 작가와 독자가 관계를 맺는 한 가지 방식이다.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나 예술세계를 담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면, 독자는 그것을 감상하고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다. 독자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비판을 작가는 수용하고, 그를 바탕으로 다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다.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문학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 대중적인 혹은 전문가적인 평가가 발생하고, 다양한 해석과 비평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학적 가치가 발견되며 문학이라는 세계가 지속된다.

 

물론, 작품이 반드시 대중적 요구를 온전히 실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 대중의 감정들, 그리고 가치 있는 시각을 담고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러한 이야기들로부터 벗어난 위치에서 자신의 예술을 발휘하는 좋은 작품도 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동시대적인 감성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 나름대로 곳곳에 새로운 기교들을 실험하는 작품들도 있다. 첨예한 비평이 오가는 문단이라는 제도 속에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나간다.


이러한 기준에서 얘기하자면, 신종원 작가는 그렇게 대중에게 살가운 소설가는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매력적인 소설 도입부를 만들어내려는 대부분의 신진작가들과 달리, 신종원 작가는 오히려 작품의 시작부터 낯선 이미지와 불완전한 문장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며 읽는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제도권 문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러한 문장들은 거부감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신종원 작가의 등단작(「전자 시대의 아리아」,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을 마주했던 나 역시 그렇게 느꼈었다. 확실히 신종원 작가의 작품은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익숙한 형식의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소설 규칙들(?)의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소설 장르의 신선한 매력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멜로디 웹 텍스처」는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감각들을 음악적 방법으로 소설에 재현하려고 한다. 소리는 청각으로 인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 본질은 공기를 매질로 하는 충격파이다. 그 파동이 고막에 전해져 진동을 만들면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소리를 공기의 촉감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말소리와 음악소리와 생활 소음들로부터 부드럽거나 날카로운 감각이 느껴진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멜로디 웹 텍스처」는 촉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독자는 우리 생활의 다양한 자극들을 우리에게 천천히 하나씩 상기시켜 주는 친절한 소설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소리를 지른다. 너를 갓 발견했을 때 말이다. 너는 온몸이 새까만 털로 뒤덮여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체는 깜부기 같은 것이다.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알갱이 하나를 혹자는 생각하게 된다. 이 조그만 혹 안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는 얼마간 비밀에 부쳐져 있다. 혐기성 곰팡이의 균사나 포자? 운이 좋다면 희귀한 커피 윈두의 배젖이 자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문학과 사회》 2020, 여름호, p. 169)

 


「멜로디 웹 텍스처」는 베란다에 서식하는 검은 거미의 이야기다. 성실하게 거미줄을 짜며 집을 짓는 이 거미는 거미줄과 체모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들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수용하게 된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세입자의 통화소리, 이웃집의 층간 소음. 이 소리들은 베란다까지 전파되어 거미줄과 체모를 진동시키고 거미는 이를 직접 촉감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거미는 이러한 음악적 요소들 속에서 거미줄을 엮는 길쌈꾼이 된다. 베틀에 2인 1조로 앉아 리듬을 타며 노동하는 길쌈꾼들, 그 옆에서 호응해주는 악사와 염료장수와 주술사, 그리고 그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들의 모습. 줄을 엮는 이 작은 노동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미지는 주술적인 의식으로 승화된다. 거미는 종교적 행사의 주인공이 되어 쉼 없이 줄을 엮어 낸다. 커다란 디오니소스적 도취의 분위기 속에서 거미는 커다란 하나의 완성품, “멜로디 웹 텍스처”를 완성한다. 그러나 세입자의 눈에는 하룻밤 사이에 규모가 열 배 불어난 거미집처럼 보일 뿐이다.


*


「멜로디 웹 텍스처」는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한국문학에 있어서 굉장히 문제적인 소설이다. 우선 내용의 측면에서는 단편소설이라는 압축된 분량 속에서도 단일한 층위, 단일한 분위기로 집약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거미의 눈에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동화적인 접근법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거미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물질적인 감각들―유기물 결합체일 뿐인 거미줄과 변동하는 주파수일 뿐인 소리들―에 집중하여 세계를 하나하나 나열된다. 어떠한 동화적인 낭만도 찾을 수 없는 세계다.


한편 거미줄을 짜는 노동에 깊이 몰입하는 부분에서 종교적인 상상세계의 이야기로 국면이 전환된다. 여기서는 오히려 주술적인 이미지들, 이국적인 이미지, 광신도의 이미지들이 나열된다. 염료의 다채로운 색상, 악사의 주술 음악 같은 신비한 이미지, 그리고 길쌈 노동에 던져진 주인공의 모습들이 현란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국면은 베란다의 무미건조한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고 있다. 거미의 시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베란다의 공간과 가상-종교의식의 공간이 서로 교차되며 불쾌한 거미의 이미지에 종교적으로 신성한 이야기가 입혀지는 이색적인 소설 콘셉트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형식의 측면에서 이 소설을 바라볼 때, 독서를 어렵게 하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불완전한 문장들이라든가,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의 혼재 같은 것들은 일반적인 대중 소설과는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2인칭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통해서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세상에는 선형적, 인과관계적인 사고방식으로 익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신종원 작가가 낯선 서술 방식을 취함으로서 비로소 낯선 세계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신종원 작품세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신종원 작가는 시각이나 청각처럼 정보량이 많은 감각들을 구체적으로 만져질 수 있는 물질적인 형태로 환원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훌륭한 작가이다. 작년에 등단한 신진 작가이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덕에 올해 첫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멜로디 웹 텍스처」는 『전자 시대의 아리아』에 수록되어 있으니 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비롯한 다른 단편 소설들도 그의 첫 소설집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친 일상적이고 세밀한 감각들을 음악과 서사의 결합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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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원 작가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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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제목이 '멜로디 웹 텍스처'인데 '미디어'로 적힌 부분 수정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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