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요 - 김윤희 작가

글 입력 2023.11.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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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인생을 닮았다. 인생이 우리가 살면서 하는 여러 가지 선택의 결과이듯, 한 편의 이야기도 작가가 거듭되는 고민을 거쳐 결말까지 이끌고 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인생 또는 이야기가 특별히 재밌거나 훌륭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살 수 있었던 인생, 그리고 나만이 쓸 수 있었던 이야기다. 인생을 살든 이야기를 쓰든, 고유함은 선택의 매 순간 충실했던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동화를 쓰는 김윤희 작가는 이야기 창작이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그 고민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두 권의 작은 책 『쥐꼬랑지』와 『사랑의 작은 책자』이 되었다. 두 편의 동화 모두 김윤희 작가만의 고민이 담긴, 김윤희 작가만 쓸 수 있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결핍이 있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만의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다음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떤 방법으로 해피엔딩에 도착할지 기대하게 된다. 그 길을 찾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오늘도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김윤희 작가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동화의 마지막 문장을 쓰자

이 슬픈 시간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희망이 생겼어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춘천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인 행복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김윤희입니다.

 

 

지금까지 『쥐꼬랑지』와 『사랑의 작은 책자』를 내셨습니다. 작가님이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부터인가요?


몇 년 전,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방황하던 시기에 지인이 동화를 써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왜 그런 얘기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많고 많은 장르 중에 왜 동화일까. 저는 작가를 꿈꿔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어릴 때 동화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기억에 남아서 ‘배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동화를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동화를 배워보니 어땠나요?


사실, 수업 초반에 현실 동화에 관해 배울 때는 생각보다 재미없었어요. 환불을 고민할 정도로요. (웃음)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긴 건 우연히 부암동의 한 헌책방에서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예요.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이런 게 동화라면 나도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에서도 현실 동화보다는 판타지 동화 수업이 훨씬 재밌었고요. 저에게는 판타지 동화가 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처음으로 동화 한 편을 끝까지 썼을 때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학원 다닐 때 쓴 첫 동화는 행복을 주는 존재를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당시 제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 때였거든요. 그 상실감과 슬픔에 관해 쓴 것인데, 어쨌든 동화니까 결말은 행복하게 써야 하잖아요. 주인공이 어떻게 상실감을 이겨낼지 궁금해하면서 글을 썼더니, 어느 순간 행복한 결말이 딱 나오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동화의 마지막 문장을 쓰자 이 슬픈 시간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희망이 생겼어요. 비록 허구의 이야기였고, 여전히 상실감에 괴로웠지만, 슬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습니다.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는 동화라는 장르가 고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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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드백에 맞춰 이야기를 억지로 수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작품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여러 편의 동화를 쓰셨는데, 그 중 첫 장편이자 첫 발표작인 『쥐꼬랑지』는 독립출판으로 출간되었어요. 독립출판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쥐꼬랑지』를 몇몇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신기하게 모든 출판사에서 공통된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 이야기 속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상처를 줄 것 같다고요. 주인공인 ‘쥐꼬랑지’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에 맞춰 이야기를 억지로 수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작품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한글 파일로만 완성된 이야기를 갖고 있던 중, 춘천의 ‘서툰 책방’이라는 곳에서 열린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독립출판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자기가 직접 책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게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쥐꼬랑지』 독립출판을 준비했어요. 운이 좋게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님인 여름밤 작가님께 표지 그림도 받았고요. 처음에 표지 스케치를 받고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앞서 『쥐꼬랑지』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쥐꼬랑지』로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관해서 쓰고 싶었어요.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펼치고 싶다는 욕망도 분명히 있는 아이가 아무도 그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했죠. 그 아이의 이름이 쥐꼬랑지인데, 쥐꼬랑지의 보호자인 고모는 가난하고, 그로 인한 절망감을 오랜 세월 느껴왔기에, 어린 조카가 어떤 꿈을 가졌든 그 꿈은 가당치 않다고 무시하는 노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쥐꼬랑지가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썼어요. 현실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예술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출판사들이 준 의견(어른의 이중적인 모습, 수동적인 쥐꼬랑지)에 관해서는 작가님도 『쥐꼬랑지』를 쓰며 고민한 부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가지 방향으로 고민을 해보았는데, 우선은 고립된 상황에 있는 ‘쥐꼬랑지’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쥐꼬랑지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어요. 얼핏 보면 ‘쥐꼬랑지’가 수동적으로 사람을 만난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쥐꼬랑지’가 그들을 통해 배워가는 내면 과정은 수동적이지 않거든요. 느려 보이지만 쥐꼬랑지는 마음은 치열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쥐꼬랑지를 도와줄 것 같았던 사람들이 쥐꼬랑지의 믿음을 저버리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꼭 이야기 속에 넣고 싶었던 거예요. 쥐꼬랑지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의 실수는, 어쩌면 쥐꼬랑지도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현실적인 실수거든요. 그걸 순수한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쥐꼬랑지가 만일 그들의 실수를 통해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괜찮은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쥐꼬랑지의 꿈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비록 가난해서 풍족한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꿈을 꺾기보다는 “계속 가다 보면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라고 변치 않는 단단한 응원을 해주는 것만으로 분명 누군가는 꿈을 이룰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도 『쥐꼬랑지』를 읽으며 쥐꼬랑지 주변 어른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분명 선의를 가지고 있지만 적당히 비겁하고 자기 이익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현실적이고 공감도 되었거든요.


기자님처럼 말씀하신 독자분들이 많았어요. 출판사에서 출판이 어렵다고 피드백해 주신 부분을 많은 분이 오히려 매력으로 꼽는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저는 쥐꼬랑지에게 상처를 준 인물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쥐꼬랑지를 위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쥐꼬랑지에게 도움을 줄 때도 진심이었고요.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이중적인 면이 있잖아요. 처한 상황에 따라 잘못된 판단이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 모습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쥐꼬랑지』의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쥐꼬랑지한테 상처 준 캐릭터들에게 애정과 연민을 갖고 있습니다. 분명 그들도 부끄러움을 느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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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말은 저만의 방식으로 풀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단 하나뿐인 저만의 답인 거예요. 그럴 때 희열을 느껴요.”

 


지난 봄에는 두 번째 책 『사랑의 작은 책자』까지 내셨어요. 첫 책을 내고 나서 두 번째 책을 내기까지 약 2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작가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책을 내지 않았다면 몰랐을 독자분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쥐꼬랑지』를 읽고 남겨주신 후기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한 간호사 독자님이 마음을 열지 않아 유난히 치료가 어려운 환자분께 『쥐꼬랑지』를 드렸는데 그분이 오랜만에 미소 짓는 모습을 봐서 뿌듯했다는 후기, 꿈에 관해 고민이 많았는데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분들의 후기도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성인이 된 두 딸에게 『쥐꼬랑지』를 읽어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한 중학교 선생님께서는 제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며 대량 주문을 하기도 했어요. 어떤 분께서는 왼쪽 팔에 제 책의 한 구절을 타투로 새기셨는데, 그 이후 저의 왼팔을 볼 때면 그분의 타투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모든 독자분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책을 두 권 내고 나니 작가님의 개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쥐꼬랑지』, 『사랑의 작은 책자』 모두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강해요. 이런 배경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 동화를 쓸 때 ‘나는 어렸을 때 어떤 동화를 좋아했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나가서 노느라 책을 잘 안 읽었지만, 안데르센이나 그림 형제 같은 옛날 서양 동화에 황홀감을 느꼈던 순간이 기억이 났죠.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좋더라고요. 


나중에 그 동화들이 ‘메르헨’으로 분류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메르헨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기보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본성을 은유하는 장르라는 것이 좋았어요. 또 요정과 괴물이 나오는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민담이나 전설, 신화, 요정, 유령 이야기들을 독학했죠. 그런 취향과 관심사가 제 작품을 쓸 때도 반영되는 듯해요. 


한국을 배경으로 써보려고도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할 때 어울리는 배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이국적인 배경일 때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고요.

 

 

이야기를 만들며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어요. 


주로 책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인간의 고통과 행복을 다룬 책이요. 제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고통을 안고 있는 존재가 어떻게 그 세계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해요. 그래서 철학이나 심리학, 사회학, 종교 관련 서적을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았어요. 


이 책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현실적인 고통을 직시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불행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순간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종류의 책은 고통이라는 문제만 제기하고, ‘인간은 이렇게 비루한 존재다, 인생은 비극적이다.’라고 말하고 끝나버리는 ‘닫힌 세계’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생각을 보태면서 함께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는 ‘열린 세계’라는 점이 좋아요. 


저 역시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일을 상상으로는 가능하다고 믿어보는 과정에서 판타지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말씀을 들으니 창작이라는 게 문제를 푸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맞아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일종의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이야기의 씨앗은 제 안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미지의 영역이라 계속 새롭게 찾아가야 하거든요. 주어진 문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결말이 나와 있어요. 그 결말은 저만의 방식으로 풀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단 하나뿐인 저만의 답인 거예요. 그럴 때 희열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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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썼던 건 동화를 쓰는 일이 정말 소중했기 때문이에요.

인생에서 간절한 꿈이랄 게 없다가 운이 좋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거거든요.

이걸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사실 저는 작가님이 첫 책을 내기 전 글을 쓰던 때부터 블로그로 작가님을 봐 왔으니 그 ‘문제 푸는 과정’을 봐 온 셈이기도 하네요. (웃음) 늘 묵묵히 쓰시는 모습에 많이 배우고 또 감탄했어요. 그 동력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언젠가 김중혁 작가님께서 누구나 첫 번째 장편은 쓸 수 있지만, 두 번째 장편을 쓰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지만 그걸 쓰고 나서 다른 이야기를 또 쓰려면 첫 번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저도 첫 번째 장편 동화인 『쥐꼬랑지』는 한 달 만에 정말 즐겁게 썼어요. 그냥 제 이야기였으니까요. (웃음)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를 쓸 때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까지 소설 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기술적으로도 한계를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혼자 소설 작법 책을 읽으면서 공부도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쓸 때는 매일 도서관에 갔어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날은 매일매일 패배감을 느끼며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다가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발견하면 엄청 기뻐하면서 집으로 향했고요. 


그래도 계속 썼던 건 동화를 쓰는 일이 정말 소중했기 때문이에요. 인생에서 간절한 꿈이랄 게 없다가 운이 좋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거거든요. 이걸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제 꿈을 무시하는 말에는 잘 흔들리지 않아요. 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해서, 내가 성실하지 못해서 꿈을 포기하게 되는 건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러고 싶진 않다는 마음이었죠.

 

 

그때 특히 도움이 되었던 무언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래전, 문예창작을 전공했던 친구가 들려준 대학원 동기 언니의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그 언니는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문창과 대학원에 다니셨는데, 동기 중에서 등단이 꽤 늦은 축에 속하셨다고 해요.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퇴근 후에 매일매일 하루에 1시간씩은 꼭 카페에서 글을 쓰셨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많은 문창과 동기들이 하나둘 글쓰기를 포기했을 때도 그 언니만은 계속 글을 쓰면서 결국에는 문단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는데,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려워 막막할 때면 일면식도 없는 그 언니를 떠올렸어요. 나도 그 언니처럼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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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요? 이야기를 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글을 쓰다 보니 창작자의 입장에서의 좋은 이야기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글을 쓴다는 건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후회 없이 쓴 글이 좋은 글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께서 등단을 하기 위해 수상작과 심사평을 다 분석해서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썼다고 조언해주신 적이 있었어요. 물론 심사평과 수상작을 고려해서 쓴 글도 좋지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외부의 틀을 너무 의식하면 과연 자신이 하고자 했던 글이 온전히 표현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른 존재이니,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을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세상에 들려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 각자의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쏟아져나올 때 문학도 더 발전할 거라 믿어요.


두 번째 조건은 이야기에 공명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 명일지라도 누군가가 내가 쓴 이야기를 읽고 위로를 받거나 글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준다면 비로소 그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로 완성되는 것 같아요. 이건 작가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행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딱 한 명이라도 좋아해 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모든 이야기의 첫 번째 독자는 작가 본인이잖아요. 결국 작가인 내가 만족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웃음)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가님이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시작하는 단계’가 필요한데요, 만일 그게 혼자서는 어렵다면 학원을 등록하거나 강좌를 들으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는 말씀을 일단 드리고 싶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글을 써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본 다음부터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거든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죠. 물론 중도에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글을 발표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시작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또 제가 글을 쓴다고 하면 ‘아 저도 글을 쓰고 싶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 중에 실제로 꾸준히 쓰는 분은 별로 없다는 거예요.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건 재능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니 글을 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면, 조바심 내지 말고 나만의 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지를요. 막 글을 시작할 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은 정말 중요한 것 같거든요. 이때 나라는 사람,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깊이 고민해두지 않은 채 글을 쓰다 보면 흔들리는 상황을 자주 만날 수 있거든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나라는 작가를 충분히 고민한 사람은 길을 잃더라도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작가님이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또는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저는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어떤 이유로 불행에 빠진 인물이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면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힘든 일을 겪지만 그래도 행복을 찾아내는 이야기, 지금은 실패하고 좌절하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요. 


우리는 스스로를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마음속에는 자라지 않는 아이가 있거든요. 마음속의 어린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어요. 지금은 우정을 통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역시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행복한 결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4월에 나올 작가님의 다음 책도 소개해주세요.


동화 학원 다닐 때 처음으로 쓴 동화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행복을 주던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려 슬픔을 느끼는 아이가 씩씩하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큰 상실을 경험한 분들이 읽고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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