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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인간에게 삶과 예술은 구별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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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미와 예술을 그 대상 영역으로 삼고 있는 학문이라 한다.


사실 다루어 본 적이 없는, 특히 접근하기가 어려운 학문이다. 예술 작품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니, 이에 도움을 줄 도서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제목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던지는 예술과 철학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다만 저자는 여전히 날 선 시선으로 혼란한 현대 사회의 면면들을 짚고, 문학·철학·미술을 넘나들며 작가적 시선으로 난해한 현대인들의 내면을 진단한다.


종종 예술은 무엇인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하곤 한다. 고로 미학은 예술과 현실의 소통 매개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도서가 유독 친근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나 작품을 현장 비평으로 사회·문화적 현상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역사·인문학적 관점에서만 보았던 것들을 예술에서 언어, 언어에서 내면으로 자유롭게 사유의 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가 세상을 읽는 독특한 시선을, 가까이하기 꺼려졌던 미학을 다시 이해해 보고자 한다.

 

 

 

당신은 계속 당신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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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르타주 미술관

 

 

저자가 말하는 초상이란 인간의 자기만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그동안 예술 작품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작품 중 초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서양의 미술관만 돌아다니더라도 각기 다른 얼굴들이 걸려있어 시대상을 엿보기에 아주 좋다. 우리나라도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얼굴을 화폭에 담아 부와 명성을 쌓았다.

 

얼굴은 인간이 저마다 다르게 갖고 태어나 평생 성장하고 늙어가는 개별자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21세기 현재를 봐도 그렇다. SNS 지인들은 자신의 초상사진을 수시로 찍어 올린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초상을 그럴싸하게 꾸미고 전시하는 일에 골몰하기는 똑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초상은 얼굴의 재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색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찍는 얼굴들이 세계에 대해 자기 존재의 개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활동 증명을 통해 예술인으로 인정, 등록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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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가영, 워크플로우 ⓒ세화미술관

 

 

최근 리움 미술관이 재개관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굳게 닫혔던 화랑들도 새로운 전시를 기획 중에 있다. 미술계의 큰 환영을 받는 이 순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곤혹스러웠던 예전을 생각하면 예술의 영향력이 꽤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예술가의 의미를 논하고 있다. 사실 예술가는 직업의 하나일 뿐이며, 당연히 예술가의 삶도 일반인의 삶과 다르지 않으니 창작 같은 예술 활동은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예술가를 메인 직업으로 삼으려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고 때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렸을 때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작업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했는데, 요즘은 작업 때문에 먹고사는 일을 못할까 봐 걱정

- 189쪽

 

 

그래서 다양한 예술인들 중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예술가로 사는 일은 숙명이 아니다.

 

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고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이미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 한데 아울러서 본다면 예술가란 노동자, 직업, 사업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임가영의 <워크플로우>를 보면 예술가란 무엇일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째서 흐르는 피는 남들에게 충격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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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타 치하루, Between Us ⓒ가야아트센터

 

 

시오타 치하루의 Between Us는 빨간 색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현장의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고 빨간 색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느낌을 준다. 시오타의 빨간 색실을 혈관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쓴다면, 마치 서로 피를 나누는 것처럼 타인과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 제목과 엉키어 관람객은 인간 내부의 보호되고 숨겨진 혈관들이 공존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시오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피가 가지는 묵직함으로 생명에 감각적 실존을 주면서, 결국 생명력 있는 연결고리들을 표현했다고 말이다.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피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피는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피가 바깥으로 흘러나와 우리의 눈에 띄었을 때 죽음이라는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작품을 바라본다면 빨간 색실을 어느 하나의 매개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소중한 연결성을 지니는 것이다. 또한 혈관은 피를 보호하는 존재이기에 죽음이라는 암울한 것 없이 안전하게 생명을 바깥에서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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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은 작품을 소비하면서 작품의 의미까지 사유하게 하며, 사유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를 윤리적 판단에 이르게 한다. (...) 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이다.


- 17쪽~18쪽

 

 

아직도 어렵다. 하지만 미학을 한층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작품, 도서, 예술가 등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저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위에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또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 언어의 예술이다. ‘위안부’를 언급하면서 언어가 가진 영향력과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언어가 정체성과 역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역사를 지고 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나 다름없다.

 

미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만화경과 같다. 철학과 미술을 넘나들며 난해한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는 것은 말로만 들어도 어렵지만 이를 해석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작품들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기에 미학적으로도 인문학적으로도 독서의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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