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예술가의 탄생 [사람]

미대를 못 간 작가 이야기
글 입력 2021.10.1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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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역할로서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에 앉아 있으니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때 너를 미대에 보냈어야 했어. 부모로서 많이 미안하다."


평생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씀이다. 그리고 나는 대중들에게 "저는 미대를 못 나온 작가입니다."라고 또다시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를 스스로 되돌아보았다. 미대를 못 나왔기 때문에 못 그린다는 것 인지, 아니면 잘 그렸다는 것인지 이어질 대화의 흐름을 선택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이 있어야 스스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나의 일상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손으로 만들어 낸 것을 작품이라 부르고 싶다. 나, 그리고 일상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부심이 크다. 그것들은 대부분 일상 중 경험했던 상실과 소멸에 관한 것들이다.

 

나의 손끝으로 피워내는 일상의 향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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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일상 소멸1>, 나무 화판에 채색(Watercolor on Wood panels), 52.5x45cm, 2021

 

 

얼마 전 미술 재료를 사러 간 화방의 사장님께서 한 말씀하셨다. "원래 뭐를 해보려고 미대를 가면 손이 다 망가져요. 창의성이 죽지. 이제라도 어려운 길 선택해서 갔으니 더 잘 할 거예요. 스스로 잘 선택하셨어요."라고 말이다.


내 전시에 언제나 기운을 넣어주시기 위해 찾아오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도 한 말씀 거드셨다. "은미 너는 미대에 갈 실력도 사실 조금은 모자랐지. 그래도 삶의 시련을 겪고 그것을 작업의 소재로 표현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처럼 인생의 역경을 작업 과정에 녹여 내는 훌륭한 일상 예술가가 되기를 기도한다."라고 말이다.

  

이것은 단순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 오랜 나의 일상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또 다른 예술계 작가 선생님의 말씀이기도 했다. 이 묵직한 한 마디 말씀은 내 마음에서 퍼져나가 이내 곧 전시장에 묵직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사실 미대를 나오면 무엇하고 안 나오면 어떠한가? 성인이 된 나는 이제 내 노력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흘러간 과거를 붙잡는 것은 죽은 무덤의 시체를 다시 끄집어 내는 일이지 않은가?

 

이제는 보다 나은 미래, 즉 나의 일상을 위해 움켜쥔 것을 놓아 풀어주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론과 기법 못지 않게 작품을 감상하는 주체인 사람의 일상 속에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노력에도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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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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