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웡카' 초콜릿의 주재료는 '꿈과 희망' [영화]

글 입력 2024.02.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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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3, 4학년 때였을 것이다. 우리 집에 있는 책 중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 중엔 동화책과 만화책이 많이 있었는데 심심할 때마다 수십 번도 읽은 동화책과 만화책을 다시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방 책장 한편에는 소설책 두 권이 있었는데 눈에 잘 띄지 않게 있었던 탓인지 손이 가질 않았다. 그 책들을 본 나는 호기심에 의자를 밟고 올라가 한 권의 책을 꺼냈었고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달콤한 초콜릿처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현재까지도 가장 애정 하는 책 중 하나이자 영화로 남아있다. 아마 그게 내가 첫 번째로 읽었던 소설이었을 것이다. 주말의 따뜻한 햇살 아래 엎드려 두 다리를 방방 대며 책에 나오는 재밌는 초콜릿을 상상해 그린 기억이 난다. 찰리와 비슷한 나이인 내게도 황금티켓을 선물 한 그 책은 '로알드 달' 작가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나 그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내용을 단숨에 요약해 말할 수 정도로 깊어졌을 때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온갖 재미난 이름을 가진 초콜릿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니" 옛날에 내가 그린 상상의 초콜릿 그림들과 비슷할지 기대를 품으며 봤었다. 웡카는 다시 내게 황금 티켓을 주며, 흑백으로 그려진 내 상상 속 초콜릿 공장에 생기를 불어넣곤, 다채로운 색이 가득한 초콜릿 공장을 견학 시켜주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내 작은 머리에 새로운 상상력이 크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은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운반하고 있지만 공장에 출퇴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직원이 있었던 시절, 누군가 초콜릿의 레시피를 빼돌렸고 그 이후 공장은 굳게 닫힌 채로 굴뚝에 연기만 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 웡카는 전 세계에 딱 5개의 웡카 초콜릿에만 들어있는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고 그 모든 제작 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기사를 내보인다.

 

그렇게 세계는 윌리 웡카의 '황금티켓'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고 티비에는 하나둘씩 황금 티켓의 주인공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티비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작고 왜소한 소년 '찰리'. 찰리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초콜릿 공장 바로 옆, 기울어진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다. 양배추 수프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찰리는 초콜릿 공장에 대한 상상을 하며 꿈을 꿀 정도로 웡카의 초콜릿을 좋아했지만, 찰리는 1년에 딱 한 번, 자신의 생일에 딱 한 개의 웡카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티켓만을 남겨두고 찰리의 생일이 다가온다. 부모님은 찰리에게 희망을 심은 웡카 초콜릿을 선물했지만 기대하던 황금 티켓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눈 속에 파묻힌 돈을 발견하곤 다시 초콜릿을 사러 가는데 기적적으로 마지막 황금티켓을 찰리가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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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 이 사실을 찰리가 알리자 옛날 웡카 초콜릿의 공장 직원이었던 할아버지가 기뻐하고 가족들은 누가 찰리의 동행자가 될지 의논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찰리는 집안을 형편을 알기에 황금티켓을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집안의 어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찰리에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꿈과 희망을 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모인 독일의 먹보 소년 아우구스투스와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어야 하는 부잣집 딸 버루카, 껌 씹기 대회 챔피언인 바이올렛,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 생각하는 마이크. 그리고 마지막 눈 속에서 찾은 돈으로 우연히 행운을 발견한 소년 찰리가 공장을 견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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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의 공장은 놀랍도록 다채로운 색들과 상상이 가득 담긴 초콜릿들이 많았다. 초콜릿 폭포, 빨간 사과처럼 생긴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가득 자란 잔디밭, 씹기만 해도 코스요리를 먹은 듯 배가 불러오는 껌과 티브이에 음식들이 통과되는 발명품 등. 진귀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찰리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의 욕심과 이기심, 승부욕과 과시욕 때문에 그들은 사고를 당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찰리가 웡카의 후계자가 된다. 하지만 혼자만 공장에 와야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찰리는 포기하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훗날 다시 만난 찰리와 웡카. 웡카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을 일그리곤 했는데, 영화를 보면 아버지와의 추억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웡카는 대화를 하던 중 찰리가 한 말을 듣고 다시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그렇게 부자는 화해를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찰리를 다시 한번 후계자로 정하고 찰리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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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 나온 결말은 웡카의 공장에 도착한 찰리네 가족들이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결국 지구 밖을 나간다는 결말인데, 그래서 이 책의 후속작으로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라는 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팀 버튼만의 방식대로 기승전결과 가족의 소중함을 깊게 내포하고 있는 따뜻한 결말로 이끈다.

 

여기서 알면 재밌는 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 작가인 로알드 달의 작품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마틸다>도 있다. 두 번째로 팀 버튼은 공장 안에 초콜릿 폭포와 먹을 수 있는 풀, 사과 사탕 등을 CG가 아닌 실제 세트로 만들었고 그중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모티브가 된 실제 초콜릿 공장이 있다는 점인데 이는 '캐드버리 초콜릿'이다. 캐드버리 공장과 모델하우스에 영감을 받아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캐드버리 광고 대행사 Fallon London은 초콜릿이 주는 기쁨, 행복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소개보단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했다. 그래서 광고를 내보였을 때, 캐드버리를 단순한 초콜릿이 아닌 행복을 주는 초콜릿으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보면 웡카의 공장은 캐드버리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까지도 닮아 보인다. 나도 캐드버리에서 파는 큰 초콜릿을 사 먹은 적이 있는데 영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곤 매번 큰 초콜릿의 포장을 뜯을 때마다 찰리처럼 혹시 모를 황금티켓이 있을까 조심스레 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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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팀 버튼이 만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장면을 연상하며 꿰고 있을 때쯤. 그렇다, 24년 지금 현재 내게 새로이 '웡카'라는 영화가 나타났다. 이번엔 오리지널 원작의 이전, 웡카의 어릴 적으로 간다.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만들기 전으로,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내는 게 소망인 웡카의 꿈과 희망을 담은 이야기라고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던, 자유롭고도 신비한 마법사 같은 어른 '윌리 웡카'의 어린 이야기를 기분 좋게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내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준 '윌리 웡카'의 꿈과 희망을 찾는 도전기를 지켜보는 것은, 새로운 맛의 초콜릿을 찾은 것처럼 익숙한 듯 새로운 감회로 마음에 와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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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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