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4살의 회사일기 [사람]

글 입력 2021.09.0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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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08월 2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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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이다. 어젯밤은 떨리는 마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잠을 못 잤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알람보다 먼저 깨어났다는 약간의 억울함에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였다. 일어났지만, 준비할 것은 딱히 없었다. 어젯밤 자기 전에 입고 갈 옷도 정했고,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눈화장만 대충했다. 가방에는 수첩과 몇 개의 필기도구 그리고 지하철에서 보낼 심심한 시간을 위한 책과 에어팟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회사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면접 보러 왔을 때도 으리으리한 건물이었지만 다시 와서 보니 역시 으리으리하다. 번듯한 건물에 들어섰다. 동기가 먼저 와있었다. 동기와 어색하게 마주 앉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실수였다.

 

첫날이라 업무를 보기보다 팀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과장님의 설명을 듣기만 했다. 체험학습에 온 아이들처럼. 실수가 제일 신경 쓰였지만, 업무를 본 것도 아니라서 실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실수를 안 하려는 모습이 각목처럼 경직되어 보였을 것 같다. 그럼 보는 사람도 나도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렇다고 실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해도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린 언제 어디서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첫출근, 고생했다. 무엇이든 처음이 두렵고 무서운 법이다.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으니 두려움보다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21년 08월 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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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지 3일 차이지만, 이 회사가 도대체 나를 왜 뽑았는지 궁금하다. 일할수록 나의 부족임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입사한 지 3일만에 이렇다니.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고 화가 나기도 한다. 모르는 것은 몰라서 답답하고 아는 것도 긴장해서 버벅거리다가 못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그저 내가 한심할 뿐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회사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도 맡은 업무를 완성해서 과장님께 제출했는데 수정할 사항이 산더미였다. 디자인 형식과 등장 타이밍 그리고 추가해달라는 자막도 있었다. 3가지 정도만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10개의 영상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 완성했다고 보여드린 내가 부끄러웠다. 과장님이 보시고 얼마나 어이가 없으 셨을까. 나는 고개를 떨굴 뿐이다.

 

퇴근하기 전까지 나에 대한 원망으로 휩싸여있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성인인 나는 태도가 되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신 과장님께서 “이런 걸로 기죽지 마!!”라고 말해주셨다. 그 한마디로 원망은 마음속 작은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 말씀에 나는 “네!!, 내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퇴근을 했다.

 

그런 날이 있다. 작은 것이 크게 다가오는.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수정 사항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시작한 일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열에 아홉은 나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발전 가능성이 없는 나는 재미없기 때문이다. 배움으로 가능성을 채워가며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될 것이다. 이건 당장 되는 것이 아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21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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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촬영을 했다. 나는 프롬프터를 담당했다. 사실 프롬프터는 두 번째로 만져봤다. 이 일을 하기 전에 방송국에서 인턴을 했지만, 뉴미디어팀으로 프롬프터를 구경할 일은 없었다. 프롬프터와의 어색함은 어색함이고, 나는 오늘 이것을 작동해야만 했다.

 

또다시 찾아온 고난이었다. 그래도 넘기기 쉬운 고난이었다. 문제없이 프롬프터를 작동했다.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프롬프터에 띄울 글을 정리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한참 촬영하던 중… 읽을 수 있도록 계속 넘겨야했는데 갑자기 혼이 나간 것처럼 멍을 때렸다. 그렇게 촬영이 중단 되었다. 내가 집중하지 못한 탓에 중단되어 스튜디오에 계신 모든 분께 죄송했다. 정말 죄송했다. 모든 이의 시간을 뺏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촬영되는 분의 에너지 소모에 죄송했다.

 

실수해도 유연하게 해결하자던 나의 다짐은 쉽지 않았다. 실수하면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움이 다급한 행동을 낳고 다급한 행동으로 실수가 해결되지 않아서 결국 정신이 흔들린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 일에 내가 집중을 못 한다니… 오늘도 한껏 풀죽은 모습으로 퇴근할 것 같았다.

 

나는 촬영 중간에 나오게 되었고, 내 자리에서 영상 편집했다. 한참 편집하던 중에 촬영 쉬는 시간인지 기획자님께서 나오셨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차마 얼굴도 볼 수 없었지만, 기획자님께서 먼저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했어요. 처음이라 그래요. 괜찮아요.”라고 해주셨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 저 세 문장이 더 죄송스러웠다.

 

 

 

나를 위해


  

칭찬 수정.jpg

 

 

첫 직장에서 첫 직무, 여전히 어리바리하고 제대로 하는 일을 찾기가 더 쉽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실수하는 거는 당연하다고 하지만, 실수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그 어떤 모습보다 내가 제일 싫고 작아 보인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이유인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실수에 대해서 엄격해지고 전에 잘했어도 티끌 같은 실수가 다 덮어버린다.

 

그래서 일로 인한 자신 혐오를 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잘한 일을 3가지 생각해서 일기장에 써보려 한다. 실수의 원망에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에 대해서 집중하고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업무의 수행 능력이 높아지고 작은 실수는 의연하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1년 08월 20일, 나의 첫 출근부터 마지막 출근까지 발전한 나를 응원한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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