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자란 한여름의 이야기.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8.04 14: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절기상 입추가 성큼 다가왔다. 여름을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편이라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건 까먹었는지 막상 여름을 보낼 생각하니 아쉽고 서운하다. 나의 이런 변덕은 매년 반복된다.


이번 여름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위염이 심하게 와서 꽤 오랫동안 고생을 좀 했기 때문이다. 다시 기운 낼 수 있었던 것은 여름 드라마 덕분이었다.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따가운 햇살에 지쳐갈 때면 여름이 배경인 드라마를 다시 보거나 기억 속에서 꺼내어본다.


드라마 속의 여름은 마치 윤슬 같다. 더위는 잊혀지고, 평온하면서도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런 여름을 보고 있으면 남은 여름을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꾸미기]1.jpg



이번 여름에는 JTBC 단막극 ‘한여름의 추억’을 골랐다.

 

2017년 12월 31일에 방영했으며 영상에 여름 풍경을 예쁘고 많이 담은 작품이다. 4년 전의 여름이라 그 시절의 감성까지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라서 나이에 따라, 시절에 따라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꾸미기]2.jpg



드라마 첫 씬은 주인공 한여름의 집이었다. 집 안 가득 들어온 햇살,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 귀를 자극하는 매미소리까지 4년 전의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발로 선풍기를 끄고 급하게 나가는 여름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면서 나의 4년 전 여름으로 잠시 돌아갔다.

 

그 때의 나를 떠올리며 가슴이 몽글해지고,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을 때쯤 그녀의 사랑 연대기가 펼쳐졌다.


첫사랑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오해를 만들고, 두 번째는 서투르지만 순수하고 빛나는 사랑을 했으며 세 번째는 정말 많이 사랑했지만, 욕심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리고 네 번째는 동료 라디오PD 제훈과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썸으로 끝났다.

 

여름은 또 제훈에게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애매한 관계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여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시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해준에게 상처 줬던 자신을 벌 준다는 생각으로 제훈과의 애매한 관계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름은 야무지고, 아니다 싶을 때는 멈출 줄도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결국 제훈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고 관계를 정리한 후 휴가를 떠난다. 미국에 있는 언니 집에서 휴가를 보내던 여름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연애했던 해준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꾸미기]3.jpg



37살의 한여름은 솔직하고 영리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다. 하지만 과거의 그녀는 37살의 그녀와 달랐다. 솔직하지 못했고, 사랑 보다는 욕심이 앞섰다.

 

그랬던 그녀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을 통해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나간 사랑을 성장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드라마 제목처럼 한여름은 추억들을 가슴에 새기며 성장한 것이다.


지난 일들을 흘러 버리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활용해서 스스로를 성장시킨 여름이 기특했다.


그런 인물이기에 죽음이 아니었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을 테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37살의 여름도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갔을 텐데 죽음으로 마무리 되어서 아쉬웠다.

 

 

당신이 한 번 실패한 뒤에 무엇도 가지려고 들지 않는다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그치만 왜 실패를 나아가는 성장판으로 삼지 않는 거죠?


저는요. 어릴 때 잠깐 만났던 남자한테선 마음 감추고 내숭만 떨면 아무도 내 진심 몰라준다는 걸 배웠고요. 스무 살쯤 지겹게 싸워댔던 남자친구한테선 헤어지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가장 오래 만났던 남자한테선 내 욕심 때문에 상대 진심 짓밟으면 벌 받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외에도 비오는 날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 건지, 와인은 어떤 게 비싸고 맛있는 건지,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뭐고, 티셔츠의 핏은 어떻게 입는 게 예쁜 건지조차 다, 모두 다 내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그 쪽을 포함한 날 간만 보고 도망친 수많은 남자들한테서는요. 내가 상처받지 않게 치는 울타리가 다른 사람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왜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본 오제훈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거죠?


그리고 지금 이 봉투를 통해 깨달은 건, 나 진짜 그쪽한테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 '한여름의 추억' 대사 中

 

 

여름이 휴가를 떠나기 전, 제훈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사랑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생각보다 배운 것은 무척 많았다. ‘이런 것도?’ 라며 의아할 정도로 작고 사소한 것까지 사랑을 통해 배웠다.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여름의 지나간 남자들처럼 사랑을 아무리 해도 이토록 많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4년 전에도 지금도 지나간 추억들을 돌아보고, 사랑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이번 여름도 잘 지낼 수 있게 해준 ‘한여름의 추억’에게 고마웠다.


 

이미지 : 드라마 ‘한여름의 추억’ 공식 홈페이지

 


강득라.jpg

 

 

[강득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