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명화 속 비밀 이야기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도서]

비밀을 품은 미술 작품이 내게 묻는다. 자 이제 무엇이 보이나요?
글 입력 2021.07.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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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압도적인 크기와 상당한 무게를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딱딱한 하드커버 표지는 물론, 이 두꺼운 표지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내지 또한 살짝 두께감이 느껴진다. 마치 정성스럽게 꾸민 전공서적 또는 아트 도감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집에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소개 글부터 흥미로웠다.

 

명화 속의 '시크릿 코드'가 드러내주는 소설만큼 환상적인 이야기

 

모든 미술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고, ‘시크릿 코드’라고 하니 괜히 더 궁금해졌다. 그것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라면 더욱 끌리는게 있다. 아직까지 다양한 미술 작품을 향유하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생긴 갈증이 있었고, 무엇보다 명화 속에 드러난 시크릿 코드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펼쳤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미술 이야기

 

오랜 세월 변색된 작품이 제 빛깔을 되찾자

그림 속 낮과 밤이 뒤바뀐다.

화폭 안의 신화적 인물에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얼굴을 넣은 화가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을 수정하며

어느 연인의 사랑을 기록했고,

살바도르 달리는 자신의 초현실주의

대표작에 수수께끼들을 숨겼다.

유명한 그림이 경매장에서 낙찰되던 순간

아무도 상상 못 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든 미술 작품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익숙했던 명작의 다양한 비밀을 풀어갈수록

감상은 더욱 흥미롭고 풍성해진다.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책갈피 뒷면

 


책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부제: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은 제목 그대로 미술 작품들 속 숨겨진 비밀 이야기들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미술 작품이라 함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색되어버린 작품, 겹겹이 쌓아올린 물감층 아래 숨겨진 또 다른 날것의 작품, 착시로 비밀스러운 자극을 전하는 작품, 의도적으로 정체를 숨기거나 드러낸 작품 등등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제에서 밝히듯 ‘시크릿 코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이미 누구나 익히 알고 있던 유명한 작품들조차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다시금 ‘처음 보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찬찬히 비밀 가득한 이 책의 매력을 파헤쳐 보자.

 

 

 

비밀스러운 미술관에 들어오다



다시 책의 제목을 주목해보자.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이다. 굳이 책 제목에 ‘미술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분명 책인데 미술관에 들어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점은 책의 두께감과 무게감만큼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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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구성은 이렇다. 위와 같이 총 8가지의 카테고리별로 저마다의 비밀을 가진 작품들의 사례들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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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한쪽 페이지에는 작품의 사진을, 다른 한쪽에는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만한 작품 속 이야기와 함께 시크릿 코드에 관한 이야기를 텍스트로 담아낸다. 또한, 새로이 드러난 비밀이 현재 작품으로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짧게 덧붙인다.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그림 속 ‘시크릿 코드’를 조금 확대된 버전으로 구석구석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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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주 잠깐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내가 봤던 그 그림이 아닌데?’하고 말이다. 그러나 금세 동그랗고 네모난 도형 속 시크릿 코드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작품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때 ‘작품 속 시크릿 코드’라는 콘셉트로 잘 짜인 미술관에서 작품을 향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미술관에 가면 흔히 미술작품 아래 또는 옆쪽 벽에 쓰여있는 전시 지문을 읽는 느낌이다. 신기한 경험이다.

 

이렇게 한 번에 모아 보기도 힘든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그것도 흥미로운 비밀 이야기들까지 덧대어 한꺼번에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무엇보다 미술관도, 온라인도 아닌 책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음 보는 유일무이한 미술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나아가, 책 속의 내용을 역으로 온라인 미술관 전시로 연출해 본다면 그것 나름대로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흥미로웠다.

 

하나 더, 개인적으로는 미술관에 가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때, 찬찬히 둘러보다 눈에 들어오는 작품을 위주로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기꺼이 걸음을 멈추고 작품의 가장자리부터 구석구석 진득하게 들여다보며 서서히 빠져든다. 그것이 내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향유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시선이 가닿는 대로 자유롭게 탐독하며 각각의 시크릿 코드 장면을 눈에 담아보기를 추천한다.

 

 

 

모든 그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다


 

책의 머리말에서도 밝히듯, 모든 미술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안에 크게는 예술가의 세상이 존재한다. 세상이라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예술가 자신, 주변 사람, 단체, 물건, 사회, 국가 등등 예술가가 직접 바라보고 느끼고 경험한 사소한 것들은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는 예술가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반영된다. 분명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보이려고 할 수도 감추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모든 미술 작품 속에는 ‘비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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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된 물감을 제거하자 그림의 주제가 보였다.

 

헨드릭 판안토니선의 <스헤베닝언 해변의 풍경>이라는 작품이 있다. 박물관 소장품이 되었을 당시의 작품을 보면 아주 전형적인 바닷가 풍경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존전문가가 누렇게 변한 수지를 떼어내자 원래의 수평선 부근에 어떤 남자의 형체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고래가 나타났다. 그제서야 해안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밝혀진다.

 

 

아무래도 일반인이 미술 작품 속에 비밀스러운 코드를 읽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작품 속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작품의 가치를 알고 오랫동안 지켜내려는 모든 움직임들 덕분이었다.

 

첫째로, 시간이 흐르면서 고해상도 사진, 매크로 엑스선과 자외선 분석, 스캐닝 장비, 초분광 영상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이 발전했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의 세척과 복원의 과정에서 그림의 표면 뒤에 숨은 정보들을 발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둘째로, 작품과 관련된 증거 및 자료들을 모아 연구하고 해석하려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많은 학자들과 과학자들 덕분이다. 위 예시의 작품도 세월이 그림에 타격을 가하면서 우연히 드러난 흥미로운 비밀이었고, 기술과 사람의 동력을 바탕으로 베일에 싸여있던 작품 속 비밀을 벗겨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림의 비밀스러운 껍질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눈앞에 새롭게 펼쳐진 새로운 그림을 보고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해안가로 떠밀려온 고래는 재앙의 전조로 여겨졌지만 특별한 생명체를 직접 관찰할 귀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거대한 포유류 위에 서 있는 남자는 호기심에 올라갔을 수도 있고, 고래의 크기를 재려고 했을 수도 있다.

 

- 본문 p.43 中

 

 

우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묘사하고, 사회 문화적 배경과 작가의 배경 및 성향을 바탕으로 하여 눈앞에 드러난 ‘시크릿 코드’의 의미 및 상징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당시에 A와 같은 맥락의 상황이 있었으니, 작가도 비슷한 맥락의 의미로 그림을 그렸겠거니’ 하는 사고의 흐름으로 말이다. 다만,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왜’ 그림을 지웠는지, 언제 지웠을지, 그림의 출처에 고래에 대한 기록이 없으니 이러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다.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우리는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크릿 코드는 우리가 작품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어쩌면 더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시크릿 코드가 담긴 작품을 향유할수록 드는 생각은 어떤 명화도 확실한 온점으로 끝나는 감상은 없다는 것이다. 작품은 늘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작품 속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아마 예술가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 우리가 보는 모든 미술 작품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늘 잠재되어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그러니 ‘그땐 그랬을 수도 있겠다’라고 이해하고 넘기거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탐험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작가의 의도와 그림의 비밀스러운 상징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작가는 ‘왜 고래를 지웠을까?’ 하면서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품 속 시크릿 코드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괜히 더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이때 명화 속 숨은 흔적의 발견으로 인해 더욱 흥미롭고 속시원했던 작품도 있는 한편, 오히려 그로 인해 끝없는 궁금증과 의문을 남기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풍기는 찝찝한 느낌은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깊고 넓게 탐독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이 되기도 했다. 작품을 보는 시야의 밀도와 색채가 더욱 짙어지고 눈이, 머리가, 감각이 하나씩 새로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익숙했던 작품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여전히 미술 작품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작품에 대한 아주 찰나의 의심의 눈초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내밀하고 깊은 시선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그건 예술 작품을 대하는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나타내는 태도일테니 말이다.

 

어느새 마음속에는 선택의 갈림길이 생겼다. 이제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어렵고 심오해 보이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묻고 싶다.

 

자 이제, 무엇이 보이나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책에 담긴 다양한 명화에 대한 흥미로운 예술적 담론이 이어질 수도 있겠다. 미술 작품 속 숨은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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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The Secrets of Art -
 
 
지은이 : 데브라 N. 맨커프
 
옮긴이 : 안희정
 
출판사 : 윌북
 
분야
예술 에세이
 
규격
190*246mm
 
쪽 수 : 240쪽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정가 : 28,000원
 
ISBN
979-11-5581-338-6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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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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