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팬텀은 크리스틴을 본 순간 사랑에 빠졌을까? [공연]

뮤지컬 <팬텀> 비평
글 입력 2021.06.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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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비평글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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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은 기존에 알려진 유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팬텀의 삶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가 다르다.

 

 

synopsis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서 살던 팬텀(에릭)이 지하에서만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에 증오를 느끼고 있던 중, 우연히 극장으로 오게 된 크리스틴의 노래를 듣는 순간 자신의 빛을 찾았다고 이야기한다. 그 후 팬텀은 크리스틴의 음악 선생을 자처하고, 그녀를 비스트로에서 데뷔시킨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질투한 새로운 극장주의 부인인 카를로타에 의해 그녀의 데뷔 무대는 엉망이 되고, 팬텀은 분노하여 크리스틴을 자신의 세계인 지하로 데려오게 된다.

 


처음 이 극을 보았을 때는 외모지상주의적인 측면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극을 보았을 때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팬텀은 크리스틴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을까?” 이 극에서 팬텀에게 선악 판단 기준은 음악이다. 이에 음치인 카를로타는 그에게 악이고,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은 선이다. 또한, 크리스틴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그의 어머니, 벨라도바 또한 선이다. 그의 아버지인 카리에르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선도 악도 아닌, 단지 그의 조력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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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팬텀 / 우 : 하데스)

 

 

이에 팬텀과 크리스틴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팬텀은 ‘하데스’를, 크리스틴은 ‘아폴론’을 의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죽음과 저승의 신이다. 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자, 땅속에 있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지하세계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지상의 일들에 개입하면서 지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는 팬텀 또한 마찬가지이다. 팬텀 또한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살고 있지만,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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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mk company)

 

 

또한, 지하 세계에서 그의 시종이자 친구인 얼굴 없는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때, 얼굴 없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사신을 떠올리게 하며 그가 머무는 지하가 모든 것들이 죽어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것이 팬텀의 삶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그의 삶은 빛과 단절되어 있으며 그는 어둠 속에 있을 뿐이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말이다. (그의 이름인 ‘팬텀(유령)’ 또한 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음악이라고 말한다. 오페라 지하에서 지상에서 행해지는 오페라를 들으며 그는 지상과 단절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는 음악의 천사를 찾고자 하며, 그것이 자신의 삶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음악은 그에게 있어 빛과 동일한 것이다.

 

 

“무덤 속에 태어나 / 고통 속에 버려져 / 음악의 천사여 어둠에 갇혀버린 /

내 삶에 빛을 밝혀다오 … 지옥 같은 세상에 / 온 몸을 던져 널 찾겠어 /

내 영혼 바쳐서 그녀를 갖겠어 / 순결한 나만의 천사”

 

- 그 어디에 중 中 -

 


팬텀은 마침내 자신의 음악의 천사를 찾는다. 음악의 천사는 바로 크리스틴 다에다. 그녀의 목소리(노래)를 들은 팬텀은 단번에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고, 그녀에게 다가가 음악 선생을 자처한다.

 

 

“평생을 기다렸어 / 천사의 노래 소리를 /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 /

너의 노래 … 내 세상 가득 채우는 노래 / 이제야 완벽한 이 곳 / 내 고향 …

널 위해 난 뭐든 다 해 줄 수 있어 / 우리가 함께 한다면 / 이 삶도 완벽해져 …

꿈 난 꿈 속에 살아 / 그 꿈이 이제 현실이 됐어, 진짜야 / 언젠가 이 무대 위에서 / 온 맘을 다해 노래할 그 날 / 바로 그 순간 이 곳은 내 고향”

 

- 내 고향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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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크리스틴 / 우 : 아폴론)

 

 

그렇다면, 크리스틴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그녀는 아폴론과 상통한다. 아폴론은 바로 음악과 빛의 신이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으로서 빛을 상징하는데 이 빛은 플라톤에서 만물을 비출 뿐 아니라 계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 계몽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한 명의 죄수가 동굴 밖으로 나와 진실된 세계를 바라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즉, 팬텀은 크리스틴을 통해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느낄 뿐 아니라, 그전까지는 저주하며 살아오던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며 조금은 긍정하게 된다.

 

어둠이 빛에 이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처럼 느껴진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크리스틴은 그의 삶의 의미를 밝혀주는 빛이 되며, 지하에 있던 그를 지상과 연결시켜 주는 존재이다. 즉, 팬텀은 자신의 음악성을 크리스틴을 통해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자’에서 ‘보이는 자’로의 이행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가 크리스틴을 사랑하며 그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샹동 백작의 구애에 그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의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또는 어둠은 질서로 이행하기 전인 카오스의 상태이므로, 가장 원초적인 상태에 있는 음악에게 이끌린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크리스틴 크리스틴 나의 크리스틴 / 이렇게 그대를 그의 품 안에 /

나의 마지막 빛이 / 타들어가나 / 나 이제 어떻게 / 이 마음 어디로 /

왜 암흑의 고통에 날 / 밀어 넣나 /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어 …

너 없이 나 어떻게 / 이 삶을 참아내 / 숨 막히는 시간을 견뎌내 /

그대 노래 없는 세상 따윈 /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

 

- 이렇게 그대 그의 품에 中 -

 


그러나 팬텀은 크리스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단념한다. 하지만, 크리스틴의 음악이 카를로타의 계략에 의해 파괴되는 순간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빛이 파괴된 순간 어둠은 분노에 잠식되어 일렁이며 이에 카를로타를 죽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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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mk company)

 

 

그 후, 팬텀은 자신의 지하세계에서 크리스틴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가 망가지는 순간, 팬텀은 크리스틴을 자신의 지하 세계로 데려온다) 지하세계에서 빛과 함께하는 그 순간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아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때, 그녀는 팬텀의 아버지인 카리에르로부터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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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mk company)

 

 

팬텀의 진실한 내면과 어둠에 잠식당한 그의 영혼을 마주한 크리스틴은 그를 구원하고자 한다. 이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길 원한다. 하지만, 팬텀에게 가면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얼굴을 감추거나 다른 사람이 되고자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에게 가면은 기존의 나에게서의 탈피가 아니라,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며 그가 어둠 속에서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였던 것이다. 따라서, 팬텀에게 가면을 벗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으로 대변되는 크리스틴은 어둠의 그 자체를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빛이 어둠 그 자체를 마주하는 순간 빛은 어둠을 배신하고 도망친다. 빛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깊은 어둠에 놀란 것이다. 빛의 배신으로 인해 어둠은 상처받고 자신의 삶을 다시 저주하며, 자신을 배신한 빛 또한 저주하게 된다.

 

 

“눈을 멀게 한 얼굴 크리스틴 / 신이 내려준 선물 나만의 크리스틴 /

증오뿐인 삶에 / 사랑을 깨닫게 했어 / 널 주신 신께 감사해 크리스틴 /

나는 너를 노래해 크리스틴 / 나는 너를 노래해 크리스틴 /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크리스틴 …

저주해 / 너를 사랑해 사랑해 / 널 저주해 / 나의 크리스틴"

 

- 내 비극적인 이야기 reprise -

 


이후, 팬텀은 지상의 세계로 올라온다. 극에서는 그 이유가 나오지는 않지만, 추측하건대 자신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틴이 제대로 지상의 세계로 갔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경관에게 발견된 팬텀은 총에 맞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팬텀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자신의 아버지인 카리에르에게 자신을 다시 어둠의 세계로 보내달라고 말한다. 누구도 자신을 찾을 수 없고, 누구도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땅속으로 말이다. 크리스틴과 마주한 팬텀을 발견한 샹동 백작에 의해 팬텀은 경관들에 의해 고립되고, 결국 그는카리에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한다. 카리에르는 그에게 총을 쏘고, 크리스틴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간다. 어둠이 파멸되는 순간, 어둠은 빛의 노래를 원한다. 빛은 노래하고, 어둠은 기쁨 속에서 눈 감는다.

 

*

 

뮤지컬 팬텀은 흔히 ‘종합예술의 극치’라고 표현될 만큼 오페라, 발레 등의 여러 장르가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작품(장르)에서 모두 표현되고 있다. 특히, 에릭의 과거(어린 시절)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발레는 정말 아름답고 극적이다. 또한, 오페라 하우스가 배경인 만큼 여러 오페라 작품들이 극에 삽입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에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왜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으며, 왜 크리스틴은 팬텀의 얼굴을 본 순간 도망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 등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표현한 것이 본 글이다. 이 글이 맞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의 해석일 뿐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이미 극을 본 사람은 다시금 극을 떠올릴 수 있게, 보지 않은 사람은 이 극이 궁금해졌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극은 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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