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의 프레임이 된 네 컷 사진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12.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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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오늘은 친구들과 만나는 날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맛있는 음식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녹여보고, 또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진한다. 가끔은 코인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기도 하다가 자리를 옮겨 술 한 잔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발이 달린 듯 금방 헤어질 시간을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이대로 만남을 마무리 하기엔 제법 아쉽다. 그런 우리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사진 기계가 몇 대 놓여있는, 셀프 사진관이다.

 

3년 전쯤부터 이런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기억을 천천히 따라가 보면, 처음 셀프 사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포토 부스 이름은 ‘인생네컷’이었다. 하루의 특별한 추억을 네컷에 담는다는 의미가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았던 걸까.

 

인생네컷은 급속도로 지점을 늘려갔고 현재 전국 각지에서 포토 부스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Back to the Past, 스티커 사진


 

판도라의 상자에서 소재 하나를 꺼내볼까 한다. 분명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들은 ‘그랬었지’ 하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런 셀프 사진기 자리를 대신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스티커사진’이다. 줄여서 스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스티커 사진은 지금의 네 컷 사진처럼 다양한 사진을 찍고, 직접 인화할 사진을 고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재질의 차이다. 이름처럼, 스사는 어딘가에 붙일 수 있는 끈끈한 스티커 재질로 출력된다. 스티커 재질이라니! 처음 이 스사의 존재를 알았을 땐 눈이 반짝거렸다. 한창 스티커 모으기 좋아할 때, 스티커 옷 입히기 놀이를 좋아할 때였으니 이렇게 재밌는 놀이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또 다른 차이점이자 한계점이 곳곳에 존재했다.

 

첫째, 스티커라는 독특한 재질이 잘 쓰이지 못한다. 아마 이런 스티커 재질은 다이어리나 개인 노트에 붙이며 꾸미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기 위함인 것 같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 스티커 사진을 붙일 곳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렇다고 함부로 벽에 붙일 수도 없어 스사는 스티커도, 사진도 아닌 채로 위치가 애매해졌다.

 

둘째,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 당시 가격대를 생각해 봤을 때, 기본 5,000원이 넘었다. 더 비싼 경우는 7,000원, 8,000원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어린 학생이었던 당시, 큰맘 먹고 찍고 돌아온 후에는 왠지 모를 허전함이 가득했다. 가격에 비해 "에게게" 소리가 절로 나는 사진의 크기 때문이었다.

 

그때 스티커 사진은 지금의 네 컷 사진 한 장의 크기로 출력된다. 그럼 함께 찍은 친구 둘, 또는 서너 명과 그 한 장을 나눠 가져야 한다. 출력된 사진을 가위로 서걱서걱 오리며 가장 큰 사진부터 공평하게 한 장씩 나눠 가졌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사진은, 고작 손바닥 안에 겨우 들어오는 정도의 사진 2장, 3장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새롭게' 돌아온 사진 트렌드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핸드폰에 탑재된 카메라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때문에 점차 아날로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디지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스티커 사진, 아날로그 사진 시장은 점차 작아졌다.

 

Q. 그렇다면,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 다시 아날로그 사진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뭘까?

 

미술 이론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아름다움은 곧 추함이고, 추함이 곧 아름다움이다.’ ‘미와 추’는 공존하는 개념으로써, 추함이 곧 아름다움으로 될 수 있고 다시 아름다움이 추함이 될 수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던 시절, 아날로그가 ‘추’로 여겨지며 디지털이 ‘미’로 여겨졌던 때. 넘쳐나는 디지털 상품에 피로해서였을까. 이 ‘추’가 다시 ‘미’로 바뀌는 문화현상이 나타났다. 아날로그 상품을 찾으며 과거로 회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실물로 출력된다는 점에서, 네 컷 사진은 기본적으로 그런 아날로그의 장점을 가지며 디지털 사회의 반대, 아날로그 감성을 충족시켜줬다.

 

이에 더하여 네 컷 사진 트렌드는 '아날로그만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주목할 만하다. QR코드를 인식하면 핸드폰에서도 디지털 사진이 앨범에 저장되고 촬영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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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반영한 디지털 마케팅도 활발하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축구 선수들과 함께 찍을 수 있도록 프레임을 출시하고, 아이돌 팬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도 제작된다. 최근 가수 태연의 컴백으로 열린 팝업 스토어 포토부스에서는 가수와 함께 찍을 수 있는 네 컷 프레임을 제공했다. 또한 앞서 공개된 티저 이미지도 인화된 사진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런 디지털적인 요소는,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에 쉽게 공유, 바이럴되며 트렌드에 힘을 더한다.

 

또 과거 스티커 사진에서 오는 단점들은 모두 개선했다. 스티커 재질이 아니기에 모으는 용도로 소장하기에 적합하고, 재질의 변화로 가격 또한 낮아졌다. 무엇보다 5,000원 정도에 큰 크기로 2장의 사진이 인화된다니, 가격 대비 만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따라서 네컷 사진 트렌드는 단순히 아날로그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특징까지 담아낸 새로운 '미'의 가치를 제시한 문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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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기록의 속성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각종 조선왕조실록부터 전해져 내려온 글, 다양한 학문에 걸쳐 작성되는 학술자료, 그리고 빛바랜 사진들. 사진을 찍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남는 사진 속 우리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역사로부터 이어져 오는 대로라면,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사진처럼 기록되는 무언가를 남기려고 할 것이다. 그런 기록의 시대에서, 네 컷 프레임은 일상의 프레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트렌드로 새롭게 떠오를 사진 기술과 기록의 아이디어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미와 추, 그 이상을 넘어설 새로운 사진 개념이 등장하지 않을까?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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