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게 예술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6.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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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러니까 아직 학생일 무렵의 나에게 2020년은 너무나 까마득한 미래였다. 먼 훗날을 상상하며 그리던 미래도시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돔 형태의 통유리로 된 고층 빌딩에서 온갖 기계들 속에 파묻혀 사는 사이버에 잠식된 세계였다.

 

상상 속의 미래를 살게 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다. 물론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기계를 지배하고, 사람이 더 많은 일들을 해내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이 기계보다 월등하게 앞선 업계라 하면 단연 ‘예술’분야 아닐까. 장인 정신, 혹은 참신한 아이디어, 확고한 철학 등 인간의 견해와 노력이 중요시되는 예술은 기계와는 가장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예술계에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돌풍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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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드림이 재해석한 고흐풍의 그림


 

‘딥드림(Deep Dream)’이라는 구글이 만든 AI 화가는 입력된 이미지를 본인의 알고리즘 속에서 쪼갠 뒤, 일정 패턴을 적용해 추상적으로 조작하고 왜곡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이에 더 나아가 입력된 이미지의 질감을 변형해 특정 화가의 화풍으로 출력해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펄스나인’이라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AI화가와 인간 화가가 협업해 독도를 그린 ‘코뮌 위드(Commune With)’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분야에서도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이라는 AI 작곡가가 등장해 2010년,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으며, 무용 및 연극 업계에서도 안드로이드 로봇과 함께하는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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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민 작가와 AI 이매진이 협업한 '코뮌 위드' 채색화

 

 

이제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예술계까지 탐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 아니 그것들의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는 데이터의 집합체이자 응용으로 만들어진 기계의 작품은 그저 모방일 뿐이라 말하지만, 지난 2018년에는 AI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약 5억 원에 낙찰되기도 하였다. 비인간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인공지능의 작품 역시 예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점차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비인간 예술가는 예술의 본질과 인간 예술가의 한계, 그리고 예술계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과 함께 등장했다. 기술의 혁신은 언제나 그랬다.


처음 사진기가 발명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사실적인 묘사의 농도가 그림의 위대함을 가르던 시점에 등장한 사진기라는 도구는 그동안의 화가들의 노력을 셔터 한 번에 이루어냈다. 처음 매킨토시가 출시되었을 때도 그렇다. 레이아웃을 지면에서 짜고, 글자를 찍어내고, 신중하게 그었던 선 하나들이 몽땅 디지털 세계로 넘어가서는 아주 간단하고 쉽게 고칠 수 있는 가벼운 작업이 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도래 당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질문했다. 이게 예술인가?


지금 우리는 어떤가. 사진가 역시 아티스트라 부르고, 디지털로 만든 작업들은 충분한 예술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술가들 혹은 기술이 닿지 못하는 새로운 예술 사조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의 기술이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자리를 뺏었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들은 기술에 적응하고 그들을 다루었다. 이것이 인간과 기계가 갖는 차이다. 예술의 주체가 되는 쪽, 축적하고 활용할 데이터를 제공하는 쪽은 언제나 인간이었고 기계는 예술인들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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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억원에 낙찰된 AI 화가의 작품 '에드몽 드 벨라미'

 

 

이번엔 도구라고 보기엔 조금 더 주체성을 가진 듯한 기계가 나타났다. 또다시 의구심이 피어난다. 이것도 예술인가?

 

그러나 우리는 일련의 사례들로 알 수 있다. 이 역시 인간의 고유 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사진기나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한 작품을 보며 아무도 이것이 예술인지 의심하지 않듯, 끝내는 인공지능의 작품도 예술이 될 것이다.

 

AI가 예술계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기술이 아닌 그것을 활용하는 예술가들이다. 우리 앞에는 거대한 시각화 능력을 탑재한 비인간 예술가가 있다. 나는 아이디어를 가졌고, 그것들은 출력해낼 입력값이 필요하다. 이보다 환상적인 팀원이 어디 있는가. 그들과 싸울 것이 아니라 친해져야 한다. 강력한 아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비인간 화가의 작품이 예술인가 예술이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존재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계에게 모든 자리를 빼앗기기엔 인간은 꽤 강하고 꽤 똑똑하다. 무한한 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탑재한 기계보다 우리가 견제해야 하는 것은 기계를 활용할 방법들을 고안하는 창의적인 인간들이다.


예술이 무엇인가.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활동, 사전은 그 모호한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예술은 영원히 인간의 것이다. 예술인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기계를 똑똑하게 길들일 때, 우리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더욱 풍부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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