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해. 네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 뮤지컬 '문스토리'

글 입력 2021.05.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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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도심, 유령과도 같은 몰골의 전직 만화가이자 택시 기사인 '이헌', 택시를 몰고 도시를 질주한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치게 되고,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의 단칸방으로 데리고 온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남자는 깨어나 자신의 이름을 '용'이라 소개하며, 자신은 달에서 왔다고 말한다. '이헌'은 그가 머리를 다쳤다고 생각하고 망연자실한다. 그 순간 '이헌'의 어릴 적 단짝 친구 '찬영'이 '린'이라는 이름의 여자(트랜스젠더)가 되어 나타나, 다짜고짜 '이헌'의 집에 함께 머물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그렇게 세 사람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다.

 

며칠 후 '오수연'이라는 만화잡지사의 여기자가 '이헌'을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한다. '이헌'은 '린'이 꾸민 일이라 여기고, 인터뷰를 냉정하게 거절한다. '수연'은 못내 아쉬운 듯 뒤돌아서며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그것은 7년 전 중단되었던 '이헌'의 만화 <문스토리>가 인터넷을 통해 웹툰으로 다시 연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깜짝 놀란 '이헌'은 그녀의 스마트폰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는데…

 

시놉시스

 

 

 


지난 2018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선을 보였던 뮤지컬 <문스토리>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오는 6월 2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문스토리>는 채기웅 감독의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로 7년 전의 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외톨이로 살아가는 ‘이헌’과 그의 오랜 친구 ‘린’, 달에서 온 아이 ‘용’, 21세기 코믹북스의 기자 ‘수연’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따스한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도 매우 높아서 보는 동안 내내 즐거움을 안긴다. 보통 소극장 뮤지컬들은 장르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문스토리>는 동성애, 트렌스젠터 같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소재를 다루면서도 결과적으로 뮤지컬을 보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되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무척 흥미로운데, 가령 수연과의 첫 만남에서 이헌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칭찬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그만 이야기할 것을 부탁하지만 어린 시절 외톨이였다는 그녀의 말에 계속 말을 해달라며 태도를 바꾼다. 이는 어떻게 보면 그저 유머스러운 장면이지만, 뒤에 나오는 이헌의 어린 시절, 린과의 추억, 누군가 그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준다는 설정들과 맞물려 극에 깊이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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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 서울

 

오프닝 넘버 ‘in 서울’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어디를 향해, 누구를 찾아, 무얼 위해 난 달리는가.’ 이는 <문스토리>를 통틀어 하나의 중요한 테마가 된다. 그리고 이 테마는 다른 넘버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꾸준히 반복된다.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우리 태어난 그곳, 저 달로. 다시 기억할 수 있어. 우리 함께 가자. 저 달로. - 난 달에서 왔어 中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어. 나 돌아갈게. 난 지금 어디에 있을까. 누굴까. 날 기억할 사람. 난 기억해. 저 하늘 어딘가 숨겨진 내 모습. 지워진 날 찾을 거야. - 편지 中

 

지금과는 다른 삶. 이곳과는 다른 세상. 그 어디에 있어도 날 기억해. - 내 안의 빛으로 中



<문스토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하나 같이 무언가를 찾거나, 혹은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용은 황(이헌)과 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린은 황의 기억을 찾아주고 자신이 달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편지를 쓰고 기도한다. 수연 역시 이헌을 계속 찾았고, 나중엔 용을 도와 다른 달의 아이들을 찾는다.

 

그렇기에 <문스토리>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무언가를 찾는 이야기. 문제는 주인공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렇기에 묻는다. 우리의 주인공은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또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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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스토리Ⅲ 편지

 

극 중에서 린은 계속 달을 향해 편지를 보낸다. 물론 이는 용과의 약속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않으려는 그녀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지구로 온 달의 아이들은 기억을 잃는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린은 아마도 그게 지구의 빠른 자전 속도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지구의 자전에 맞서 기억을 잃지 않으려면 계속 기도를 하고, 편지를 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극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정체성’과 연결된다.

 

편지를 쓴다는 건 곧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기억하는 것과 같다. 앞서 주인공이 던진 자신이 누군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찾고 있는지 등의 물음도 결국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극중 린도 오랜만에 재회한 이헌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난 날 찾았고, 넌 널 잃어버렸다는 거?’

 

어린 시절, 고아였던 이헌은 고아원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냈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가 없다는 건, 돌아갈 집이 없다는 건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 기회도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헌에게 린이 찾아왔다. 그녀는 이헌에게 정체성을 찾아준 사람이다. 그녀는 고아였던 이헌에게 달에서 온 아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만화가라는 꿈을 갖게 해주고, 그가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던 린과 달리 이헌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녀가 부여한(혹은 되찾아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한다. 린이 들려준 이야기에 위로를 받으면서도 그저 꾸며낸 이야기라 여기며 믿지 않는다. 린이 달로 보내는 편지의 가치를 부정하고, 그녀가 쓴 편지들을 감춘다. 여자가 되기를 꿈꾸며 ‘린’이라 불리길 원했던 그녀의 바람을 번번이 외면한다(극 중 이헌은 린을 항상 ‘이찬영’이라 부르고, 린은 그걸 지적한다).

 

이헌에게 있어 린은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꿈을 꾸게 한 은인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며, 달에서 온 아이라는 똑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분신이었다(극 중 이헌과 린은 달에서 쌍둥이였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 이헌은 자신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린을 외면했다. 나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건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상처는 그와 똑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던, 그가 제일 사랑하던 사람을 망가뜨렸다. 결국 홀로 남겨진 린은 빛을 잃고 사그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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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난 달에서 왔어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쉽게 말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함께 알을 쪼아 깨뜨려야 한다는 뜻이다.

 

린이 떠난 후, 스스로에게 상처 입은 이헌은 마음의 문을 닫고 외톨이가 되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다시 연재를 시작한 만화도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알고, 린에 대해 이야기하자 겁이 난 나머지 또 연재를 중단하고 도망치려 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용과 린, 수연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헌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움바콤보 쿰투미키야 알리타카 바바야케. 매일 밤 린은 주문을 외우며 기도했다. 자신이 달에서 온 아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이 달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이헌을 위해.

 

수연의 활약도 쏠쏠했다. 극의 화자이기도 한 그녀는 과거 린이 그랬던 것처럼 이헌에게 계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7년 전의 상처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린이 그랬듯 이헌에게 그가 달에서 온 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수연과 함께 다른 달의 아이들을 찾아 이헌이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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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프닝 넘버 ‘in 서울’에서 이헌은 이렇게 노래했다.

 

 

지구, 서울, 화려한 불빛, 빠른 자전속도. 강한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이 도시를 맹렬히 질주하는 한 남자. 자신이 누군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또 뭘 찾고 있는지. 아, 어쩌면 기대하는지도 모르죠. 이대로 계속 달리다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거라고.

 

 

하지만 그의 바람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자신이 누군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또 뭘 찾고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는 결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없다. 설령 운이 좋아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이내 견디지 못하고 또 도망칠게 뻔하다. 바로 이게 그가 어렵게 다시 시작한 만화 연재를 중단한 이유다.

 

이 불행한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 뭘 찾고 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마주해야만 한다.

 

 

황(나이헌)! 내가 여기 있어. 여기 달의 아이들이 있어! 린이 떠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다시 나와. 그 작고 초라한 골방에서. 비록 상처가 깊어서 다시 아파질까 두려워도 사람들의 시선, 비난, 비웃음 그딴 것들이 찌를까 두려워도, 그딴 것들이야말로 네 망상이야! 여길 봐. 여기 내가 있고, 달의 아이들이 있어!


 

어디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작고 초라한 골방 안에 갇힌 그를 꺼내기 위해 용과 린이, 수연이, 다른 달의 아이들이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고 손을 내밀고 있다.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비웃음은 하나같이 정확한 실체가 없지만 저 바깥에서 밖으로 나오라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여기 존재한다.

 


오, 어디를 향해. 누굴 찾아.

무얼 위해 난 달리는가.

 

오, 너를 향해. 너를 찾아.

너를 위해 난 여기 있어.

 

 

줄탁동시. 알을 깨기 위해선 어미닭의 도움뿐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병아리의 의지도 필요하다는 것. 나는 누구일까. 왜 이곳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까. 무얼 찾고 있는 걸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을 내밀었고, 이제 선택은 이헌의 몫이다.

 


“난 달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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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다 보면 이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호해지는 때가 온다. 하지만 뭐 어때. 실재면 또 어떻고, 만화 속의 이야기면 또 어때. 분명한 건 지금 여기 그를, 당신을,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데.

 

 

1년 365일 밤낮으로 켜져 있는 촛불이 있다고 한다. 촛불이 켜지는 이유는 단 하나. 동굴 밖 세상의 모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 혼자라고 외로워하는 분들. 누군가 당신을 위해 24시간 기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여러분은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中

 

 

외로운 당신을 위해, 달의 아이를 위해 여기 다른 달의 아이들이 기도하고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무얼 찾고 있는지를 기억할 수 있게. 그러니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항상 사랑받고 있다는걸. 움바콤보 쿰투미키야 알리타카 바바야케. 움바콤보 쿰투미키야 알리타카 바바야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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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토리

- Moon Story -

 

 

일자 : 2021.04.08 ~ 2021.06.20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주최/기획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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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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