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소설가와 과학자의 인간 진화를 탐구하는 유쾌한 대화 - 루시의 발자국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
글 입력 2021.05.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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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발자국』

_ 후안 호세 미야스ㆍ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루시의발자국_앞표지_띠지.jpg

 

 

[PRESS]

소설가와 과학자의 인간 진화를 탐구하는 유쾌한 대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역사를 의미하는 선사 시대는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긴 숫자와 함께 ‘~만년’ 이전의 것이라 불리는 시대인 만큼, 그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먼 과거에 있을 것이다.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그렇다. 하지만 역사 전체를 두고 바라본다면 어떨까. 실제로 길고 긴 역사의 95%가 선사 시대라 한다. 그러니까 문자가 발생한 이후 남겨진 기록으로 살필 수 있는 역사 시대는 5%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는 이렇게 말한다. “예를 들어, 문자는 50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전체 역사에서 본다면 ‘어제’ 발명된 것이다.”

 

 

"선사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한번 주변을 둘러보세요. 여기 사방이 다 선사 시대예요. 선생님과 제 안엔 여전히 선사 시대의 모습이 들어 있어요. 유적지에 있는 것은 뼈뿐이에요. 선사 시대는 그림자처럼 이곳을 지나는 모든 동물 속에 있어요"

 

- 둘. 여기 있는 모두가 네안데르탈인이에요

 

 

그리고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는 이렇게 말한다. “선사 시대가 유적지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 선사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득한 인상을 전해주는 선사 시대를 이렇게 표현하니 사뭇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이 말할 수 있는 과거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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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루시의 발자국』은 독특한 만남으로 이루어진 두 인물의 대화로 펼쳐지는 인간 진화에 대한 이야기다. 전에 상상해보지 못한 흥미로운 조합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주제에도 마음이 동하게 하는데, 필자가 이번에 이 도서를 읽게 된 계기라 할 수 있겠다.


필자에게 “인간 진화”라는 주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방대한 세계 같은 것이었다. 생물학적 관점, 역사적 관점, 해부학적 관점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헤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진화이고, 그래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진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먼 과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인 만큼 증명된 사실들을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추론이 그러하듯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련의 상상력도 함께 수반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막연하고 방대한 인상을 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잡았지만, 사실 그 내용을 잘 이해하며 읽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은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레 사라지고, 어느새 부담보다는 언제 어느 곳에서 튀어 오를지 모르는 통찰을 궁금해하는 독자가 되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시의 발자국』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와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의 대화로 전개된다. 이들은 동굴, 공원 놀이터, 장난감 가게, 시장 등 이곳저곳을 오가며 여러 사건과 만남 속에서 인간의 진화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코알라 인형 앞에서 그 형태와 속성을 살피며 문화적 적응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코알라의 얼굴을 보세요. 눈은 크고, 주둥이는 짧고, 이마는 조금 튀어나왔어요. 이건 아이들 얼굴이 지닌 특징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걷는지 한번 보세요. 어딘지 모르게 좀 서툴러요. 늘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죠. 정감을 주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서툴러야 해요.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짧은 팔과 다리죠. 이런 요소들을 다 모아 하나로 연결해 놓으면 정감을 연출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선생님을 뒤에서 조종하지요. 그러니까 선생님의 행동도 어찌 보면 선생님의 것이 아니에요.”

 

- 아홉. 초대형 인형

 


이처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두 저자의 대화는 아득한 과거를 현재와 연결한다. 미야스의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아르수아가의 방대한 지식이 맞물린 대화는 단지 설명이 아닌 지금의 우리가 함께 질문하고 고찰할 수 있는 통찰들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루시의 발자국』은 마치 독자에게 누구든지 손 위에서 굴리며 생각하고 함께 상상해볼 수 있는 구슬을 쥐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미리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는 사건과 대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았다. 그래서 더욱이나 어려운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내고, 두 인물의 대화에 그저 함께하듯이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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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탐구만큼이나 내가 주목한 부분은 대화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철학적 통찰 혹은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이러한 점들이 인간 진화라는 주제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간략하게나마 지금 떠오르는 것을 나열하자면, “선사 시대는 유적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화는 시간의 흐름이 아닌 카오스다”, 혹은 인간의 이족보행을 탐구하는 대화에서 언급된 “걷는다는 것은 계속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라는 말이나,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전 언급된 “불멸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와 같은 내용들이었다.

 

 

“왜 우리는 죽어야 할까요? 우리가 다쳤을 때 상처 부위는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데, 모든 유기체의 세포들이 죽음을 막기 위해 자가 복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열여섯. 이젠 사람들의 평가에 맡기자

 


특히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죽음과 그에 얽힌 생명체의 수명에 대해 탐구하는 대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상처가 시간이 지나며 아무는 것도, 사람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당연한데 아르수아가의 질문은 인간의 몸에 일어나는 이 일들의 관계를 궁금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 대화에는 많은 질문이 함께 오간다. 왜 생명체마다 살아가는 수명이 다른 걸까? 그리고 인간의 수명은 시대를 거치며 증가하는 걸까? 그렇다면 현대인보다 수명이 짧은 것으로 인식되는 고대인들은 우리보다 일찍 늙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아르수아가는 하나의 종은 그만의 속성에 따라 자기만의 수명을 가지게 된다며 이는 세상일이 돌아가는 방식이라 말한다. 이에 미야스는 그럼 300년 전이나 3000년 전에도 인간의 수명은 안 바뀌었냐고 질문하는데, 아르수아가는 비슷하지만 1900년의 기대 수명은 30세 정도였다고 답한다. 그럼 수명과 기대 수명의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되묻는 소설가에 과학자는 유아 사망률 때문이라 말한다. 기대 수명은 개인의 평균 사망 연령을 의미하기에 특정 시기 유아 사망률이 높으면 기대수명이 급격히 낮아져 그런 다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야스는 이를 “석기 시대 인간의 수명은 지금과 똑같겠네요. 어렸을 적에 죽은 아이가 많긴 하겠지만 말이에요”라고 정리한다. 이어서 고대인이라 해서 나이 서른에 노인이 된 건 아니겠다는 말에 아르수아가는 그들은 오염 없는 환경 속에서 매일 운동하며 살았기에, 오히려 오늘날 쉰 살이 된 사람보다 훨씬 더 건강했을 거라고 답한다.


그럼 우리는 왜 죽는 걸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르수아가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포드의 공장을 예로 든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 중 가장 빠르게 수명을 다하는 것에 다른 모든 부품의 수명을 맞춘다는 이야기이다. 즉 우리 인간의 인체도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아르수아가는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어떤 장기를 더 버티게 할 수 있어요. 인간에게는 그런 기술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만약 뇌가 제 기능을 못 한다면,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연은 현명해요. 포드처럼 위험을 최적화해 놨지요.”


노화와 죽음에 대한 건 여전히 과학계의 주요한 화두로 남아있다지만, 아르수아가의 설명은 오늘날 과학이 현시점에서 파악한 논리들을 어렵지 않게 담아내고 있었다. 길라잡이 아르수아가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하며 계속해서 유의미하고도 흥미로운 질문을 꺼내는 미야스의 호기심과 그가 써낸 서사의 전개는 책의 내용을 더 흥미롭고 친숙한 것으로 펼쳐내고 있었다.


『루시의 발자국』이 다루는 내용이 낯선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인간 진화”에 관해 던지는 질문과 지식, 통찰이 바로 현재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소설 같은 흐름 속에서 인간의 당연한 면모라 생각했던 것을 다시 궁금해하고 새롭게 이해하며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주제를 말할지 예측할 수 없이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두 저자의 대화는 그 자체로 "인간과 진화"를 지식의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지금의 인간과 여러 현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보다 넓은 관점의 것으로 펼쳐내고 있었다. 문학과 과학이 만나 탄생한 인간 진화를 탐구하는 독특한 여정이 궁금하다면, 혹은 새로운 관점의 호기심을 찾고 있다면 부담없는 마음으로 『루시의 발자국』을 만나보아도 좋을 것이다.


 


 

 

[도서 정보]


『루시의 발자국』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

 

 

목업_루시의발자국_띠지.jpg

 

 

지은이

후안 호세 미야스ㆍ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옮긴이 

남진희


감수

김준홍


분야

역사>역사와 문화 교양서


쪽수

376쪽


16,000원


출간일

2021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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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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