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세기 느낌 가득, 가수 '신지훈' [음악]

진심을 꾹꾹 눌러 쓴 가사 몇 줄과 함께
글 입력 2021.05.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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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factory x FLO 덕콘 신지훈 편



홍대 앞에 새롭게 문을 연 T factory에서는 ‘덕콘’이 한창이다. 티팩토리는 전자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대리점이자, VR이나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최신 기기들과 체험기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보면, 그러한 것들 옆에 조그맣게 차린 공연장이 있다.

 

음악 어플리케이션 FLO와 함께 주최하는 이 공연은 매달 가수와 그 가수의 팬인 ‘덕후’들을 초청하여 무로료 진행되는 소규모 콘서트다. 이 콘서트에 오기 위해서는 본인이 아티스트의 팬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가 직접 낸 ‘덕력고사’를 통과해야하며,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덕콘 티켓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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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팩토리와 FLO가 주최한 덕콘

 

 

그렇게 우연히 '신지훈'이라는 가수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고, 티팩토리에서 개최하는 덕콘에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 내게 엄청난 감동을 주기도 했고, 지금까지 좋은 음악을 만들어온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꼭 덕콘에 당첨되길 기대하며, 당첨 발표가 나기 전까지, 그녀의 노래를 주욱 들으며 참 괜찮은 가수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당첨되어 콘서트에 다녀왔고, 신지훈이라는 가수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잠깐 공연에 대한 얘기를 먼저하자면 음질이나 집중도는 조금 아쉬울 수 있겠지만 관객/무대/아티스트만 있는 공연장보다는,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특별하고도 자연스럽게 꾸며진 무대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약 10곡 정도의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무대에 서고 싶었던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이곳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5월 22일 발매되는 신곡 '목련 필 무렵'도 이곳에서 미리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20세기의 맑은 영혼을 입은 가수



목소리는 영혼이 입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은 물에 햇살이 비친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케이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이 소녀는 과거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목소리를 타고 났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성공적인 첫모습 이후 기획사에서, 드라마 ost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음악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느새 작곡과 작사가 모두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그녀는 본인이 앨범을 기획하고, 곡을 만들고 발매하는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직 노래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별이 안은 바다 - 꽃무늬 벽지 - 시가 될 이야기를 이어듣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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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과 함께 발매한 카세트 테이프

 

 

맑고 순수한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의 노래에는 빈티지한 20세기 느낌이 가득 묻어있다. 20세기 노래가 잘 어울리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시절의 느낌이 떠오른다.

 

그녀가 지금까지 커버한 곡들도 이런 노래들이 많았다. 케이팝스타에서 부른 김광진의 ‘편지’,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등의 옛날 노래들은 15살의 나이에 불렀다고 하면 믿기지 않을만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녀의 유튜브에 올라온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이번에 리메이크한 ‘그대 내 품에’도 한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최근에는 팝송부터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부르면서 보여주는 또 다른 색깔도 매력적이지만, 신지훈을 이루는 색깔의 베이스는 20세기 감성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진심을 꾹꾹 눌러 쓴 가사


 

진심을 담은 말과 글은 가장 정답에 가깝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에도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과 감정이 짧은 가사 안에 잘 담겨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렇기에 직접 가사를 써야만 하는 많은 힙합이나, 인디 음악을 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보통 본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사로 쓰고,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신지훈 음악의 강점은 본인이 직접 쓴 가사와 멜로디가, 부르는 목소리에 너무나 잘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진심을 눌러 쓴 그 가사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과 대상에 대한 세밀한 표현은 물론이고, 독특함까지 갖추고 있다. 아래에는 인상 깊었던, 첫 소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는 신지훈의 가사 몇 줄을 소개한다.


“엄만, 언제 공허함을 느끼십니까. 이건 나태 아닙니까, 애초에 헛된 꿈입니까.”

- 가득 빈 마음에 중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앨범에 수록된 '가득 빈 마음에'의 첫 소절이다. 떠가는 생각을 정말 잘 붙잡은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공허함, 나태, 헛된 꿈. 아직 엄마만큼의 세월을 살아오지 못하여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엄마에게 묻는다. 편안한 멜로디와는 다르게 마냥 편안하게 들을 수 없는, 어쩐지 서글픈 마음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유재하를 닮은 듯하다.


“작은 방, 뭐라도 해내라 하네. 안개처럼 떨치기 힘든 내 마음.

결국 행복하려 아픈 반복이라고 천천히 깨우쳐 가요 난”

- 꽃무늬 벽지 중


내 몸을 누인 작은 방은 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심연에 빠지기 쉬운 곳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이런 저런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을 지새웠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 과정을 이겨내는 것이 아픈 성장임을 이 노래로 담은 듯 하다. 지금도 꽃무늬 벽지만 보면 어리지만 그리운 그 마음이 떠오르지 않을까.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난 그렇게 뒷모습 바라봤네”

- 시가 될 이야기 중


'속절없다'는 말은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무거워 쉽게 쓸 수 없는 말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이 뒷모습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이 그려진다. 그 속절없음이 이별이든, 내가 포기해야 할 어떤 것이든, 최선을 다해도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했다. 이런 가사를 쓰고 부를 수 있는 독보적인 감성을 타고 났다는 게, 참 부러웠다.


“꽃잎이 기다려 왔다는 듯 한없이 떨어져 가요

그러나 그대 날 그때처럼 봐주기에

그 골목길에 어린 낭만은

만개한 채로”

- 목련 필 무렵 중

 

때마침 5월 22일, '목련 필 무렵'이라는 신곡을 공개했다. 하얀 목련꽃과 잘 어울리는 조금 더 밝아진 감성의 풍성한 곡이다. 벌써 이 이후 그녀가 쓰게 될 가사가 너무 궁금하다. 이번 곡을 듣고 나니,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조금 더 풍성하게 대중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는 가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성장한 신지훈의 이야기를 듣길 기대하며, 소개글을 마친다.

 

 

이미지출처 : T Factory 공식 홈페이지, 지훈이잡화점 공식홈페이지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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