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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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속 이마를 맞대고 있는 여자아이 둘. 9살 베가와 5살 빌리 자매이다. 베가는 9살이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럽다. 병실에 있는 엄마를 대신해 아빠와 동생 빌리를 챙기며 언니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5살 빌리는 나이에 맞게 순수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가끔 엉뚱한 일을 벌여 베가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순수한 미소에 화를 낼 수 없게 된다. 두 자매는 아빠와 함께 대자연으로 여름 맞이 캠핑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아주 신비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된다.
베가와 빌리 자매는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아빠가 강가의 바위 틈으로 그만 빠지게 된다. 넘어지면서 다리 한 쪽을 크게 다친 아빠는 벽을 타고 올라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핸드폰도 망가지고 주변에 사람도 없는 긴박한 상황. 아빠는 결국 아이들을 믿고 언니인 베가에게 왔던 길로 돌아가 만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미션을 준다.
베가는 언제나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아빠 없이 혼자 그 일을 해내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하지만, 아빠를 구하기 위해 동생과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간다. 지도도 없고 인적도 드문 숲속, 길을 너무나 험하고 주변은 온통 위험투성이다. 마을로 갈 수 있는 아빠의 도움으로 건넜던 다리는 너무 무서워 결국 건너지 못하고 돌아서 마을로 가는 방법을 택한다.
배가 고파 생선을 잡아 마침 빌리가 가져온 라이터로 생선을 구워 나눠 먹기도 하고, 야생동물을 피해 동굴로 피신하기도 한다. 사람의 기척이 없는 낡은 오두막에 들어가 인형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저마다 자신의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기 위해 자연으로 들어와 자연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내와, 아이를 잃고 그 아이와의 추억 속에 살며 세상과 단절된 채 집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를 만난다. 베가는 점점 지쳐갔지만, 그때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포기할 거야?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
베가는 엄마의 말에 힘을 얻어 어떠한 결심을 한다. 베가는 할머니의 집에서 아빠를 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고, 밧줄을 발견해낸다. 그 밧줄을 가지고 동생 빌리와 함께 다시 아빠에게 돌아간다. 아빠는 처음엔 베가를 의심했지만, 결국 베가의 생각에 따르게 되고 결국 베가와 빌리는 아빠를 구조하는데 성공한다.
9살인 베가의 생각과 행동은 그 어떤 어른보다 빛나고 멋있었다. 만약 내가 베가였다면 저렇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극 중에서 베가와 빌리 역을 맡은 두 아역배우는 실제 자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겉모습도 무척이나 닮았고, 자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들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더욱 실감이 났던 것 같다. 나도 4살 차이 나는 여동생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자매의 연기에 몰입을 많이 했고, 특히 베가의 입장에 공감이 많이 갔다.
보통 언니들은 동생에 비해 더 빨리 어른이 되는 것 같다. 베가의 어른스럽고 성숙한 모습이 멋있지만, 어린 나이에 비해 베가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여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베가가 아빠를 구출해내는 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베가도 처음 겪는 상황이 많이 두렵고 무서웠겠지만 침착하게 동생과 마음을 모아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대견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빌리도 자신만의 상상력과 순수한 마음으로 베가에게 영감을 주고, 둘의 유대감이 형성되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처음엔 투닥거리고 실랑이하기도 했지만, 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둘이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는 '토토리!'도 너무 귀여웠고,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대단했다.
영화 중간에 둘이 손을 모으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의 믿음이 스크린을 뚫고 마음에 와닿았다. 살면서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을 해내는 순간이 있다. 마치 빌리와 베가처럼. 이 둘에게는 아마 이 여름이 가장 뜨겁고 푸르게 느껴질 것 같다. 평생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길을 잃는 것 같다. 내가 택한 길이 맞는지 끝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따라갈까 고민하고, 몇 번의 시도들이 실패로 끝나 그 경험으로 인해 한 발자국도 떼기 어려울 만큼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하고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모든 길에 정답은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때로는 그 과정 속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믿음’에 있는 것 같다. 지도와 나침반도 없이 홀로 어두운 숲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 너무 지쳐 포기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믿으며 일어나 또박또박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영웅이다. 누가 와서 나를 구해주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길을 걸어나가 결국 해답을 찾는 멋진 영웅. 그 마지막은 <토토리> 처럼 환희로 가득 차길 바란다. 앞으로 길을 잃을 때마다 자신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포기할 거야?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
[정윤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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