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소함이 만드는 큰 차이 - 아티스트 인사이트: 차이를 만드는 힘

글 입력 2021.05.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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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보며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보통의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모습은 마치 애초부터 그들과 우리의 뇌 구조 영역에서 ‘창의성’의 비중이 편파적으로 구성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심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연 ‘창의성’이라 생각한다. 창작이란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과 같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그들의 ‘창의성’은 그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갈고 닦아 만든 노력의 결과물일까?

 

이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필자를 ‘창의성’에 자기 객관화 해보자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창의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꽤 고통스러웠고 가끔은 부정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전공이 광고홍보학인지라 4년 동안 ‘창의성’과는 필수 불가결한 관계로 지내오면서 창조해야 하는 현실이 이따금 다가올 때면 늘 두려움부터 앞서곤 했다. 다른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고, 그 외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정리하거나 기존의 것에서 조금 변형된 것을 가져오는 등 어떻게든 마주하기 싫은 치부를 외면하려 애썼다.

 

동시에 같은 사물을 보며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감탄하기도 했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저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리도 괴로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점차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어느새 체념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던 중 이 책과 마주하게 되었다. 저자는 예술가는 그들만의 통찰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 통찰력은 ‘관찰-성찰-창조-발견’을 통해 만들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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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명한 예술가들이 가진 돋보이는 인사이트를 통해 ‘차이를 만드는 힘’을 설명한다. 앞서 필자는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이는 ‘창의성’이고 이는 선천적이라 주장했지만, 저자는 예술가가 가진 ‘창의성’은 자신 안에 잠든 사유를 깨우는 것이라 말한다.

 

사유를 깨우기 위함에는 4가지 방법이 있다. 관찰-성찰-창조-발견. 사실 목차만 봤을 때는 진부하고 뻔한 단어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를 보는 것 같아 식상함을 유발하리라 생각했다. 이에 비웃기라도 하는 듯 책의 구성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이야기, 독자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 친숙한 기업가들의 성공 전략, 현대 문화예술계에서의 예시 등 독자로 하여금 높은 몰입도와 심도 깊은 이해력을 불러일으킬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찰: 집요하게 보는 힘


 

사물을 관찰하는데 있어 집착한다고 여겨질 만큼의 예술가로는 클로드 모네가 있다. 모네가 과거의 미술가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우리 눈앞에 있는 사물이 ‘무엇인가’보다 그것이 우리 눈에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가’를 그리고자 했다는 점이다. 모네는 사랑하는 아내의 임종을 지켜보며 침통함과 동시에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색채의 변화에 관찰하는 사람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별의 슬픔보다 시시각각 변화되는 색들을 붙잡으려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모네는 남들과는 다른 관찰력으로 사실적 회화에서 간과했던 본질적인 특성을 집요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인상주의의 최고 스타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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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임종을 맞은 카미유>

 

 

‘간과했다’는 말은 이미 실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보지 않았을 때 생기는 결과에 대한 표현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무언가를 간과했기 때문에 발생한 하나의 문제점은 맨 처음 올바르게 관찰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그 외의 것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려 헛된 힘을 소비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관찰할 때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일은 ‘세상을 넓게 보는 것’이다. 저마다 경험과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같은 시각을 가질 수 없고, 개개인이 소유한 시각은 한낱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편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선택적 지각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들은 기존에 학습된 것이 없기 때문에 성인보다 언어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뛰어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세상을 넓게 보는 법을 알지만, 이미 고착화되어버린 시스템 속에서 온갖 정보들이 뒤섞인 성인의 머리는 세상을 해석하는 관찰력을 한없이 떨어트린다.

 

자신만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표현하고 소통하고, 모든 인간은 편협한 시각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외부적인 요소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성찰: 가장 진실된 인간의 모습


 

2장 전체를 통틀어 한 단어로 말하자면 ‘존재’이다. 이번 장에서는 인간의 존재 자체에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존재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은 외부에서 찾는 물질이 아닌 내면에서 찾는 존재임을 설명한다.

 

미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개개인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미를 결정짓는 눈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나, 이 주관적인 시선에도 어쩔 수 없는 기준은 암묵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은 계란형 얼굴, 쌍꺼풀 있는 눈, 백옥같은 피부, 날씬한 몸매와 같이 말이다. 무의식에 잠재된 기준을 일차적으로 통과하고 나서야 자신의 주관이 담긴 시선으로 2차 판단이 결정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전만큼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내면에 잠재된 가치를 발견하지 않는 한 미의 기준은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우직하게 버티고 있을 듯하다.

 

이에 저자는 인간의 존재 자체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단 하나라는 희귀성을 지닌 존재이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타인이나 사회에 의해 부여되는 복제된 기준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재감 그 자체 있다고 한다. 즉, 존재하는 그 자체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가 도달한 정도도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이 물질적인 가치에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학력, 명예, 권력 등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다면 행복한 삶을 살 거라 확신한다. 저자는 이러한 껍데기뿐인 희망을 품은 이들에게 날카롭게 지적한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라고. 물론 이 모든 것이 뒷받침된다면 세상을 살아감에 훨씬 여유로운 마음 상태를 지닐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행복을 좇기 위한 의식이 지속해서 외부로 집중되다 보면 마음은 금세 다시 불안정해지고 새로운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에 무엇이 되기(become)보다는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겨야(being) 한다.

 

 

 

창조: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융합적 사고와 파괴적 혁신이다. 먼저, 융합적 사고는 자신이 하려는 하나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와 융합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령 낯선 조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은 [Wings] 앨범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아 그들의 세계관에는 섬세함을, 음악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시켰다. 이들의 팬으로써 <데미안>과의 교차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그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아이돌이라는 주소를 가진 이들이 문학과 융합해 자신들의 음악과 세계관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그들의 향한 팬심을 더욱 불태웠고, 실제로 이 앨범을 기점으로 해외에서의 주목도가 매우 커지기도 했다.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단일 전공의 고집은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게 만든다. 해당 분야의 논리와 지식을 깊이 다룰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어도 상상력이나 융합적 사고에 대한 ‘지혜’는 알려주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그 속에서 우린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다른 이들과 함께 제자리에 묶여있기 보다는 그 틈에서 융합적 사고를 통해 창조를 실현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는 파괴적 혁신이다. 파괴적 혁신은 본질을 완전히 뒤틀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파괴적 혁신의 대상은 경쟁자가 아닌 ‘나 자신’이다. ‘애플’을 통해 쉽게 이해해보자. ‘애플’은 아이팟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팟 카테고리를 통째로 없애고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아이패드는 PC 산업을 붕괴시켰고 아이맥 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그들은 파괴적 혁신을 놓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대성공이었다. 만약 그들이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다면 오히려 타사에 파괴되어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다.

 

 

 

발견: 나에게서 찾는 차이


 

‘나’에게서 무언가 발견하고 그 속에서 차이를 만들려면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2장에서는 성찰을 통해 ‘존재’ 자체에 집중을 했다면, 4장에서는 더 나아가 삶의 고독 속에서 내면으로 침잠해 가는 시간과 마주하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에게서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모든 걸 벗어던져야 한다. 티끌만큼의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본연의 자신, 그 동안 외면해왔던 추악한 속내를 지닌 모습까지도 전부 개방한 후 스스로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질문일수록 가장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답을 찾았다면 그다음은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자유 의지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우선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을 세우기 위해서는 고집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고집은 눈, 귀를 막고 타인과의 의사소통 없이 직진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에 이리저리 이끌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를 잃어버리지 않게 함을 뜻한다.

 

이를 잘 나타낸 사례로는 무인양품이 있다. 무인양품의 콘셉트는 자연의 색과 천연 소재만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매출 하락을 겪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화려한 색의 상품을 개발했다. 당장은 매출 개선에 효과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인양품다움을 잃어버려 고객들이 굳이 무인양품을 찾을 의미를 없애버렸다. 여기서 무인양품의 철학은 무인이며 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이다. 이들이 만약 기업의 철학을 고수하고 다른 면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했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인간은 자유 의지를 발현 시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타인이나 사회 전체에 자기 생각을 맞춰 살아가는 것에 습관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마저도 누군가의 판단 때문에 생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 상당수도 사회 전체의 합의에 의해 옳은 것으로 인식된 인습적 지혜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알길 바라는가?” -234p
 

 

자유 의지의 힘은 '완전한 삶'에 대한 충고로 마무리 된다. 호주 출신의 작가 브로니 웨어의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의 일부분 중 말기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하는 첫 번째 후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이라고 한다. 이에 내가 아닌 세상이 원하는 나의 삶은 결국 후회하는 삶이고 자유 의지에 의한 삶이 아닌 강요된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관찰-성찰-창조-발견'의 과정을 통해 인사이트를 키우고, 자신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창의성’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여정의 끝에는 자신만의 통찰력을 넘어 이를 통한 완전한 삶을 사는 법이 있었다. 모든 건 불완전하지만 삶의 종착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행복을 주었다면, 마지막 순간 만큼은 이 모든 것이 완전했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철옹성 같던 편견의 벽이 아주 조금은 허물어짐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은 타고난 기질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통찰력이 중요한 역할이었고, 이는 저마다 방법을 통해 만든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에 소멸했던 희망이 미세하게 피어올랐다. 어쩌면 나도 통찰력이 생기면 창의성이 자연스레 발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굳은 다짐과 희망은 얼마 안 가 차게 식어 잊혀버리겠지만, 언젠가 차이를 만드는 힘이 절실히 필요해질 순간이 온다면 이 글이 떠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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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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