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큰 힘: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

글 입력 2021.05.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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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다양한 지식들이 생산되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급격한 정보의 생산에 익숙해진 우리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제 세상에 나올 만한 것은 다 나왔다.' 하는, 타성에 젖다 못해 찌들어버린 생각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많은 것들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만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미 세상에 나온 수많은 것들의 틈을 비집어 빈틈을 짚어낸다. 바로 그 빈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어 다시금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다.


최근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도서 '휴먼네트워크'를 읽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살펴보는 매슈 O. 잭슨의 이 저서는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읽으면서 금방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소재가 친근하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대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친 생각을 대다수의 사람은 그저 흘려보내고 만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대한 순간의 생각을 놓치지 않았던 매슈 잭슨은 이를 관찰하고 심도 있게 파고 들어서 끝내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기까지에 이른다. 그 작은 차이가, 논리를 구조화하여 책을 쓰는 사람이 되느냐 아니면 그 책을 읽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되느냐의 간극으로 나타난다.


즉 세상엔 분명 이미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누군가는 기존의 수많은 이론과 상품 사이에서 니치를 발견하고, 그 틈을 비집어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던 차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를 보게 되었다.


 



< 책 소개 >


이 책은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조각, 사진, 행위예술을 바탕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일상에서의 새로움을 끄집어내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한다. 대자연의 순수함을 내면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조지아 오키프, 조각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고발하는 토니 마텔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찍기보다는 비밀스러운 상상력에 의지해 내면 세계를 깊숙이 탐구한 사진 작가 듀안 마이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도발적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귀여우면서도 밉살스러운 악동 캐릭터를 그린 나라 요시토모 등 이 책에 소개되는 아티스트는 일반인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창조가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도 예술을 재정의하는 획기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에서 길을 찾기 어려울 때마다 섬세한 관찰자의 눈으로 삶의 의미와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는 그 니치를 찾아내는 힘을, 아티스트들의 통찰력에 기반하여 찾아내고자 하였다. 저자 정인호는 아티스트를 '일반인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창조가'로 정의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만큼 아티스트를 잘 표현하는 정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예술가들은 분명 일반인들과 동일한 세상을 보고 있지만 그것을 색다르게 전달한다. 보이는 그대로를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이는 것 이면의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 보이는 것과 다른 어떤 것으로 작품을 완성해내기도 한다. 그 속에는 분명 아티스트 본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경영에, 학문에 혹은 그와 다른 나의 분야에 예술의 영역이 연계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예술이 너무나 다른 분야인 만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동떨어진 얘기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통섭의 시대다. 간학문적 연계를 넘어서 범학문적 접근을 지향하는 사회다. 특히 예술의 참신함이 회사 경영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던 사례들은 이미 과거에서부터 있었다. 그렇기에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는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한 책이다. 결국 어느 분야에서건 가장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끌어낼 독창성이기 때문이다. 독창성이 주가 되어 흘러가는 아티스트들의 세계 그리고 그들의 통찰력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첫 책장을 펼쳤다.


*


저자는 가장 먼저, 관찰할 것을 강조한다. 이 관찰은 피상적인 관찰이 아니라 온고지신에 잇닿은 관찰이라고 보아야 한다. 새것을 알기 위해 옛것을 충분히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것들을 그저 답습하지 않고 심도있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관찰의 영역은 자신의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아내의 생명이 점점 꺼져가던 그 순간에도, 이별의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색채의 변화감을 느껴 본능적으로 붓을 들었던 모네처럼 말이다. 이러한 고나찰은 집요하게 보는 동시에 편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순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저자는 고나찰의 영역에서 주관적인 발견에 그치지 말고, 외부의 정보를 참고하는 객관적 발견을 수용하여 통합적인 발견의 경지로 이르기를 주문한다.


이를 뒤잇는 아티스트 인사이트의 두 번째 장은 바로 성찰을 다루고 있었다. 첫 번째 단계인 관찰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들의 파악에 좀 더 집중한다면, 성찰의 단계에서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컨텍스트들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진정한 가치는 바로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삶의 어려운 순간을 겪어야만 했던 2장의 아티스트들은 끝없이 내면의 세계를 파고들었다.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내면의 진실에 집중했던 것이다.


성찰을 다룬 2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예술가는 단언컨대 카임 수틴이다. 이 책을 통해 카임 수틴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책 속 삽화로 들어간 그의 작품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 닿았다.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에서는 카임 수틴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 4점을 싣고 있다. 그 중 인물화 2점보다 정물화 2점이 더 충격적이다. 바로 <도살된 소> 그리고 <청어가 있는 정물화>다. 강렬한 색채감과 힘 있는 붓 터치에서 먹을 것조차 자신이 바로 섭취하지 않고 작품화하는 데 더 급급했던 카임 수틴의 집념이 느껴진다. 실제로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 만족스러웠다. 그 만족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인지, 이 작품을 보고 놀라 심장이 내달리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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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세 번째로 비로소 저자는 창조를 말한다. 아마도 이 책을 기대하면서 펼쳤을 독자 대다수가 이 창조의 대목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아티스트들의 독창성이 가장 발휘될 대목이기 때문이다. 3장에서 저자는 회화의 불문율들을 해체해 온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누구나 예상할 법한 인상주의 화가들이나 폴 세잔, 모딜리아니도 나오지만, 행위예술가 마리아 아브라모비치, 음악과 미술의 융합을 추구한 파울 클레, 반 건축 운동을 추진했던 고든 마타 클락 등 생소할 법한 예술가들까지 다루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가면서 파괴적인 혁신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불문율로 여겨진 것들을 파괴함으로써 발견한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며, 저자는 이것이 더 나은 나 자신을 찾는 과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4장에서 저자는 발견을 말한다. 이 발견을 두고 저자 정인호는 '나에게서 찾는 차이'라는 부제를 함께 달았다. 왜 그럴까. 아티스트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자기 혁신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기만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즉 자기혁신의 과정 끝에서 고유의 인사이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저 표류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주체적으로 항해하는 삶을 살 것인가. 4장 '발견'의 문장들은 더 이상 예술, 학문, 경영의 차원에 어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예술과 경영을 넘어 '아티스트 인사이트'를 읽는 모든 독자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반추해보는 계기를 제시하고 있었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흥미롭게, 저자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일화를 소개하며 디테일 경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끝없는 관찰 끝에 이뤄낸 작은 창의적인 시도 하나로 적자기업 현대카드를 흑자 전환하게 만든 그의 저력은 앞서 나왔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통찰력과 잇닿아 있었다. 지금은 세련된 이미지의 현대카드가 엄청난 적자로 허덕였다는 것 그리고 그 극복의 실마리가 디테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머릿속에 각인되듯 남았다.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앞선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드러난 인사이트와 지혜들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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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도서 '아티스트 인사이트' 속에서 인용되었던 수많은 유명인의 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어조였던 이 한 문장,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이 말을 본 순간 너무 뼈아팠다. 나 스스로의 권태로움과 게으름을 아인슈타인이 사정없이 찌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익숙하게 해왔던 행동, 사고방식으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차이를 발견해내는 통찰력을 기르고자 이 책을 펼친 독자들에게, 더 이상 이 문구가 마음을 찌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과거와 다르게, 작은 균열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며 각자의 분야를 개척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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