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렇게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 마르첼로 바렌기展

글 입력 2021.05.0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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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던 표현을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귀인’의 방문을 격하게 반기는 밈일 뿐 한국을 낮추는 표현이 아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 귀한 마르첼로 바렌기가!’


하이퍼리얼리즘 마스터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작가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이 한국에 착륙했다. 그것도 한국에게 ‘1’이라는 의미 있는 선물까지. 바로, 전 세계 ‘최초’, ‘첫’ 마르첼로 바렌기 개인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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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 作

 

 

 

“와! 사진 같아요!”



온라인을 떠다니다 재미있는 밈을 보았다.


 

한국식 칭찬.txt


그림 칭찬 : 와! 사진 같아요!

사진 칭찬 : 와! 그림 같아요!

사람 칭찬 : 와! 인형 같아요!

인형 칭찬 : 와! 사람 같아요!

 

 

해당 밈을 보고 ‘찔린’ 필자는 이후로 감탄할 때 위와 같은 비유의 칭찬은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필자는 뿌리 깊은 한국인이었던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와! 진짜 사진 같다”를 외쳤다. 그리고 해당 표현을 전시 내내 입에서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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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 作

 

 

 

예술가 마르첼로 바렌기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하이퍼리얼리즘 마스터’ 마르첼로 바렌기.


그는 ‘공통된’ 사물을 캔버스에 담았다. 누구나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대상 삼은 것이다. 지금 필자의 옆에 있는 물컵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옆에 놓인 ‘그 사물’들. 감자칩 봉지, 인형, 컵, 바나나, 인형 등. 화폭에 담기는 사물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재능을 살렸다. 정교한 묘사력으로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평범한’ 사물을 하얀 종이 위에 얹어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그의 그림은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했고 갤러리들은 자연스레 화폭에 빠졌다.


 

“이봐요, 당신은 냉장고에 있는 케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 (Hey, have you seen how beautiful the Ketchup you have in the fridge is?)”


“모든 사물은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물을 표현할 때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 (Every single object has its own beauty and story. I like to decontextualize them and make the brand products and objects that accompany us in our daily lives, sometimes from our innocent childhood and throughout our life, as the main subject.)”

 

- 마르첼로 바렌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앞에 놓인 수만, 수억개의 콘텐츠. 그리고 쉬이 하나에 몰두할 수 없게 하는 세상. 때문에 하나에 집중하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급기야 사람들은 시간을 할애해 ‘멍때리’거나 명상을 하며 하나에 집중한다. 와중에 떠오르는 보다 만 넷플릭스와 유튜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첼로 바렌기는 ‘한번에 하나’를 시전했다. 하나의 화폭에 하나의 사물. 그리고 사물을 감싸는 하얀 여백.


그리고 최대한 사물의 ‘일반적인’ 모습을 담았다. ‘빨간 사과’, ‘노란색 달걀 노른자’, ‘노란색 M&M 포장지’, ‘초록색 수박 껍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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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 作


 

마르첼로 바렌기처럼 사실주의 기조를 추구하는 작가의 작품에도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명암, 색채 등을 작가가 보는 대로 또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더하거나 뺀다. 하지만 작가 마르첼로 바렌기는 최대한 사물의 ‘순수함’에 집중했다. “있는 그대로 사물 바라보기.”


 

트롱프뢰유(Trompe L'œil) 기법 : 착시현상을 응용한,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 속임수 그림을 칭하는 미술 기법을 뜻한다.

 

 

작가에 대해 서치하다 발견한 기법. 그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마르첼로 바렌기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가 작품활동을 하며 쾌감을 얻는 지점 또한 같기 때문이다.


 

내 작업의 목표는 보는 이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것이다. (My goal to draw something that deceives the eye to the point of making it think that the drawing looks more realistic than the real object.)

 

- 마르첼로 바렌기

 



유튜버 마르첼로 바렌기



그는 자신의 재능에 ‘시대’를 더했다. 바로 유튜브다.

 

 

15년 간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2013년에 사직하고,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림 그리는 컨텐츠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본인의 채널을 만들어 그림의 과정을 업로드하기로 마음먹고 유튜버가 되었다.

 

- 나무위키

 

 

유튜브로 자신의 작품에 대중성을 더했다. 그리고 예술의 문턱을 낮췄다. (인터넷이 보급된다는 전제하에) 전세계 모든 이들이 그의 작품을 24/7 즐길 수 있다. ‘방구석 미술관’이 펼쳐졌다.


그리고 한국이 첫 번째로 그의 작품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을 본 이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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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 作

 

 

“와! 진짜 사진 같다”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하는 ‘나’의 자세



하이퍼리얼리즘을 좋아한다. 특히나 최근에 너무나 빠져있다.


‘20대 허세 가득한 래퍼 김수민(a.k.a 임플란티드 키드)’, ‘교양과 격식을 갖춘 카페 사장 최준’, ‘5호선 열차에 탄 등산러버 ’이창호‘. 이들은 하나같이 ’주변인‘을 연기한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댓글 창은 하나같이 “와! 진짜 ’주변인‘ 같다”로 넘쳐난다.


게으른 생각이지만, 하이퍼리얼리즘을 좋아하는 이유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SF처럼 세계관이 확실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콘텐츠도 선호하지만 지금 이 시점의 삶을 반영한, 필자가 사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동한다. 공감대 형성이 쉬워서 일까.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되는 작품들. 그렇기에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사물들을 기록하는 마르첼로 바렌기.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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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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