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약 게임이 눈 깜빡임으로 진행된다면? - Before your eyes(비포 유어 아이즈) [게임]

사후 세계로 떠난 영혼의 인생 이야기
글 입력 2021.04.1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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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GoodbyeWorld Games

배급| Skybound Games

등급| 미분류

출시| 2021. 4. 8.

가격| 10,500원

플레이 타임| 100분

 

 

'Before your eyes(비포 유어 아이즈)'는 1인칭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는 특이하게도 웹캠을 이용한 눈 깜빡임을 통해 게임이 진행된다. 이제껏 보지 못한 신선함이 돋보이는 PC 게임이라서일까? 스팀에 출시된 지는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벌써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4월 16일 기준, 747개의 리뷰)

 

 

   

 

※번역된 문장을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는 새로운 상호 작용 형식을 사용하여 사후 세계로 떠난 영혼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1인칭 서사 모험이 있습니다. 이는 당신이 죽은 뒤, 죽은 영혼을 안내하는 페리맨*의 배를 탄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페리맨은 문지기에게 당신의 삶을 심판받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라고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당신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당신은 깜박이는 눈을 통해 가족의 소중한 추억, 첫사랑, 예술적 경력의 상승이 담긴 이야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때 페리맨은 당신이 보여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가장 어두운 기억 속으로 여러분을 더 깊이 밀어 넣음으로써 숨겨왔던 가슴 아픈 진실을 드러냅니다.

 

*페리맨 : 그리스 신화로 치면 뱃사공 카론, 영혼을 인도해 저승의 재판을 받게 하는 인도자.

 

 

   

베니가 눈을 감기 전


 

1)

베니는 페리맨을 통해 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한 가족이 있다. 엄마 엘리, 아빠 리처드, 그리고 아들 베니. 엘리는 자신이 전공한 작곡에 꿈을 품고 있지만, 현실에 치여 회계사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음악가로 인정받고 싶었던 엄마의 바람을 대신 이뤄주듯, 베니에겐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예술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피아노를 치도록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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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런 베니에겐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스한 친구인 클로에가 있다. 그래서 입학시험 전날에 클로에가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부탁을 받아들인 뒤, 바깥에서 별을 보며 잠든다. 추운 날씨에 밤을 새운 탓인지 베니는 최악의 몸 상태로 시험을 쳤고, 결국에는 연주를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한 채 탈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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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아노가 아닌 그림으로 눈을 돌린 베니는, 대학교수로부터 자신이 가진 그림 재능을 인정받는다. 베니는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마친 후로 승승장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화가로 거듭난다.

 

그러나 누구보다 기뻐하던 엘리의 죽음으로 폐인이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복귀한 베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그는 사람들에게 천재 예술가라는 칭호로 불리며 삶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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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현실로 돌아온 베니. 페리맨은 그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던진다. "자신을 행복한 아이와 외로운 아이 중 어느 것으로 묘사할래?", "옆집 소녀는 너에게 무엇이었니?"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베니의 답이 끝나자 페리맨은 크게 분노하며 악담을 퍼붓는다. 그 이유인즉슨, 베니가 거짓을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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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숨겨왔던 거짓들이 드러나며 베니의 아픔이 페리맨에게도 전달된다. 완전히 달라진 결말 속, 힘겨운 죽음을 맞는 베니에게 이제 눈을 감고 돌아와도 된다는 페리맨. 그의 인도에 따라 끝에 다다르니 고양이 모습의 문지기가 베니를 맞는다.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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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빡임의 의미


 

이야기 진행부터 시작해 모든 상호 작용이 눈 깜빡임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웹캠이 없다면, 마우스 클릭을 통해서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웹캠으로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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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포 유어 아이즈를 한 스트리머의 영상으로 시청했다. 타격감을 느끼기 위한 FPS나 슈팅 게임은 직접 구매해서 플레이하지만, 스토리 게임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 영상으로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후회가 밀려왔다. 플레이어의 참여를 극대화한 상호 작용 방식에 이야기의 집중도가 확연히 차이났을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물론 영상으로 보더라도 조작감을 제외하곤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게임에서 '눈 깜빡임'을 어떤 의미로 쓰는지 알게 되면 그 생각은 달라진다. 여기서 눈 깜빡임은 시간의 흐름, 순간의 선택, 보고 싶지 않은 진실, 인생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1. 시간의 흐름

우리 몸이 꾸준히 행동하는 것으로는 숨쉬기와 눈 깜빡임이 있다. 무의식적인 눈 깜빡임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반복이 시간 측정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임에서는 몇 번의 눈 깜빡임을 통해 시간이, 계절이, 이윽고 인생이 변한다.

 

2. 순간의 선택

게임에서는 눈 깜빡임을 통해 선택지를 고른다. A와 B라는 선택지 중 한 곳에 초점을 맞춘 뒤, 눈을 깜빡이면 된다. 평상시에는 이러한 행동 대신, 눈짓이나 손짓을 활용해 선택한다. 그러나 무언가 원하는 게 있을 때는 이를 뚫어지도록 쳐다보지 않는가? 이때 계속해서 눈을 깜빡이는 건 욕망의 표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더 큰 욕망을 향해 눈을 깜빡이니 말이다.

 

3. 보고 싶지 않은 진실

우리는 눈앞에 드러난 진실을 보고 싶지 않을 때"눈을 감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 마주할 때, 이를 외면하거나 피해버리기 위해 눈을 감고자 한다. 게임에서도 베니는 견디기 힘든 진실을 거부하기 위해 직접 눈을 감았다. 조금 더 긴 눈 깜빡임을 통해서 고통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 때문에 현실과도 멀어지고 말았다.

 

이와 반대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눈을 떠야만 하지 않는가? 두 번째 시도에서 베니는, 감았던 눈을 뜨고 깜빡이면서 현실을 마주했다.

 

4. 인생의 시작과 끝

우리는 인생의 시작에서 눈을 뜨고, 끝에서 눈을 감는다. 마치 눈을 뜨고 감는 과정이 삶과 죽음처럼 느껴진다. 다만 시작에서는 눈을 깜빡일 수 있지만, 끝에서는 눈을 깜빡일 수 없다. 게임의 제목 또한 Before your eyes(눈을 감기 전에)이지 않은가? 그러니 눈을 깜빡이는 건 인생과도 같다. 베니는 인생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눈을 깜빡였다.

 

 

사후 세계에 온 영혼은 눈 깜빡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본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의미에 대해 알고 보면 꽤 놀라운 접근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스토리를 다 파악한 게 한일 정도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앞으로는 영상을 보기 전에 구매할지 말지부터 신중히 고민해야겠다는 다짐이다.

   

*

 

비포 유어 아이즈는 힐링 게임이라 소개해도 될 만큼 비주얼과 스토리 모두 뛰어나다. 먼저 알록달록한 색감,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자연스러운 모션이 눈을 편안하게 하고, 뒤이어 깊이 있는 스토리, 위로와 공감의 대사가 감성을 적신다. 여기에 더해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악은 게임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도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완성하거나, 별자리를 따라 그리는 등의 상호 작용이 가능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한, 1인칭 어드벤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지 않은가? 스토리 역시 탄탄하고 매력적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만약 반전의 요소가 있다면 스토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기 마련일 텐데, 비포 유어 아이즈의 경우는 거대한 반전이 존재한다. 앞서 설명했던 첫 번째 이야기와 설명하지 않은 두 번째 이야기는 어찌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그래서 모든 결말을 포함하지 않았다. 궁금하다면 직접 베니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미리 이야기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정말로 애통하다.)

   

이 게임은 단순한 눈 깜빡임을 통해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한다. 이에 따른 피로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조차 눈을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로하다면, 마우스 클릭으로 전환해서 플레이하길 바란다.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내 인생도 깜빡이게 한 비포 유어 아이즈였다. 이렇게 또 하나 좋은 게임을 알게 되어 소개할 수 있음에 뿌듯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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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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