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월호 희생자 7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김윤아의 '강' [음악]

흐르는 강물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글 입력 2021.04.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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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고등학생인 나는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를 외치며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뜻해진 날씨에 몰려오는 춘곤증을 내쫓고자 눈을 부릅뜨며, 한 손으로는 구불구불 지렁이 같은 필체로 그날 들은 수업 내용을 필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가다, 배가 침몰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그래도 다행히 전원 구조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후, 전원 구조라는 뉴스가 오보라는 사실을 접했다. 선생님 몇 분께서 눈물을 언뜻 비치시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많은 학생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진실이 인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와 친구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는 당시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친구들의 죽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고작 잊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 나는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나는 잊지 않겠다는 말 그대로 일상의 순간에서도 그들을 잊지 않고 있었을까. 매년 4월은 중간고사시험이 있었고, 정신없이 일상을 이어가야 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고쳐 매는 것,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노란 리본으로 바꾸는 것. 그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죄책감마저도 그들의 고통 앞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슬펐고, 무력했고, 서로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떠올렸으며,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타인의 고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저에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종종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일입니다.”

 

- 김윤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부모들은 추운 항구에서 아이들을 기다렸고, 온 국민은 그들을 추모했다. 노란 리본들이 물결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물결에는 여러 아티스트들도 함께했다. 김윤아의 《타인의 고통》 앨범에 수록된 <강>. 그녀가 <비긴어게인2>에서 직접 밝힌 세월호 추모곡이다. 제목조차 《타인의 고통》인 김윤아의 이 앨범은 내게 오랜 시간 위안이 되었다. 2021년 4월 16일, 세월호 희생자 7주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 곡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흐르는 강물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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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까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강은 흐르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산산이 부서진 이 마음과

붙잡아 둘 수 없는 기억들이 그 강을 채워 넘치네

너의 이름도 너의 목소리도

너를 품에 안았던 순간들도

덧없이 흩어져버리네

강으로

그 강으로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 나를 버리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은 흘러흘러 사라져만 가네

강은 흘러흘러

 

 

<강>은 앨범의 2번째 트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전의 트랙인 1번 트랙, 인트로 ‘(-)’에서는 강물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이 강물 소리는 2번 트랙의 베이스로도 깔린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여러 감정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후 풍성한 현악 편곡은 마치 강 속에 잠긴 듯한 느낌을 준다.

 

가슴안에 가득 찬 한 맺힌 눈물이 흘러넘친다. 물기 어린 아픈 기억들이 흐르고 흐른다. 마치 강처럼. 강을 따라가다 보면 그리운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너를 만날 수 없기에 홀로 남겨진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너를 사랑한 순간들이 모두 덧없이 흩어져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슬픈 것은 너의 손을 잡아 줄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에 대한 물음이다.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희생당한 너, 고통스러웠을 너. 차디찬 바다에서 홀로 외로웠을 너. 그런 너를 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강물에 무력한 나를 버리고 싶다. 차라리 이 강물에 잠식되고 싶다. 그러고 나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흐르는 강물은 붙잡을 수가 없다. 강은 흘러 흘러 그렇게 사라진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텅 비어버린 상실감과 같이.

 

그래도 강은 흘러 흘러 결국 한 곳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어쩐지 위안이 된다.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자세


 

곡은 6분 37초로 이루어져 있다. 후반의 3분은, 김윤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물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가득하다. 왜일까. 바로 침묵에서부터 오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은 그 고통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의 슬픔을 재단하는 것은 상대를 더 깊은 상실감으로 밀어 넣는 일이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타인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없으며, 그렇기에 간과하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말없이 곁에 가만히 있어 주는 일이다.

 

‘너 말고도 힘든 사람들 많아.’, ‘죽을 용기로 살아.’ 이런 어쭙잖은 위로보다 침묵이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주변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이 마음 아팠다. 후반의 3분의 말 없는 위로는 침묵으로써 떠나간 그들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력함에 몸서리치는 그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가만히 토닥인다. 노래하는 가수인 김윤아는 그렇게 잠시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고, 음악만으로 곁에 남아 있어 준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 눈먼 자들의 국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가을,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세월호 추모 에세이집에 이렇게 썼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 그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으면서 그동안 읽은 어떤 책보다 많은 위로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공부하는 것,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그 책에서 가장 힘이 되었던 문장이었다. 타인을 사랑하면서도 그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는, 이기적이고 무력한 나에게 간신히 희망이 되었던 문장. 있는 힘껏 위로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 문장을 되뇌어 본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그리고 이 말과 함께 다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녀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사로, 멜로디로, 현악기의 울림으로, 침묵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강>. 이 글을 보는 모두가 함께 곡을 들으며, 세월호 희생자 7주기를 추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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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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