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한 서울의 모습은 미디어 아트 속에서 낯선 설레임이 되어 다가온다 - 2021 딜라이트 서울

익숙한 서울을 다르게 보는 방법
글 입력 2021.02.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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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너무나 가깝고 익숙해 몰랐던 서울의 생경한 이면을 마주하다


 

이번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첫 번째 이유는 전시의 주제이자 목적인 ‘낯선 서울’ 이었던 것 같다.

 

전시는 나에게, 우리에게 일상의 일부가 되어 너무나 익숙하고 어쩌면 가끔은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는 ‘서울’을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는 실감형 미디어 아트 기술을 이용해 낯설고 생경하게 우리의 눈앞에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을 간과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한 낮의 따가운 햇빛이 드리우는 아래 각자의 열정을 가진 채 드러나는 분주한 서울의 모습, 밤이 되어 빠져나간 햇빛의 자리를 대신 채우는 일상의 찬란한 불빛들로 항상 반짝거리는 서울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미디어 아트의 형식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설게 다가오며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풍경을 눈 속에 되새긴다.


지난 19년 12월,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 전염병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덮쳤고,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고여버린 시냇물처럼 제한된 공간 안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게 서울은 그저 익숙했던 대상에서 어쩐지 지겹고 조금쯤 신물나는 공간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항상 보던 서울의 풍경에 싫증 내며 어디로든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요동치곤 했었다.


그런 나에게 이번 전시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서울이 가진 익숙한 풍경의 낯선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것이다. 여러 섹션에서 각기 다른 주제와 방식을 통해 색다르고 다채로운 서울의 이미지들로 채워진 전시는 때로는 환상처럼, 혹은 감각적으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잘 몰랐던 서울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느낌으로서 그간 스스로 쌓아왔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corridor of light2.jpg

 

 

특히 입장 하자 마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전시의 가장 첫 부분은 ‘Corridor of Light’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자욱한 안개와 잔잔한 어둠이 깔린 공간 안에서 커다란 보름달이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힘든 하루를 마치고 깜깜해진 주변 속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보았던 유난히도 밝은 달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서울의 가장 고요한 순간이자 내일의 역동적일 서울의 모습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에 전시의 제목이 더욱 와 닿았다.

 

 

Dynamic Seoul_02.jpg

 

 

또한, 전시의 중반부에 위치하고 있던 ‘Dynamic Seoul’ 또한 인상 깊었는데, 미디어 아트를 이용해 축소된 공간에서도 서울의 강남, 홍대 거리의 한복판을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는 밤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서울의 거리를 느껴볼 수 있다. 밤이 되어 우리의 머리 위를 비추던 햇살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서울의 빛은 밤에 더욱 찬란하게 빛나며 삶의 에너지를 쏟아 내고 있고, 그리하여 우리의 삶은 어떻게든, 어찌됐든 흘러간다.

 

 


시각의 한계를 넘어 공감각적 체험을 이루어 내다


 

이번 전시의 특별함은 미디어 아트의 기술력과 바코드를 통한 비대면 체험을 통해 관객의 시각 뿐 아니라 청각, 미각, 공감각까지 자극하며 실감형 콘텐츠를 제시 했다는 점이었다. ‘실감형 미디어’란 인간의 5가지 감각인 오감을 자극하여 실제인 것만 같이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미디어이다. 4차 산업 혁명을 기반으로 익히 들어보았을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기법 등이 이에 속한다.

 

 

Welcome to Delight_01_small.jpg

 

 

이러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서 우리는 익숙한 서울을 다시금 낯설게 느껴볼 수 있다. 우리의 감각 속에서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진 서울의 이미지는 산 속에서 들릴 법한 청아한 소리 속에서 형형 색색 다른 빛깔을 풀어내는 청사 초롱으로 채워진 ‘Welcome to Delight’ 공간을 통해, ‘4계절을 주제로 한 미디어와 음식’을 주제로 별개의 감각으로 느껴지던 미각을 디지털 재해석으로 하나의 복합적인 감각으로 이끌어낸 ‘Into the Mind’ 공간을 통해 낯설고 특별한 이미지로 변신한다.

 

 

Echo of Soul.jpg

 

 

무엇보다 기존의 전시와 달랐던 점은 곳곳에 위치한 바코드를 스캔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그들이 전시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었다는 점이었다. ‘The Myth’ 공간에서는 LED 로 이루어진 거대한 12지신 미디어 아트 기둥에 바코드를 스캔하여 나의 수호신을 불러낼 수 있는가 하면, ‘Echo of Soul’, ‘Authentic street’ 공간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공간을 꾸미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기존의 미디어에서 관람객으로 흐르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미디어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우리는 더욱 생생하게 전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의 공간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관객 스스로이다. 스스로 벽면의 포스터가 되기도 하고, 거울과 맞은 편의 미디어 파사드 쇼를 통해 설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나만의 지정된 12지신으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그리하여 실감형 미디어 아트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내며 익숙한 서울의 모습을 낯설게 비춘다는 전시의 목적을 달성한다.

 

 

 

특별한 주제, 색다른 연출, 하지만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우, 주최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통해 전시의 목적과 의미를 어느정도 파악하기 전까지는 이 전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아니, 사실 전시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30분도 안되는 시간만을 소요하고 나왔기 때문에 이렇다할 감상이 없었을 수밖에 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전시의 주제는 현재 우리의 일상 속 염증과도 같은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매우 특별하고 색달랐고, 그것을 풀어내는 미디어 아트의 형식과 연출 또한 좋았다. 하지만 그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마지막 변수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관객이었다.


이 전시의 관람객 층은 확연하다. 적어도 2인 이상의 지인과 함께 온 사람이 90%, 어쩌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전시 곳곳의 의도와 의미가 숨겨진 공간들은 그저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으로 밖에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전시 공간을 천천히, 여유롭게 관람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어느 누가 길게 이어진 줄과 셔터 소리 속에서 태연스럽게 전시 공간 앞을 막아 서고 전시의 의도와 연출을 음미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겠는가? 적어도 나에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나는 떠밀리다 싶이 인파를 피해 다음, 그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전시의 마지막 공간이었다.


또한 홀로 전시를 찾은 이들에게 바코드 스캔을 통한 전시 체험 또한 쉬운 것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또한 스캔 공간 앞에 길게 줄이 서있었고, 대부분의 이들이 지인과 함께 여러 포즈를 취하며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런 공간은 패스를 하다 보니 정작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바코드 스캔을 체험해보지 못했다.


물론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전시의 고정된 요소가 아닌 자유 의사를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그 변수를 통제하거나 조절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엄연히 전시가 추구하던 목적과 타겟층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적어도 포토존 속의 기념사진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의 타겟층을 분명히 정하여 그들을 타겟팅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포토존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되 다른 공간에서 그러한 요소들을 제함으로써 인파를 어느정도 조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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