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을 위한 삶을 산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미술]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삶과 작품을 만나다
글 입력 2021.02.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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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작품이 있다. 파란 색감과 역동적인 물결을 생생하게 표현한 일본의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의 작품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이다. 작가의 이름은 조금 낯설지 몰라도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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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쓰시카 호쿠사이가그린 자화상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19세기에 활동한 일본인으로, 에도 말기의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이다. 우키요에란 미인, 기녀, 광대 등 세속적인 주제를 중심적으로 그린 양식을 뜻하며,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은 우키요에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심이었고 그의 작품은 공예품의 포장지 등으로 쓰이며 유럽에 퍼졌다.

 

그는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회화 기법을 배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우키요에의 대가의 제자로 들어가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했으며, 동서양의 다양한 화파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고자 하였다. 자신만의 예술적 스타일을 형성하였지만 당시 보수적인 회화계는 진보적인 그의 스타일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 결과, 그는 일본의 대표 화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바로 ‘호를 30번 이상 바꾸었다는 것’과 ‘하루에 3번씩 이사를 다녔다는 일화’이다. 호는 90세가 되어서야 정착할 수 있었고, 이사는 약 93회까지 다녔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그의 신조였던 ‘있는 곳에 물들지 말 것’이 삶 속에 반영된 것이라 추측한다. 조금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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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가와 바닷가의 높은 파도 아래, 1800-1833

 

 

해당 작품은 1825년 즈음에 간행된 우키요에 연작 <후가쿠 36경> 중 하나이다. 당시 우키요에 판화는 주로 인간의 풍속이 그려지곤 했지만,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자연 풍경을 중심으로 작품을 그렸다. 호쿠사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일본 특유의 화풍을 잘 담아내 세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배경엔 카나가와, 요코하마 앞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쪽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이 살짝 보인다. 파도는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이 파도 속에 압도당하기 직전인 조그마한 배 세척이 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자연의 막대한 힘을 강조하고,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아무 것도 힘쓸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긴장감과 초연함이 동시에 든다. 금방이라도 덮칠 것만 같은 큰 파도와 그 아래에 손쓸 수 없이 놓여 있는 자그마한 인간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생생한 작품 표현은 감상자들을 순식간에 배에 타고 있는 자로 몰입시키며, 이곳에서 복합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공포에서 순응 그리고 덧없음으로 이어져 작디작은 인간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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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아침의 신선한 바람, 1830-1831


 

해당 작품은 후지산36경 시리즈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뛰어난 일본 판화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섬세한 묘사와 균일한 표현은 차분하고도 평온한 감정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호쿠사이만의 일본화풍은 서양 예술가들이 동양에 대한 환상을 갖게끔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청량하고도 차분한 톤을 가진 호쿠사이의 작품은 동양 예술의 한 획을 긋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놓여있고, 강렬한 햇빛은 후지산을 내리쬐고 있다. 붉게 물든 후지산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산꼭대기에는 덜 녹은 눈이, 산 아래쪽에는 푸른 숲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는 작가가 당시에 보고 그렸을 풍경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채도 높은 색상과 간결한 표현은 제목처럼 ‘맑은 아침의 신선한 바람’이 느껴지게 한다. 이밖에도 다른 풍경 연작들이 많은데, 이 시점에 호쿠사이가 풍경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대 우키요에의 흐름과는 달랐지만 그만의 스타일을 추구한 결과 우키요에 화풍의 다양성과 일본 예술의 확장을 불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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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속의 호랑이, 1849

 

 

이 그림은 족자로,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노년 작품 중 하나이다. 사망하기 몇 달 전 완성시킨 작품으로, 호랑이를 그림으로써 장수를 꿈꿨던 작가의 평소 바람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의 몸은 나이가 들면 쇠약해질지 몰라도 정신은 돌진하는 호랑이다.”라고 말했다.

 

작품에서 호랑이는 땅이 아닌 곳을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더해 물결치는 호랑이의 선은 언뜻 용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호랑이의 표정엔 은은한 미소가 번져있는데 즐거움과 만족감이 절로 느껴진다. 마치 호쿠사이가 자신이 사는 세계에 만족하는 것과 같은 느낌 그리고 이 세상을 계속해서 누리고픈 그의 욕망이 드러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눈 덮인 대나무 잎, 그리고 호랑이의 움직임에 퍼지는 눈송이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배경에 담긴 호랑이는 희망찬 곳으로 헤엄치는 것 같은 느낌을 극대화 시킨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불운을 물리치고자 했다. 이 작품 뿐 아니라 여러 점의 호랑이 작품이 발견되었는데, 말년에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음이 느껴진다.

 

*

 

그의 작품에는 그가 추구하고 살았던 다양한 가치관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작가의 인생과 생각을 읽고 싶다면 감상자들은 작품의 흐름을 쭉 살펴보면 된다. 먼저 떠난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남겨진 여러 점의 작품들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작품을 통해 만나본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예술의, 예술에 의한, 예술을 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5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진정한 화가가 될 텐데...”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직도 그릴 그림이 많이 남아 삶을 지속하고 싶어 했던 그는 진정으로 예술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이었다. 그 열망이 모든 작품에 담겼고, 이후 사람들은 그의 열망을 고스란히 느껴 남겨진 작품들에 열광했다. 예술에 진심이었던 한 사람의 일생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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