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시대의 청춘찬가, 이은재 '셧업앤댄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1.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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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청춘 드라마’, ‘학원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청춘’의 애달픔과 어려움은 종종 작품 속에서 이야기되지만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기성 매체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는 장르물과 소위 ‘매운맛’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나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다루지만 이들의 주목적은 복고적 분위기를 되살려 추억을 자극하는 데에 있다.


청소년을 비중 있게 다룬 드라마 역시 스카이 캐슬이나 펜트하우스처럼 ‘매운맛’인 경우가 많다. ‘학원 드라마’의 대표작인 드라마 ‘학교’ 시리즈도 2017년 제작을 멈추었다가 ‘학교 2021’을 예고했는데 그 내용 역시 ‘사회에 입문한 18세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적나라한 생태를 그린 드라마’다. ‘현실적인’, ‘사회적인’ 드라마들이 반향이 뜨거운 와중에 그다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지 못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대중매체의 청소년들은 웹 콘텐츠로 이동한 듯하다. 최근 등장한 드라마에서 청소년을 다룬 드라마는 라이브온 정도지만 이 역시도 ‘플레이리스트’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결국 ‘에이틴’과 같은 웹드라마부터 ‘연애혁명’, ‘여중생A’와 같은 웹툰 등이 청춘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웹툰에서는 청소년 주인공을 내세워 ‘일진’, ‘싸움’ 등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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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 작가의 작품인 ‘TEN’과 ‘ONE’ 역시 학교 폭력을 다루지만 조금 그 결이 다르다.

 

청소년 이야기 그 중에서도 학원 드라마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주는 웹툰 작가라 할 수 있는데 이은재 작가는 2013년 1호선이라는 좀비물로 데뷔한 후 ‘청춘극장’, ‘TEN’, ‘나는 달린다’, ‘ONE’까지 다음 웹툰에서 활동했다. ‘ONE’ 연재 중반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셧업앤댄스’를 연재했고 2020년 6월 ‘ONE’을 완결 짓고 2021 2월 ‘셧업앤댄스’를 완결 짓게 된다.(유료 분량으로는 완결이 되었으나 아직 무료로 풀리지 않아 이렇게 썼다.)


‘TEN’과 ‘ONE’은 액션의 타격감이나 시원시원한 전개를 주 무기로 삼는 학원 액션물이 아니다. 학교 폭력 문제나 가정 폭력과 같은 갈등 원인이 있고 싸움으로 그것이 표출되는 것이다. 폭력은 물론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폭력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은 아니고 폭력으로 인해 삶이 망가지는 것까지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과 감탄을 불러온 작가가 산뜻하고 풋풋한 에어로빅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따뜻한 분위기는 ‘청춘극장’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브랜드 웹툰은 ‘나는 달린다’에서도 충분히 그려진 바가 있기에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TEN’과 ‘ONE’에서 보여준 주제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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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업앤댄스’는 아이돌 지망생 ‘서원준’과 학교 친구들 ‘조규찬’, ‘윤상’, ‘정재형’, ‘김현철’, ‘황소윤’이 공시생 교사 ‘조원선’이 만든 에어로빅부에 모여 벌이는 청춘 드라마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사장님에게 잘 보이려는 교장 선생님에게 교사 조원선이 계약 연장과 임금 인상을 조건으로 에어로빅 대회 출전을 권유 받으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학원물의 전형처럼 부 활동과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루지만 이것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의 성장과 성장에서 독자가 받게 되는 위로가 전면에 나서기 때문이다.


에어로빅엔 관심도 없던 학생들이라 그 과정이 쉽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은 친해지며 각자의 벽을 하나씩 부숴나간다. 학교 폭력, 성적에 대한 부담과 부모와의 불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친구들과의 오해, 가정 폭력... 누군가 하나쯤 겪고 있을 문제를 하나씩 가진 인물들이 모인 에어로빅부는 문제투성이 동아리다.


‘셧업앤댄스’는 천천히 한 인물씩 조명하며 그가 가진 고민을 보여준다. 분명 주인공은 서원준이다. 꿈을 위해 5년이나 연습했지만 이웃집 아이돌(프로듀스 시리즈와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최종 멤버에 들지 못해 데뷔가 무산되고 학교로 돌아와 연예인도 일반인도 아닌 상태가 된다. 꿈에 대한 노력과 실패, 상식선의 행동을 보여주는 원준을 통해 독자들은 ‘셧업앤댄스’의 세계로 들어간다.


원준이 이상하게 여기는 다른 친구들, ‘조규찬’, ‘윤상’, ‘정재형’, ‘김현철’, ‘황소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독자도 다른 친구들에 대해 알게 된다. 오히려 독자는 원준이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원준이의 시점(일반적인 전개)가 끝나고 나면 각 에피소드가 ‘조규찬’, ‘윤상’, ‘정재형’, ‘김현철’, ‘황소윤’의 시점이 섞여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설 때 원준이는 주변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응원을 하거나 기다려주거나 어색해하거나 독자들이 ‘셧업앤댄스’ 속 인물들을 보듯 기다린다.


성적과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성장해나가는 사람 그 자체를 그려내는 ‘셧업앤댄스’는 동아리 활동과 등장인물의 개인사에만 초점을 맞춘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성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해당 인물이 성적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만 나온다. 결국 공부나 성적도 청춘이 하는 수많은 고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주요 등장인물이 아닌 균렬의 성장도 독자들에게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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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을 마냥 학원물이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공시생 교사 ‘조원선’의 존재이다. 그는 관성에 젖은 공시생으로 계약직 교사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감 선생님인데다가 교제를 반대하고 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일상도 그저 살아가는 것에 불과한 ‘조원선’을 보면 안타까움과 아쉬움, 때로는 분노도 생겨난다. ‘왜 그만큼밖에 하지 못하는지’를 탓하려다가도 그 손가락을 거두게 됨은 독자 역시도 그런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조원선이 각성하는 모습은 독자까지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남이 보면 별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일상을 벗어나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지금까지 일상에 대한 진한 마침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다사다난한 일을 거쳐 마침내 대회에 참여한다. 당연하게도 입상은 하지 못한다. 상을 받았다면 이 웹툰의 톤이 바뀌는 결말이었을 것이다. 상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부 활동을 통해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단단해진다.


 

사실.. 에어로빅은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고..

좀 창피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멋지게 최선을 다하는 거야!

 


대회를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의 대사이다.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하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등장인물들에게 부활동은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벽을 만나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 ‘원준’이 연습실에 ‘가끔 놀러 온대’라고 말하게 되는 과정은 세상이 한 번 무너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춤과 노래만이 있던 세상이 무너지자 서원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온다. 이제 원준이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뭐.. 없으면 안 해도 되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처럼 조급하지 않은 태도로 우리도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이 언제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재미있게도 뮤지션들의 이름이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서원준의 친구이자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던 ‘유희열’을 포함하면 ‘조규찬’, ‘윤상’, ‘정재형’, ‘김현철’ 등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의 이름이 주를 차지한다. ‘황소윤’의 경우 에어로빅부이긴 하지만 직접 부 활동에 참여하지도 않고 유일한 여학생이라는 점에서 세대가 다른 아티스트인 것이 어울리기도 한다.

 

콜라, 신발처럼 보다보면 소품이 등장인물의 심경이나 관계를 보여주곤 한다. 마구 벗어둔 것 중 어떤 신발이 누구의 신발일지 맞춰보는 것도 보는 재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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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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