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언의 철학 여행' 중 어느 부분이 더 크게 와닿으세요? [도서]

글 입력 2021.01.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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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수능 과목으로 8가지 선택 과목 중 2가지를 골라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윤리와 사상’과 ‘생활과 윤리’에 손이 갔다.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인터넷 강의 프리 패스권을 수강해 수업을 듣는 게 유행했는데, 우리 반에서는 여자 선생님 A와 남자 선생님 B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두 선생님의 수업은 모두 다 좋았다. 어려운 철학 내용을 쉽게 풀어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지겹지 않도록 흥미로운 예시도 들어주셨다.
 
그중에서도 선생님들이 한 번씩 스토리텔링 식으로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진행할 때면, 수능 공부로 떨어졌던 철학적 배움이 다시금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배움의 즐거움보다 성적의 우수함을 위해 내용 대부분을 암기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능 과목으로 얻었던 것은 철학이란 마냥 어렵지만 않다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스토리텔링 식으로 적힌 철학책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이언의 철학 여행>은 ‘소설로 읽는 철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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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어보면, 어릴 적 읽었던 책 <수학 귀신>이 생각나는 구성이다. 이언이라는 아이가 꿈속에서 철학에 통달한 노인을 만나며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언이 꿈속에서 의문을 품었던 내용은 현실에서 부모님과 함께 얘기하며 차츰 해소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형식으로, 책을 읽으며 나도 이언처럼 노인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하고, 부모님들의 말에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책은 구성상으로도 특이한 구조를 띠고 있다. 왼쪽에 적힌 글들은 각주를 달고 있고, 각주는 그와 관련된 용어나 실험, 혹은 철학자를 소개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글을 읽어야 하는지 가늠이 안 가서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다가, 결국 각주는 포기하고 중심 글만 읽었다. 그런데도 내용적인 면에서 흐름은 깔끔하게 잘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말을 사용할 때는 기준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단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모든 것이 이기적이거나 모든 것이 자연적인 경우란 있을 수 없어. 만약 단어를 그렇게 사용하면 그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모든 것이 자연적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은 자연적인가요?’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겠니? 모든 것을 의미하면서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상황이지. (p397)
 
 
책 속에는 다양한 많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의 구절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비단 말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구절이 아니라, 개개인의 사고방식에도 적용되는 글귀인 것 같다.
 
특히나 책 속에서 이언은 꿈속에서 노인의 질문들에 휘둘려, 한 날은 냉소주의가, 또 다른 한 날은 허무주의가 된다. 작가가 철학을 처음 배우는 우리를 이언에게 빗대어 더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언의 모습이 타인의 말에 휘둘렸었던 예전의 내 모습인 것 같았다. 또, 이언의 모습을 빗대어 아직 자신만의 사고가 자리잡히지 않아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것 같기도 했다.
 
책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언어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가령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갇혀있다는 식이었다. 특히나 ‘글린’과 ‘블린’을 활용했던 부분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어쩐지 철학책을 읽었는데, 언어와 사고에 관한 생각을 더 골똘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책을 읽으며, 철학보다는 언어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던 시간이었지만, 다른 누군가나, 혹은 시간이 흐른 후의 나에게는 또 다른 부분이 더 크게 와닿을 것 같다. 한 번쯤 철학에 관심이 있고, 또 궁금함이 있다면 <이언의 철학 여행>으로 철학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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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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