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삶의 이야기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도서]

글 입력 2020.11.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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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용은 수녀가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에세이 형식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 얻는 생각과 깨달음의 파편들을 글로 기록한다. 글의 주제는 자아 성찰에 관한 것이기도, 인생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56편의 글 중에서 가장 공감 가는 주제와 문장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보태보고 싶다.

 

 


트라우마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경보 시스템이 울려 감정의 격동에 휩싸인다.”

 

- 42p

 


경보 시스템. 나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문장에 쓰여있어서 놀랐다. 누군가 나의 상처를 건드릴 때 머릿속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지면서 불쾌한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 변화를 설명해야 할 때 나는 경보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나의 경보 시스템은 특정한 단어, 주제, 또는 행동에 반응한다. 생각을 거치기도 전에 기분 나쁜 티를 내게 되거나, 상대방이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큰 상처를 받아버리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나에게 일어나는 신호를 제대로 관찰하고 정확하게 마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아픔에 대해 직접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끝내 모를 수 있음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갑작스럽게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오히려 내가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때에 따라서는 그 상처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처를 묻어만 두려는 나에게, 저자는 ‘상처 바라보기’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인정에 대한 집착



외로움과 무력감, 박탈감과 공허함, 그리고 자존심. 나를 종종 괴롭혀오는 것들이다. 나는 때로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가 있다. 전혀 움직일 수가 없고 움직일 마음도 들지 않는 상태이다. 몸이 아프고 기운이 없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무기력증은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무력감이나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인정에 대한 집착’이다. 무작정 내가 남들과 달리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든다. 내가 이뤄온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설령 내가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혹은 큰 성취를 이루었더라도 나는 계속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휩싸일 뿐이다. 그것은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남들의 인정과 시선을 위해서다. 목표를 타인의 인정에 두는 순간 나는 끝없이 무력하고 공허해진다.

 

그럴 때 나에게 필요한 건, 저자가 행했던 것과 같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의 산책이 아닐까 싶다.

 



엄마



요즘 엄마와의 소통에 소홀했다. 올해 내내 그랬다. 152페이지에서 154페이지까지, 저자가 쓴 3쪽 남짓의 글을 읽고 미안함과 그리움과 같은 감정이 몰려온다.


 

“그저 그렇게 마음껏 내 마음을 다 보여주고 엄마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어야 했다. 분명 나는 그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 153p

 


저자의 짙은 후회가 담긴 문장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꽃도, 선물도,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엄마에게 가장 많이 주고 싶은 건 사랑하는 마음이다. 매일매일 매 순간 사랑한다고 말해도 부족할 만큼 내게 너무 소중한 엄마.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


 

나는정말괜찮은사람띠+표1.jpg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 -
 

지은이
김용은

출판사 : 싱긋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2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4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77-78-5 (03810)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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