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을 돌아보며 [음악]

Art is long, Life is short,
글 입력 2023.1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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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한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게 되었고 곧바로 그의 음악에 매료됐다.

 

그를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유희열 씨의 표절 논란부터였는지 혹은 그 이전부터였는지 잘은 모르겠다. 순서가 어찌 됐던 지난 3월, 그의 타계 소식을 들은 이후에야 나는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인용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격언은 그가 얼마나 음악, 그리고 예술을 깊이 사랑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한마디 말은 내게도 깊은 울림이 되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이 말을 되새기다 보니 문득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의 삶이 궁금해져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8)>와 그의 에세이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찾아봤다. 영화와 도서는 같은 시기적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보기 좋았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일본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이며 영화음악으로 유명해졌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와 오스카 7관왕을 수상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1988)>의 음악을 맡으며 세계적인 위치로 발돋움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OST인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그의 대표곡인데, 언제 들어도 마음에 울림을 준다. <마지막 황제>는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오스카 음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으로 참여한 작품 중에 요즘 세대에게 잘 알려진 작품을 살펴보면 <남한산성(2017)>, <레버넌트(2016)> 등이 있다. 곧 개봉 예정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2023)>에도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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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4년 중인두암에 걸리고 2020년 직장암을 진단받는다. 그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쉬지 않고 음악을 만들었으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설치 미술, 공연, 음악 작업 등을 해낸다.

 

산소호흡기를 달고도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끝까지 했다는 그의 열정이 실로 대단하다. 죽기 직전까지 떠오르는 음악을 정리해 놓고,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주될 음악의 플레이리스트까지 짜놓을 정도이니 말이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아무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하는 라는 앨범은 꽤나 독특한 작품이다. 'async'는 'syncronize'에 부정어 'a'가 붙은 단어로 '비동기'라는 뜻이다. 모든 것이 동기화되어 가는 시대의 흐름에 반하여 '어긋남'이 표현되어 있다. 어느 곡들보다도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보면, 그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낸다. 자연이 내는 수많은 소리가 그 자체로 음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Merry Christ, Mr. Lawrence'나 'Aqua' 등의 곡들은 대중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곡이지만 'async' 수록곡은 나처럼 음악 문외한에겐 전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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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의 참신한 관점은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한다.

 

그의 다큐멘터리 초반부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맞아 반쯤 부서진 피아노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파괴되고 조율도 불가능하여 더 이상 쓸 수 없는 피아노이지만, 그는 이를 인상 깊게 여기며 연주하고 녹음한다. 인간이 철과 나무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피아노라는 악기가 자연을 통해 다시 자연의 소리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피아노에 인상을 받아 자신의 집 마당에 하와이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설치해 놓고 자연에 의해 풍화되도록 방치한다. 그의 예술가적 시각은 참신하고 독특해 많은 영감을 준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활동은 단지 예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본의 탈원전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다. 총리의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참여할 정도다. 예술과 사회문제는 떨어질 수 없다. 예술은 인간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예술가가 사회문제에 앞장서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명성이 실추될 우려가 있음에도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을 외치는 그의 자세는 실로 대단하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본받아야할 자세가 아닐까?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좀 더 남기고 싶어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며 수많은 곡들과 작품을 남긴 그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을 다 하기엔 삶이 다소 짧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꿈을 좇고 다른 누군가는 돈을 좇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당장 짧은 시일 내에 내가 죽는다면, 나는 후회가 없을까. 삶이라는 찰나의 시간 속에서 죽기 직전까지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어떠한 찰나를 살아갈 것인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에세이집 제목이자 그가 영화음악으로 참여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마지막 사랑>에 나온 대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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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 영화 <마지막 사랑>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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